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조현우

델리대학교에서 한 학기 동안 교류학생으로 파견된 조현우라고 합니다.

객관적인 주제들 - 정치, 시사, 문화, 유명장소 등 - 을 다루지만, 독자 분들과 보다 긴밀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주관적인 형식을 다소 띄게 될 예정입니다.

교감하고 공감될 수 있는 칼럼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Title 여덟 번째 칼럼 <모디의 실수(2) : 무엇을 위한 화폐개혁이었나> - 1
Writer 로컬리티센터 Date 18-05-21 12:45 Read 415

본문

 


모디의 실수(2) : 무엇을 위한 화폐개혁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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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유한 화폐가 없어 영업중단을 내건 은행의 모습.

 

 

지난 417, 인도는 또다시 화폐 부족으로 인한 몸살을 앓아야 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고작 수백 루피를 뽑기 위해 두세 시간이 넘도록 ATM 기기 앞에 줄을 섰고, 화폐 부족으로 인해 영세 점포들은 고액권을 받는 것을 거부하기에 이르렀다. 전문가들은 화폐부족 현상이 2016년 모디 정부의 주도하에 단행된 화폐개혁 때문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는 필자로 하여금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인도의 화폐개혁에 관심을 가지게 만들었다. 따라서 이번 칼럼에서는 인도 화폐개혁에 대한 간단한 설명, 표면적인 이유와 진의(眞意) 등에 대해 다뤄볼 예정이다.

 

 

1. 2016 화폐개혁의 표면적 이유

 

2016118, 인도정부는 당시 화폐유통량의 86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던 500루피와 1,000루피 지폐의 사용을 금지하고 대신 새로운 500루피와 2,000루피 화폐를 발행했다. 그리고 일일한도와 총 한도를 정하여, 일정 금액만큼만 은행에 저축할 수 있도록 강수를 두었다. 화폐개혁의 추진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1) ‘검은 돈의 양지화(陽地化) : 인도는 유독 탈세가 심한 국가 중 하나로 손꼽힌다. 어느 국가나 그렇듯, 상류층들이 탈세를 위해 사용하는 수단은 집안에 화폐금품 등의 현물을 쌓아두는 것이다. 또한 정상적인 은행계좌를 이용하지 못하는 테러리스트범죄조직은 당연히 현금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인도정부는 전체 화폐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고액권, 그 중 적잖은 비중을 가진 검은 돈을 시장에 이끌어냄으로써 공정한 세수(稅收)를 추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2) 화폐순환의 활성화 : 한국의 경우, 20165만원권의 화폐환수율(貨幣換水率)55.3퍼센트에 불과했다. 동일한 시기의 1만원권의 화폐환수율이 107.3퍼센트인 것과 비교하면 매우 저조한 수치다. 상기한 검은 돈이라는 요인과 고액권의 존재가 맞물릴 경우, 당연히 고액권은 어딘가에 묶여있을 수밖에 없다. 화폐개혁을 통해 기존의 화폐를 폐지하여 화폐순환을 원활히 하겠다는 것이 인도정부의 생각이기도 했다. 그러나 인도의 화폐개혁은 썩 개운하지 못했다. 오히려 찝찝하고 의뭉스러운 점이 많은 개혁이었다.

 

 

2. 인도 화폐개혁의 의문점

 

1) () 고액권의 탄생 : 앞서 말했듯 화폐개혁은 검은 돈 척결이라는 명제를 들고 나왔다. 그런데 모디 정부는 이형(異形)500루피뿐만 아니라 2,000루피라는, 새로운 고액권을 발행했다. 경제 분야의 석학들은 이와 같은 개혁에 그저 일시적인 해소일뿐, 전혀 근본적이지 못하다며 비판했다. 2,000루피의 탄생은 오히려 검은 돈의 축적을 부추길 수밖에 없고, 고액권의 존재가 필요하다면 500루피의 경우와 같이 새로운 1,000루피를 발행하면 충분했다는 것이다.

 

2) 멀쩡한 검은 돈’ : 그나마 검은 돈척결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인도정부는 화폐개혁 대상화폐의 20퍼센트, 3조 루피(한화 475,200억 원)가 시장에서 영구히 제거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20178월 인도중앙은행(RBI)의 집계에 따르면 대상화폐의 99퍼센트, 152천억 루피(한화 2407,680억 원)가 은행, 즉 화폐시장에 돌아왔다. 당시 모든 재산이 휴지조각처럼 변하고 화폐부족으로 인해 고통받은 일반 서민들을 생각하면 타초경사(打草驚蛇)의 우를 범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은 타당해 보인다.

 

3) 정경유착의 가능성 : 이렇듯 화폐개혁이 별다른 실효성을 보이지 못했고, 때문에 필자는 다음과 같은 음모론도 생각해봤다. 바로 정경유착이다. 화폐개혁 직후 인도 전체가 격통에 신음했으나, 유독 한 분야만큼은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바로 전자화폐다.

인도의 전자화폐 시장을 독점하고 독주하는 기업은 페이티엠(Paytm)이다. 본래 상당한 규모의 기업임은 분명했으나, 화폐개혁을 기점으로 지난 2년 동안 페이티엠의 성장률은 매년 300퍼센트 이상을 기록한 바 있다. 페이티엠의 거침없는 성장세를 본 중국의 대기업 알리바바(Alibaba)는 전체 지분의 25퍼센트를 57,500만 달러(한화 6,1352,500만 원)에 구매하여 투자하기도 했다.

게다가 인도정부는 화폐가 품귀(品貴)해지자 현금 적게 쓰는 인도(Less-cash India)’현금 없는 인도(Cashless India)’ 등의 슬로건을 내세우며 전자화폐의 사용을 적극적으로 독려한 바 있다. 화폐가 부족하니 당연한 선택이라 볼 수 있지만, 대안을 구축하는 대신 거의 밀어주다시피 정부차원에서 전자화폐를 홍보했으니 합리적인 의심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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