Title | 여덟 번째 칼럼 <티켓 레스토랑>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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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 로컬리티센터 | Date | 18-05-24 11:50 | Read | 96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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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켓 레스토랑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보면, 손님들이 계산을 할 때 카드도 아니고 현금도 아닌, 이상한 식사 상품권으로 계산을 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티켓 레스토랑(Ticket restaurant)이라는 프랑스의 요식 계통 상품권인데, 오늘은 이 상품권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제도의 우선적인 목적은 소비 활동의 상승, 시장의 활성화에 있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시장에서 경제 홛동을 늘리기 위해 화폐를 더 많이 찍어내는 것처럼 이 티켓의 발행도 같은 목적입니다. 신기하게도 프랑스에는 고용주가 가지는 여러 가지 의무 중, 식사 제공의 의무가 개별적으로 존재합니다. 한국에서는 고용주가 최저 임금을 지키거나, 근로 시간을 준수하여 일을 시키는 것 등의 의무는 존재하지만 식사를 꼭 제공해야 한다는 의무는 따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아르바이트는 항상 식사 제공이 되는 곳에서만 했어서 당연한 사항인줄 알았는데 개인적으로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풀타임으로 근무하는 직원에 대해서 식사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따로 주어져야 하는데, 회사가 작은 규모여서 이러한 여건이 되지 않을 때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티켓 레스토랑입니다. 장소를 제공하려면 이것저것 설치하고 가구 들여와야 하고 번거롭지만, 티켓 레스토랑이라는 제도를 통해 식권을 주고 근처 식당에서 밥을 사먹게 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거의 대다수의 식당에서 티켓 레스토랑을 받고 있으며 각종 마트에서도 식품류에 한정하여 상품권 이용이 가능하므로 이용 범위가 상당히 넓어 직원 입장에서 사용에 큰 무리가 없습니다. 또한 프랑스 정부 자체에서도 티켓 레스토랑을 제공하는 고용주에게 특별한 혜택을 주어 상품권이 유통되도록 유도합니다. 고용주는 기본적으로 사회보장 분담금(Cotisation sociale)과 같은 세금을 내야하는데 이를 면제해주는 것으로 세금 공제는 티켓 한 장당 최대 5.43유로로 한계가 정해져 있습니다. 사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고용주는 직원에게 식사에 대한 의무가 있지만, 식비 전체를 부담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티켓 레스토랑도 고용인과 피고용인이 나누어서 내는데, 그 비율은 고용주가 50%에서 최대 60%까지, 이에 따라 직원은 40%~50%정도 부담하게 됩니다. 보통 상품권 발급처에 고용주가 먼저 직원들의 티켓 레스토랑 전체의 금액을 결제하여 수령한 후 직원들에게 나눠주어 다음 달 월급에서 직원들이 내야할 금액만큼 제하여 돌려받는 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직원들은 물론 티켓레스토랑을 받지 않고 그냥 현금으로 받을 수도 있지만, 이는 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는 상황이어서 장당 5.34유로의 세금 면제 혜택도 없어집니다. 예를 들어, 고용주와 직원이 6대 4로 식비를 지불하기로 결정한 상황에 고용주가 5.34유로(사실상 세금 면제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고용주가 부담하는 금액이 아님), 직원은 앞서 제시한 비율에 따라 3.62유로를 부담하게 되는데, 만약 직원이 티켓 레스토랑을 거부하게 된다면, 5.34유로의 이득을 취하지 못하고 3.62유로만 갖게 되는 것입니다. 즉 이 제도를 수치로 조금 더 명확하게 표현하자면, 한 장당 5.43유로 X 220일(프랑스 법적 근로 날짜 수) = 1194.6유로, 직원에게 연간 1194.6유로의 구매력이 새롭게 주어지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활성화된 구매력을 바탕으로 경제적 선순환이 이어져 국가 성장에 원동력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물론 상품권마다 금액이 남아도 거스름돈은 따로 받을 수 없으며 식품에 대해서만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현금으로 바꾸는 상품권깡(?)과 같이 본래 의도와 벗어나는 경제적 행위는 일어나기 어렵습니다.
한국에서도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한 명목으로 ‘온누리 상품권’이 존재합니다. 묘하게 프랑스의 티켓 레스토랑과 닮은 부분이 있지만, 한국에서는 이 상품권이 제대로 가치를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했습니다. 재래시장 활성화, 시장 활성화 등 목적은 같지만 재래시장이라는 한정된 장소로 한계를 두어 프랑스에 비해 사용할 장소가 자유롭지 않아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도 않고 사용하는 사람도 많이 없습니다. 또한 현금으로 악용되는 경우도 많이 있는데 종종 10만원 상당의 상품권이 특별 할인 기간에 맞춰 10%정도 판매되어 이 시기에 대량으로 산 뒤 다른 상품권 매매점을 통해(10만원 상당의 상품권이 현금 9만 3천원으로 현금화가 가능) 현금화하는 것으로 이익을 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실 한국에서 정말 큰 문제는 젊은 사람들이 더 이상 재래시장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입니다. 마트에만 가도 재래시장보다 깨끗하고 좋은 물건이 많으며, 특히 여름에 시원한 냉방이 되는 곳에서 장을 보는 것을 요새는 더 선호하게 되었습니다. 사실상 ‘정’이나 ‘조금 더 주기’ 등에 의존하는 재래시장 특유의 감성에 더 이상 기댈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이 들었습니다. 물론 프랑스에도 큰 대형 마트와 골목길에 나란히 서있는 각종 과일 가게, 시장 등이 존재하는데 각자가 정한 타겟 대상이 조금씩 다릅니다. 큰 대형마트는 오히려 가격면에서 경쟁을 두어 서민층을 목표로 하는 반면, 프랑스 재래시장은 좋은 품질, 유기농에 초점을 두어 좋은 것만 먹는 여유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판매합니다. 모노프리(프랑스의 대형 마켓)에 가지 않고 그냥 시장에 가는 사람이 진짜 부자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고객층이 서로 분리되어 있어 상생이 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가격 비교를 해봐도 그냥 시장에는 유기농 제품들이 훨씬 많아 조금 더 비싸서 개인적으로 저는 항상 대형 마트에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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