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조현우

델리대학교에서 한 학기 동안 교류학생으로 파견된 조현우라고 합니다.

객관적인 주제들 - 정치, 시사, 문화, 유명장소 등 - 을 다루지만, 독자 분들과 보다 긴밀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주관적인 형식을 다소 띄게 될 예정입니다.

교감하고 공감될 수 있는 칼럼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Title 여섯 번째 칼럼 <시크교(Sikhism)의 과거와 현재>
Writer 로컬리티센터 Date 18-04-25 12:10 Read 1,120

본문

시크교(Sikhism)의 과거와 현재

 

우리가 시크교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인도의 부유한 자들이 다소 속한 종교, 이마를 살짝 내놓은 채 터번을 두르고 수염을 기른 남자 그리고 암리차르(Amritsar)의 황금사원. 이 모든 사실은 전부 시크교의 외형에 불과하다. ‘시크(Sikh)’란 무엇일까? 그들이 탄생한 배경과 역사는 어떠하며, 시크교의 현재 위치는 어느 정도인가? 이번 칼럼에서는 시크교에 대해 보다 더 자세히 알아가는, 과거와 현재 양측을 모두 조명하고자 한다.

 

시크교의 과거 : 역사

 

시크라는 단어의 어원은 산스크리트 낱말 시스야(Sisya)인데, 이는 제자, 학생을 의미한다. 시크교의 사도(使徒)라고 부를 수 있는 구루(Guru)의 뜻이 인도자, 스승임을 감안하면 꽤 재미있는 상관관계가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 종교 내에서 시크교도는 수학(受學)하는 자이며, 교리의 정수를 계승받고 터득한 구루의 가르침을 이정표 삼아 신을 향해 한 걸음씩 다가가게 되는 것이다.

시크교의 창시자이자 초대 교주인 구루 나나크(Guru Nanak)는 힌두교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힌두교의 불합리한 바르나(Varna)와 본래 의미조차 짐작키 힘든 허례허식(虛禮虛飾)에 진한 회의감을 품고 시크교를 만든다. 그는 유일신 사상을 도입했으며 신의 눈을 통해서 본 인간은 전부 동일하기에 만인의 평등함을 제시했다. 또한 당시로써는 드물게 남녀의 동등함을 교리에 언급하기도 했다. 생애동안 구루 나나크는 자신이 태어난 라호르(Lahore) 지방을 벗어나 벵갈(Bengal) 지역에 이르는 여행을 했는데, 각각 힌두교와 이슬람교를 믿던 두 친구를 옆에 항상 두었다고 전해지며 수많은 군상(群像)과 만상(萬象)을 접하면서 점차 교리와 종교의 방향을 다져나갔다고 알려졌다.

 

 

b85482afbc53b1c6324be628fd2551cb_1524625

 구루 나나크가 여행 동안 제시했던 교리들.

 

이처럼 당대의 종교들과는 달리 파격적인 교리를 제시하고 일어난 탓에, 시크교는 이리저리 견제와 수난을 겪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가혹했던 두 개의 시기가 있는데 하나는 무갈 제국(Mughal Empire)의 통치 시절이다. 바부르(Babur)가 세웠던 무갈 제국은 이슬람교를 국교(國敎)로 내세웠다. 이슬람의 교리 중 하나는 절대 이단(異端)을 용납하지 말라였고, 따라서 소수인 주제에 고집을 꺾지 않는 시크교는 눈엣가시처럼 여겨질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엄청난 강도의 고문들이 가해졌는데, 철제 가시가 달린 수레바퀴로 짓이기는 차륜형(車輪形)과 몸을 고정시킨 채 손잡이가 둘인 톱으로 백회혈(百會穴)부터 사타구니까지 썰어버리는 형벌이 당시의 잔혹함을 가장 잘 드러내는 고문이다.

 

b85482afbc53b1c6324be628fd2551cb_1524625
b85482afbc53b1c6324be628fd2551cb_1524625

 무갈 제국의 고문법. 인권이라는 개념이 없었던 당시에도, 이는 극형(極刑) 중의 극형에 속했을 정도다.

 

이런 수난이 닥쳐옴에도 불구하고, 시크교도들은 굴하지 않았다. 오히려 1783년에는 아그라(Agra) 지역의 레드 포트(Red Fort)를 무력으로 점령하며 위세를 드러냈고, 점령지에서 물러나는 대신 일곱 개의 구루드와라(Gurudwara) 건축에 대한 허가를 받는다. 이후 영국 식민지 시절 세포이 항쟁 때 구르카족과 함께 영국 측에 가담하면서 식민지 내의 군사가 대부분 시크교도로 채워지는 등 괄목할만한 성장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들은 시련이 끝나지 않았음을 꿈에도 짐작치 못하고 있었다.

1984년 뉴델리의 사프다르정(Safdarjung), 자와할랄 네루의 외동딸이자 인도의 첫 여성 총리였던 인디라 간디(I.P.Gandhi)가 두 명의 시크교 경호원들에 의해 암살된다. 당시 시크교도들은 독립하였으니 시크교만을 위한 나라를 세우겠다며 암리차르의 황금사원 앞에서 독립운동을 했다. 이를 범국가적인 위협으로 간주한 인디라 간디가 탱크까지 동원한 탓에 600명이 넘는 사망자를 발생시키고 나서야 독립운동이 중지됐다. 이런 상황에 불만을 품은 경호원들은 인디라 간디가 카메라 앞에선 방탄조끼를 착용하지 않음을 알고 있었으며, 그 틈을 노려 암살에 성공한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비록 정치적으로 천재라고 부를 순 없지만, 인디라 간디는 국민의 영웅인 네루의 유일한 직계혈통이자 힌두교도들의 자존심과 같은 존재였다. 그런 그녀를 온 국민이 보는 생방송 도중 죽여 버렸으니 그 분노가 자연스레 죄 없는 시크교 전체를 향해 돌아갔다. 바로 시크 학살(Anti-Sikh Riot)이라고 불리는 사건의 시작이었다. 정부의 공식발표 자료에 의하면 인도 전역에서 2,800명이 사망했으며, 델리 안에서만 2,10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게다가 방법도 매우 잔인했는데, 가장 대표적인 살인 방법으로는 살아있는 사람의 목에 기름 묻힌 타이어를 걸고 불을 지르는 것이었다. 고무가 녹아 온몸에 들러붙어 고통에 찬 절규를 내지르는 걸 바라보면서 힌두교도들이 시크교 여성을 강간하고 돌로 때려죽였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많은 시크교도들이 미국과 캐나다 등의 국외로 도망치듯 이주했으며, 많은 디아스포라(Diaspora)들이 탄생하게 된다. 현재 시크교가 가진 명성의 이면에는, 이와 같은 어둠과 아픔이 존재함을 알 필요가 있다.

 

2. 시크교의 현재 : 위치

 

현재 인도에서 시크교도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사회적 위상을 지녔다. 모디 이전 10년간 인도를 이끌었던 총리 만모한 싱(M.Singh)이 대표적인 정계의 인물이며, 영국 식민지 시절의 기세를 이어 적잖은 시크교도들이 군()에 종사하고 있다. 비공식적인 자료에 따르면 인도 군대의 20%가 시크교도로 구성되어있다고 하니 그 영향력이 짐작 가능하다.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교인들도 부유한 편에 속하고, 덕분에 인도 전역의 구루드와라에선 구루의 가르침에 따라 종교성별인종바르나를 상관하지 않고 사원의 모든 방문객들에게 무료로 음식을 제공하고, 멀리서 온 여행자들을 위한 숙소를 운영하고 있다.

인도 국외에서도 시크교는 위상을 펼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국가는 캐나다인데, 이들은 현재 상당 규모의 정치적 세력으로 탄생한 상태다. 때문에 캐나다의 수반(首班)격 인물들도 그들을 함부로 대하지 못하며, 매년 시크 학살을 잊지 않겠다는 일념 하에 열리는, 당시의 천태만상을 떠올리고 기억하는 행사 바이사크히(Vaisakhi)에도 인도의 눈치를 보면서 참석하고 있다.

 

 

b85482afbc53b1c6324be628fd2551cb_1524625

 2016411, 캐나다 오타와에서 열린 바이사크히에 참가한 총리 저스틴 트뤼도(J.Tredeau).

 

 

오늘날 전 세계에 존재하는 시크교도의 수는 2016년도 기준으로 2,700만에 달한다. 2,700만의 시크교도들은 바이사크히 등을 통해 피와 오욕으로 점철된 과거를 잊지 않고, 끝없이 되새기고 있다. 우리들은 이 인도의 작은 거인에 주목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성장세라면 머지않은 날 1984년 독립운동의 열망이 실현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사진출처

1, 2, 3

Gurudwara Bangla Sahib에서 필자가 촬영

4 https://globalnews.ca/news/4012990/sikh-nationalism-will-overshadow-justin-trudeaus-trip-to-india-expert/

 

참고자료 및 사이트

https://en.wikipedia.org/wiki/Sikh

https://en.wikipedia.org/wiki/Guru

https://www.quora.com/What-is-the-of-Sikh-people-in-the-Indian-Army

https://genderbytes.wordpress.com/2013/05/08/amu-indias-amnesia-gender-in-bollywood100-series/

What is Sikhism(Delhi Sikh Gurudwara Management Committee, Gurudwara Bangla Sahib, 2017)

 

오늘의 음악 : DJ Krush Strictly Turntablized

 

 

b85482afbc53b1c6324be628fd2551cb_1524625

 

 

디제이 크러쉬는 오늘날까지 현존하는 턴테이블리스트(Turntablist) 중 손꼽히는 권위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본인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오늘 추천하는 정규반 <Strictly Turntabalized>를 통해 영국 모왁스(Mo’ Wax) 레이블에서 데뷔하여 영국유럽 등지에서 선풍적인 트립합의 선도자 중 하나로 알려졌죠. 최근에도 정규반 출시와 월드투어를 통해 노장의 힘을 보여주고 있는 그이지만, 제겐 이 음반만큼 마력적인 작품이 없었습니다. 크러쉬와 함께 턴테이블리즘의 양대산맥으로 꼽히는 디제이 섀도우(DJ Shadow)1<Endtroducing...>을 전부 샘플링(Sampling) 기법으로 작업하여 창고가 딸린 집 한 채를 팔았다면, <Strictly Turntablized>MPC-2000 한 대와 턴테이블만으로, 지극히 구시대적인방법으로 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크러쉬의 1접에서는 장인정신이 물씬 느껴집니다.

가벼운 느낌과 분위기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디제이 크러쉬를 좋아하지 않으실 겁니다. 하지만 그에게는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몽환적인 어둠이 가득하죠. 적절한 스크래칭(Scratching), 거의 가학적으로 귓가를 두드려대는 스네어 드럼(Snare drum)의 진득한 질감을 원하신다면 단연코 이 앨범만한 물건은 찾기 힘들 것이라 자부합니다. 앨범 전체를 들을 수 없다면 이 곡들은 꼭 청취하세요. 음악을 들으며 무아지경의 심연 속으로 침잠(沈潛)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1. Lunation

2. Fucked-Up Pendulum

3. Kemuri

4. The Nightmare Of Ungah(Sandro In Effect)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모현면 외대로 81 한국외국어대학교 글로벌캠퍼스 교양관 213-1호
031-330-4593~4 / localitycenter@hufs.ac.kr
Copyright (c) 2024 한국외국어대학교 로컬리티 사업단.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