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김혜빈

안녕하세요 한국외대 프랑스학과에 재학중인 16학번 김혜빈입니다.

저는 18년도 1학기를 리옹카톨릭대학교(UCLY)에서 보내게 되었습니다. 칼럼 주제는 취미생활, 음식, 관광, 한국인들을 위한 프랑스에서의 팁 등으로 생각 중입니다.

혹시 프랑스, 리옹, 리옹카톨릭대 등의 정보를 얻고 싶으신 학우분들은 smoshyeb@naver.com 제 메일로 연락 주시면 최대한 반영하여 칼럼을 적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Title 두 번째 칼럼 <Vous ne connaissez pas l'adresse? (주소를 모르시나요?)>
Writer 로컬리티센터 Date 18-03-26 10:23 Read 692

본문

 

 

한국에서 택시를 타면 보통 빕스 홍대점으로 가주세요”, “한국외대 글로벌캠퍼스 기숙사 부탁드려요!” 라고 말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프랑스에서 그렇게 말했다간 “Vous ne connaissez pas l'adresse?" (주소를 모르세요?) 라는 대답이 돌아올 것입니다. 한국 사람들 입장에선 어리둥절할 일입니다. 정확한 건물명을 말했는데 여기서 더 정확한 주소를 말하라니! 저도 실제로 이 일을 겪었습니다. 처음 리옹공항에 도착해서 우버 택시를 잡고 Maison st. bernard로 가달라고 했더니 기사님께서 멀리 떨어진 Église st. bernard 로 달린 해프닝이 있었습니다. 전에 구글 검색을 했을 때 리옹에 Maison st. bernard 라는 이름을 가진 기숙사는 단 하나였는데 그걸 못 찾고 교회로 가니 너무 황당했고 지리를 모르는 외국인을 가지고 장난을 쳤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비 오는 날에 28인치 캐리어를 들고 무거운 배낭을 멘 저는 덩그러니 교회 앞에 남게 되었죠. 로밍을 하지 않았기에 핸드폰을 쓸 수 없어 근처 가게로 갔고 사장님께 길을 여쭤보니 역시 건물명만으로는 모르시는 눈치고 그 길의 명칭을 아냐고 물어보셨습니다. 그 후 일반 택시를 타서 기숙사로 가려했는데 Maison st. bernard로 가달라고 하니 그건 이름일 뿐 정확한 주소와 길 이름을 알려달라고 하셔서 결국 택시 기사님의 핸드폰을 빌려 구글 지도에 기숙사 이름을 검색하고 완벽한 주소를 말하고 나서야 기사님께서 고개를 끄덕이며 기숙사 앞까지 데려다주신 기억이 있습니다. 이 칼럼을 읽고 부디 여러분들은 택시 타실 때 실수하지를 않길 바라며 두 번째 칼럼 주제를 프랑스의 주소로 정하게 되었습니다. :)

 

왜 프랑스인들은 건물 이름으로도 충분하지 않아서 정확한 주소를 원하는 것일까요? 최근 이 해답을 찾기 위해 발로 직접 뛰고 주변 프랑스인들에게 물어본 결과 한 건물 안에 여러 개의 기관, 가게, 아파트 등이 함께 그 건물을 공유하고 있는 형태가 많아서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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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공사 중인 리옹 오피(프랑스에서 유학 생활을 하려면 꼭 해야 하는 행정처리 중 하나) 사무소를 찾아가니 다른 곳으로 찾아오라고 저렇게 안내문을 붙여놓았습니다. 저 안내문을 자세히 보면 역시나 건물명이 아닌 구 (arrondisement), (avenue) 로 위치가 설명되어있습니다. 그래서 직접 저 주소로 가본 결과 이 건물은 시 관공서, 시민회관, 오피 사무소 등 몇 개의 기관이 나누어 쓴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택시 기사님께 오피사무소로 가주세요 라고 하면 못 알아듣는 것이 당연한 것이었죠!

 

보통 주소를 말할 때 프랑스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그 건물이 몇 구에 위치하여있는지, 길 이름은 무엇인지입니다. 프랑스의 구(arrondisement) 하면 가장 유명한 것은 바로 파리의 아홍디쓰멍이 달팽이 모양처럼 생겼다는 점 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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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는 처음부터 이런 달팽이 모양의 구를 가진 것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1795년에 첫 번째 구가 만들어졌을 때, 파리는 단지 12개의 하위 구로 구성되어 있었고,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오름차순으로 분류되어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좁은 길들이 미로같이 얽혀 있어서 파리 시민들은 만성적인 교통 체증에 시달렸고 루브르궁과 같은 역사적 건물들은 무질서하게 건축된 허름한 건물들에 포위되어 그 위용을 나타내지 못했다고 합니다. 또한 상수도와 하수도 체계의 부재와 녹지 부재는 생활상의 불편이었을 뿐만 아니라 전염병과 같은 심각한 위생 문제를 야기했다고 합니다. 그 때 당시 파리보다 현대적이었던 런던에서 젊은 시절을 보냈던 나폴레옹 3세는 예전부터 파리의 재건설을 생각해왔고 황제의 자리에 오르자마자 오스만 남작(Baron Haussmann)에게 파리의 도시 구조 개혁을 명하였다고 합니다. 파리 개조 사업을 통해 도시는 커졌고 근교 도시들은 첫 번째 구와 합류했다고 합니다. 개조 사업 당시 현재 16구에 해당하는 지역에 13구를 할당 할 계획이었는데 부유층들에게 "13구의 타운 홀에서 결혼하는 것" 이라는 표현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13구로 바뀌는 것에 반발하였다고 합니다. 따라서 Place d' Italie를 둘러싼 가난한 동네가 13구를 맡았고 부자 인근은 16구로 지정되었다고 합니다. 이런 과정들을 거쳐 현재는 도시의 중앙에서 북동쪽으로 1에서 20까지의 숫자가 있는 달팽이 모양의 구를 가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리옹, 니스, 마르세유 등 다른 도시들 또한 파리만큼의 완벽한 달팽이 모양은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구들이 연속적으로 붙어있는 모양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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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길 명칭은 우리나라와 다소 비슷한 면을 보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도로명 주소라고도 불리는 새 주소는 도로마다 이름을 붙이고, 도로 주변의 건물에는 규칙에 맞춰 건물번호를 붙인 것 이라고 합니다. 원래 있던 도로이름은 그대로 쓰고 새로 지을 때는 지역의 고유한 역사를 반영하거나 산과 강, 동식물 등의 이름을 따와 붙였다고 하는데 프랑스도 역시 우리나라와 비슷한 방식의 도로명칭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프랑스에는 특히 위인들의 이름을 도로명칭에 많이 썼는데 가장 많이 길에서 나타나는 위인은 바로 Charles de Gaulle이라고 합니다. 샤를르 드 골 장군은 광장(place), (rue), 대로(boulevard) 등을 총 합해 무려 3903개나 등록되었다고 합니다. 두 번째로 많이 등록된 위인은 Louis Pasteur입니다. 루이 파스퇴르는 총 3354개의 이름이 등록되어 있다고 합니다. 세 번째로는 Victor Hugo가 차지를 하였고 총 2555번의 이름이 등록되었다고 합니다. 제가 사는 곳 근처에도 Rue de Victor Hugo가 있어서 이 칼럼을 준비하기 전까지는 항상 그 길을 지날 때마다 신기하고 인상 깊었었는데 2555개나 있다니...! 이제 진실을 알아버려 이전과 같은 감정을 갖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ㅠㅠ

 

앞으로 프랑스에 오실 분들은 한 도시를 정해서 살 것이고 또한 여행도 다닐 것입니다. 앞으로 많은 아홍디쓰멍과 수많은 길들을 마주칠 텐데 아는 만큼 보인다.” 라는 말이 있듯이 그 때 마다 제 칼럼을 어렴풋이 떠올려 조금의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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