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안병현

안녕하세요 파리 디드호 대학에서 1년간 교환학생으로 공부중인 안병현이라고 합니다. 단순하고 피상적인 정보전달보다는 직접 눈으로 보고 경험한 내용을 위주로 사소한 일에서 프랑스 전체 사회를 어렴풋이 느낄 수 있는 신선한 칼럼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Title 열 번째 칼럼 <프랑스의 어린이 문화>
Writer 로컬리티센터 Date 18-07-03 15:32 Read 599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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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어릴 때 누나랑 하던 놀이가 있었습니다. 당시 어디서 항상 희한한 놀이를 알아와 가지고 동생인 저에게 전파해주고는 했는데, 그 중 하나가 다리 빼기놀이었습니다. 각자의 오른쪽 다리와 왼쪽 다리를 서로 교차해서 바닥에 펼쳐놓고, 다리 하나씩을 가리키면서 노래를 부르는데 마지막 음절이 닿는 다리는 빠지는 놀이였습니다. 그렇게 노래를 진행하다보면 4개의 다리가 결국은 한쪽 다리만 남게 되고, 마지막으로 남은 다리를 찰싹! 때리는 그런 놀이입니다.

 

그때 불렀던 노래가 코카콜라 맛있다~ 맛있으면 또 먹어~ 또 먹으면 배탈나~ 딩동댕~ 척척박사님~ 아르켜~ 주세요~ 딩동댕동~”

 

이었습니다. 그런데 누나가 아주 교묘했던 점은, 본인 다리를 먼저 빼고 제 다리를 때리기 위해 본인이 불리하게 노래가 끝나게 되면, 노래를 다시 이어서 불렀다는 점입니다! 분명 노래는 딩동댕동~’하면서 끝났지만, 불리한 상황에서는 다시 이어서 ‘... 척척박사님~ 아르켜~ 주세요~’ 하며 능청스럽게 넘어갔고 제 허벅지는 조금씩 빨개졌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더 이상 다리 빼기놀이는 하지 않게 되었지만, 여러 가지 선택 상황에서 뭔가 하나를 고르기 어렵게 느껴진다면 이 마법 같은 노래를 속으로 부르게 되었습니다. 아이스크림도 초코맛을 먹을지 바닐라 맛을 먹을지 고민이 될 때, 이제는 겉으로 노래를 부르면 부끄러우니 표정관리를 하며 리듬을 느끼면, 어느새 결정을 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이러한 문화를 프랑스에서도 발견하게 되어 반가운 마음에 칼럼에서 소개하게 되었습니다.

 

프랑스어 버전은 이렇습니다.

 

« plouf plouf, une boule en or c’est toi qui sors au bout de 3: 1, 2, 3 mais si la reine et le roi ne le veulent pas, ça ne sera pas toi, au bout de 3: 1, 2, 3 »

(퐁당퐁당, 황금공, 셋까지 세는 건 너지, 하나 둘 셋 근데 왕비와 왕이 원하지 않으면, 셋까지 세는 건 너가 아니지, 하나 둘 셋”)

 

한국어 버전 가사가 그 안에 따로 의미가 있는게 아니듯이 프랑스어 버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우리나라도 지역마다 가사 내용이 “...맛있으면 또먹어 또먹으면 배탈나 배탈나면 병원에가 병원에가면 주사맞아(?)...”처럼 조금씩 바뀌는데 이러한 현상은 프랑스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Pique nique-douille, c'est toi l'andouille, dans un plat de nouilles, à la sauce à la grenouille, mais comme le roi et la reine ne le veulent pas ce ne se-ra pas toi... au bout de trois... un, deux, trois !» 이런 식으로 초반 부분이 조금 다른 버전들이 정말 여러개가 있습니다. 그리고 앞선 설명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노래를 끌고 가기 위해 “...딩동댕동 척척박사님 아르켜 주세요~...” 라고 이어 부르는 점은 프랑스에서도 마찬가지였으며 «...mais si la reine et le roi...» 부분이 같은 기능을 합니다. 한국 프랑스 나눌 것 없이 어릴 때는 모두가 정말 유치짬뽕이 되는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plouf plouf 노래에 대한 공식적인 설명으로는 한 무리 내에서 무작위로 누군가을 배제하는 놀이를 할 때 보통 쓰인다고 되어 있으며 이러한 노래를 기반으로 술래를 정하거나 다양한 놀이의 기반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노래다보니 가사에 맞는 특별한 음과 리듬이 있는데, 직접 배워봤을 때 크게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종종 누가 이 주문을 더 빠르게 다다다 얘기하는지로 경쟁이 붙을 때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

 

추가적으로 더 소개드리자면, 프랑스에서도 한국의 마피아 놀이가 있습니다. 프랑스에서 정식 명칭은 Jeu de société : Loup garou이며 마을사람들이 밤만 되면 늑대로 변하는 늑대인간(Loup garou)를 잡는 게임입니다. 전반적인 규칙은 한국과 크게 다를게 없으나, 구성원이 조금 특이한데, 예언가, 사냥꾼, 큐피트(한국 버전에는 없는 역할로, 두 명을 임의로 정해 살 때도 같이 살고 죽을 때도 같이 죽게 묶는 역할) 등 조금은 특별한 임무를 지닌 역할들이 있습니다. 꽤 자주 프랑스 친구들끼리 모이면 꼭 밤에 이 놀이를 했었고 한국에서 하는 것만큼 대중적인 놀이입니다.

 

시대가 바뀌면서 조금 아쉬운 점은, 어릴 때 할 수 있는 소소한 놀이들이 한국과 프랑스 모두에서 조금씩 잊혀지고 있는 추세라는 점입니다. 한국에서는 다양한 온라인 게임으로, 프랑스에서는 다양한 비디오 게임으로, 물론 더 자극적이고 흥미진진한 놀이는 X-box나 피씨방에 있기도 하지만 별다른 도구 없이도 재밌게 하루를 보낼 수 있는 추억의 옛날 놀이들이 문득 그리워졌습니다. 이제 이러한 향수는 가끔씩 술게임을 할 때만 느낄 수 있다는 게 조금 슬프기도 합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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