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안병현

안녕하세요 파리 디드호 대학에서 1년간 교환학생으로 공부중인 안병현이라고 합니다. 단순하고 피상적인 정보전달보다는 직접 눈으로 보고 경험한 내용을 위주로 사소한 일에서 프랑스 전체 사회를 어렴풋이 느낄 수 있는 신선한 칼럼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Title 네 번째 칼럼 <프랑스의 철도 파업>
Writer 로컬리티센터 Date 18-04-24 14:19 Read 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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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수업을 갔는데 학생들이 거의 오지 않았습니다. 30명 정도가 듣는 수업이었는데 수업에 참석한 학생 수는 저를 포함해서 단지 6명이었고 오지 못한 학생들은 게을러서가 아니라 철도 파업으로 인해 교통편이 없어서 오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이렇듯 현재 파리에는 철도 파업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 일드프랑스를 연결하는 RER선은 물론이고 TGV의 운행 감축으로 인해 많은 관광 산업도 타격을 입고 있습니다.

 

최근 프랑스에서 가장 큰 이슈를 꼽으라면 마크롱 대통령의 개혁 정책입니다. 대통령으로 집권한 이래로 어려운 경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다양한 개혁 정책을 시도하려고 노력중입니다. 프랑스는 우리나라 못지않게 실업률이 2013년 이후 10%를 넘어서 4년 째 한 자리수로 내려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유럽 연합의 다른 축을 지탱하고 있는 독일의 경우 전체 실업률이 4.1%인 것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치입니다. 기본적인 마크롱의 해결 방식은 시장 친화적인 공약입니다. 프랑스는 국내총생산 대비 공공 지출 비중이 약 57%로 핀란드와 더불어 세계 최고 수준의 큰 정부를 꾸려왔습니다. 이렇게 정부 자체에서 쓰는 돈이 많다보니 부채를 피할 수 없었는데 현재 계획은 정부 지출을 600억 유로정도 줄여 재정 적자 비중을 줄이겠다는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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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CF 직원들 모습

 

따라서 먼저 손을 댄 것이 철도공사(SNCF)였습니다. 프랑스 철도는 국유화되어있어 어떤 적자가 발생하더라도 모두 나라 세금에서 충당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이러한 점이 나라 재정 적자에 큰 역할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정부는 SNCF에 각종 직원 혜택 축소와 임직원의 종신 고용 폐지, 연금 시스템 수정을 추진하려 했지만 철도 노조의 5일에 이틀 꼴로 이루어지고 있는 파업으로 현재 갈등 중입니다. 파업은 4월부터 시작하여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6월까지 이루어질 것이라고 노조는 예고한 상태입니다.

 

현재 국철 노조의 큰 입장은 정부의 철도 민영화 계획의 저지를 위한 파업이라고 명분을 내걸고 있습니다. 이러한 개혁들이 결국은 철도 민영화로 가는 길이라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이와 더불어 다른 집단과 결합한 모습을 띄기도 하는데, 에어 프랑스도 이 파업에 동참하여 철도 파업처럼 많은 비행기가 결항되진 않았지만 부분적으로 참여하였습니다. 또한 마크롱의 대학교 입학을 조금 더 여렵게 하는 개혁 정책에 반대하면서 많은 대학생들이 여러 대학교에서 건물을 봉쇄하고 시위를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국철 파업을 시작으로 청소부, 전기, 가스 등 다른 분야의 파업, 시위들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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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에 의해 점거된 학교 모습

 

이에 대해 마크롱은 15, 영향력있는 프로그램(Jean-Pierre Pernaut, TF1채널)에 생방송으로 출연하여 자신의 정책에 대해 적극적으로 방어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이곳에서 노조가 주장하는 철도 민영화는 말도 안 되는 소리이며 개혁안도 현재 임직원들에게 해당이 되지 않는 내용임을 강조했습니다. 대통령이 이렇듯 시사 프로그램에 나와서 직접 자신의 정책에 대해 방어하는 모습은 흔치 않은데 Jacques Chirac 대통령이 1995년에 생방송으로 인터뷰한 이래로 처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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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에 출연한 마크롱 대통령(15, 프랑스 기준)

 

 

 

개인적으로 철도 민영화는 노조가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내건 허울 좋은 명분이라고만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국철 임직원들의 혜택이 무엇인지 조사해봤는데 우선 막강한 무료 티켓이 있었습니다. 1.5유로에서 많게는 13유로 정도의 예약비만 내면 임직원과 그의 가족들은 무료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배우자는 무조건 90% 할인에 년 간 16장의 무료 티켓(예약비 별도)이 주어지며 12살까지 자녀들은 항상 무료, 자녀들이 21살이 될 때까지는 배우자와 동등한 대우를 받게 됩니다. 그리고 더 대단한건, 직계 부모, 조부모, 그리고 배우자의 부모님까지 예약비 별도로 년 간 4장의 무료 티켓이 주어집니다. 이 외에도 짤릴 걱정 없는 철밥통, 각종 의료 혜택, 알로까시옹(주택보조금) 특별 혜택, 특별 연금 제도 등 다양한 혜택을 누리고 있습니다.

 

철도 노조는 그간 많은 정부들이 개혁을 예고하고 어떻게든 고쳐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장기간 파업 등으로 번번이 무산되었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철도 노조는 파업으로 맞서고 있지만 여론이 예전 같은 반응이 아닙니다. 무작위로 선별한 프랑스 국민 46%만 이번 파업을 지지할 뿐이고 마크롱 대통령의 의지 또한 전 대통령들에 비해 강력하며 적극적으로 자신의 정책을 관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파업으로 인해 수업도 취소되고 시험도 연기되는 등 조금은 혼란스러운 상황이기도 하지만, 파업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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