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 열 한 번째 칼럼 <무단 횡단의 나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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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 로컬리티센터 | Date | 18-07-03 15:36 | Read | 569 |
본문
무단횡단 금지 캠페인으로, 무단횡단 하는 사람에게 의도적으로 큰 차 소리를 내어 놀라게 한 뒤
그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바로 앞 큰 화면에 보여 경각심을 주었던 캠페인.
한국에서 초등학교 때 육교를 앞에 두고 올라가는 게 땀이 나기도 나고 귀찮기도 해서 아무 생각 없이 길을 건너다가 하필 순찰을 돌고 있었던 경찰차에 걸렸었습니다. 당시 버스정류장 앞에서 꽤 부끄럽게 혼이 났었는데 앞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정말 많았어서 아직도 그때 생각만 하면 부끄러워집니다. 그 후 아무리 주위에 누가 없고 건너도 되는 상황이어도 한 발짝 내딛기 전에 뭔가 망설여지게 되었는데 이러한 버릇이 프랑스에 와서 깨끗하게 고쳐졌습니다. 오늘은 프랑스의 흔한 무단횡단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무단횡단이라 하면, 신호를 지키지 않고 길을 건너는 것으로 대표적인 예는 빨간 보행자 신호에 횡단보도를 건너거나 아니면 횡단보도가 없는 곳에서 임의로 차도를 가로질러 가는 행동을 말합니다.
프랑스와 한국 모두 공통적으로 ‘보행자’의 정의는 두 다리로 오토바이 혹은 자전거 등을 손으로 밀고 가는 자를 말합니다. 처음에는 어릴 때 겪었던 경찰아저씨의 꾸중으로 인해 무단횡단을 하는 경우 무조건 내가 잘못한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고 보편적으로 양국 모두 실제로 보행자보다는 운전자에게 조금 더 비율상 책임이 더 부과됩니다.
기본적으로 운전자는 사람을 치면 차만 보통 손상되지만 보행자는 목숨을 잃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프랑스에서는 운전자에게 한국보다 조금 더 많은 책임을 부과합니다. 프랑스 도로교통법에 의하면 보행자는 교통상황에서 가장 많은 보호를 받는 자이며, 보행자를 우선적으로 양보하지 않은 운전자는 벌점 4점이거나 135유로의 범칙금을 내야 합니다. 보행자도 물론 과실을 범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상황에서 항상 보호를 받을 우선권이 있습니다. 이러한 점 때문에 무단횡단을 정말 너무 뻔뻔한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걸어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무단횡단 현상이 파리에서 더 많이 일어나는 이유는 크게 2가지라고 판단했습니다. 첫째로 도로 폭 자체가 일단 매우 좁습니다. 서울의 경우 보통 4차선이 기본이고 2차선인 도로가 적은 반면에, 파리는 2차선이 기본이고 일방통행으로 차도가 하나인 곳도 부지기수입니다. 따라서 보행자의 입장에서 차도를 가로질러 갈 때 위험부담이 훨씬 적으므로 쉽게 무단횡단을 시도하게 됩니다.
두 번째로, 파리의 신호등 체계가 타이밍이 조금 미묘합니다. 한국의 경우 보행자의 입장에서 걸을 때, 횡단보도가 빨간불로 바뀌게 되면, 자동차 신호등은 금새 초록불로 바뀌어 차들이 출발을 합니다. 즉, 보행자 보행 가능이거나 운전자 주행 가능, 둘 중 하나의 경우만 존재하는데 프랑스는 조금 다릅니다. 여기서는 보행자 입장에서 횡단보도가 빨간색으로 바뀌고 시간이 좀 더 지나야 빨간불이었던 차도 신호등도 초록불로 느리게 바뀝니다. 즉, 보행자 보행 가능이거나 운전자 주행 가능 사이에 둘 다 보행 혹은 주행 불가능이라는 시간적 간극이 발생합니다. 보행자와 운전자 모두가 움직이지 않고 멈춰있는 이 짧은 타이밍을 모두가 알기 때문에, 보행자들이 종종 둘 다 빨간불임에도 걸어갑니다.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프랑스에서는 많은 무단횡단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운전자들도 행인이 언제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속도를 올리기 보다는 서행을 하며 다닙니다, 보행자들은 자신이 더 법적으로 보호받는다는 인식을 가짐과 동시에 빨간불이어도 차가 움직이지 못하는 그 짧은 시간차를 알기 때문에 보행 신호에 빨간불이 들어와도 횡단보도를 건널 생각을 합니다.
한국에서는 보행자가 조금이라도 늦게 건너가거나 갑자기 튀어나오면 욕과 함께 경적음을 빵빵 울려대기 일수지만, 프랑스에서는 다들 무단횡단에 전문가(?)여서 그런지 위험한 상황은 많이 보지 못했고, 설사 운전자가 보행자로 인해 운전에 방해를 받는 상황에 와도 경적음보다 손을 들어 무모한 보행자에게 어이가 없다는 제스처를 취하기도 합니다. 보행자들은 굳이 미안한 마음에 횡단보도를 뛰어가는 경우도 잘 없습니다. 항상 보면 저만 횡단보도를 빨리 벗어나려 하고 다른 프랑스인들은 저에 비해 비교적 여유롭게 걷습니다.
최근에 한국에는 자동차마다 블랙박스 보급이 많아져서 증거영상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여 운전자만 항상 억울하게 처벌을 받는 경우는 잘 없습니다. 프랑스에서는 아직 블랙박스가 보편화되지는 않아, 운전자가 보통 처벌을 많이 받는데 프랑스도 블랙박스를 달기 시작한다면 운전자만 모든 죄를 받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도로 위에서 보행자가 운전자보다 훨씬 더 위험한 상황이니 미리미리 조심을 해야 하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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