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조현우

델리대학교에서 한 학기 동안 교류학생으로 파견된 조현우라고 합니다.

객관적인 주제들 - 정치, 시사, 문화, 유명장소 등 - 을 다루지만, 독자 분들과 보다 긴밀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주관적인 형식을 다소 띄게 될 예정입니다.

교감하고 공감될 수 있는 칼럼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Title 다섯 번째 칼럼 <Bharat Bandh>
Writer 로컬리티센터 Date 18-04-23 10:25 Read 575

본문

Bharat Bandh

 

지난 42, 인도는 ‘Bharat Bandh’라는 대규모 사태로 인해 몸살을 앓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대법원과 정부를 향해 저항의지를 강하게 표명했다. 사람들은 철로도로를 점거하거나 파업을 감행할 뿐만 아니라 건물에 불을 지르고, 지나가는 행인을 향해 돌덩이를 집어던지는 등 폭력적인 양상을 보였다. 시위대와 이를 저지하려는 경찰 사이에 무력 충돌이 일어나 마디야 프라데쉬(Madhya Pradesh) 주에서만 5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우타르 프라데쉬(Uttar Pradesh) 주의 경우 448명의 시위대가 구금당했다. 심지어 인도와는 전혀 연관이 없는 여행자들에게 시비를 걸고 폭력을 행사하는 등 폭력은 적아(敵我)를 구분치 않고 행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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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타르 프라데쉬 주의 알라하바드(Allahabad) , 철로를점거한 채 시위를 벌이고 있는 시위대의 모습이다.

 

상기된 정보만 주어진다면, Bharat Bandh는 그저 먼 나라의 폭력사태로밖에 다가오지 않는다. 하지만 재밌는 사실은, Bharat Bandh가 올해에만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Bandh가 도대체 무엇인지, Bharat Bandh가 발발한 배경과 원인은 무엇인지에 대해 다뤄본다.

 

1. Bandh란 무엇인가?

 

Bandh를 한 마디로 쉽게 설명하면 파업이다. 차이점이 존재한다면 Bandh는 인도와 네팔 등 남아시아 등지에서 파업을 지칭하는 단어이며, 정치적인 색깔이 들어가게 된다는 것 정도다. 그러니까, 정당 혹은 정치집단에서 Bandh를 선포하면 그에 호응하는 추종자들이 들고 일어나 생업을 잠시 접어둔 채 거리로 몰려나와 시위를 벌이게 된다. Bharat Bandh(혹은 Bharatha Bandh)의 경우엔 인도 전역에 산재한 추종자들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Bandh 자체로는 큰 문제가 없다. 인도를 대표하는 역사적 인물 중 하나인 마하트마 간디(M.K. Gandhi)도 아힘사(Ahimsa, 비폭력) 정신을 기반삼은 독립운동의 수단 중 하나로 대규모 파업을 사용하곤 했다. 약속된 한날한시에 인도인들이 운영하는 상점들이 모두 문을 걸어 잠갔기에 영국 식민통치자들도 굉장히 골치 아파하는 수단 중 하나였다. 또한 다른 저항수단에 비해 상대적으로 평화적이며 적은 피를 흘림과 동시에 가장 확실한 효력을 지니고 있어 현대사회에서도 자주 통용되고 있다하지만 서문에서도 언급했듯이 올해Bharat Bandh는 이전과는 달리 폭력적인 색깔이 짙었다. 과거 공권력의 과잉진압으로 인해 시위대 측에서 사망자가 발생한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이처럼 시위대가 무력을 먼저 사용하면서 사상자가 생긴 건 전례 없던 일이다. 무엇이 Bandh에 광기를 불어 넣었는가?

 

2. 올해 Bharat Bandh를 촉발한 원인과 배경

 

상기한 것처럼 Bharat Bandh는 올해의 단발적인 사태가 아니다. 동일한 명칭 아래 2015년에도 전국적인 규모로 발발했는데, 당시 시위대가 지적한 부분들은 물가 및 고용 안정최저임금 보장철도와 방위사업의 민영화 금지 등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부분과 공공부문 서비스의 개선이 주를 이뤘다. 무력충돌로 인한 사망자가 없었을 뿐더러, 해당 Bandh를 통해 소기의 성과들이 존재했기에 15년도의 Bandh야말로 Bandh의 표본이자 모범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올해Bandh는 성향이 완전히 다르다. 정치적인 색깔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인도에서 가장 민감한 카스트 문제가 대두되었기 때문이다. 명확한 이해를 위해 우리는 20여 년의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 1989년에 주목해야 한다. 영국의 지배에서 벗어나 독립한 후에도 인도엔 여전히 카스트에 말미암은 차별과 잔혹행위들이 만연했다. 심지어 헌법조항에 카스트로 인한 차별을 철폐한다는 내용이 들어갔는데도 말이다. 불가촉천민(이하 달리트라고 칭함)들은 마을 및 지역사회에서 소외당하기 일쑤였으며, 심지어 길가에 널브러진 소똥을 억지로 먹이거나 이유도 없이 눈에 띄면 폭행하는 등 물리적인 수단도 거리낌 없이 자행되었다. 이를 보다 못한 정부에서 최하위계층에 속한 달리트들을 보호하기 위한 방법으로 제정한 것이 1989, SC-ST(Scheduled Caste & Scheduled Tribe)를 대상으로 한 잔학행위 금지법(Prevention of Atrocities)이다. 이를 통해 조금이나마 불가촉천민들을 대상으로 한 비인간적인 행위들이 줄어들 수 있었다.

 

, 여기까지만 보면 잔학행위 금지법은 매우 훌륭한 기능을 보여줬다. 그런데 세월이 지나면서 이 잔학행위 금지법으로 인해 심각한 폐단이 발생하게 된다. 금지법이 제정되기 전까지 달리트는 어떤 짓을 당해도 법원에 갈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아니, 설령 법원에 고소장을 제출해도 효력이 없었다고 말하는 게 정확하다. 법원과 판사들이 달리트가 피고인 사건을 처리하는데 매우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인도 법원의 자료에 따르면, 1989년 이전에 달리트가 피고인 사건이 법적 절차를 밟아 처리되는 비율은 전체 중 1퍼센트를 채 넘지 못했다그래서 잔학행위 금지법에는 잔학행위와 관련된 사건이 접수될시, 기존의 복잡한 법적 절차를 생략한 채 즉각적으로 조치될 수 있도록 한다라는 조항이 붙었다. 이는 달리트들을 보호하는데 큰 역할을 했지만, 동시에 문제의 씨앗이 되었다. 본래의 취지를 벗어나, 달리트들이 상위 카스트들을 해코지하고자 허위로 신고하는 비율이 날이 갈수록 늘어난 탓이다. 이 경우, 잔학행위 금지법의 조항에 따라 즉시 법원에 의해 조사 및 법적 처벌이 이루어졌으므로 억울한 피해자들이 적지 않게 발생했다.

 

결국 올해 320, 인도의 대법원은 이를 잘못된 조항으로 인식하여 폐지하고자 한다. 공무원 및 시민들이 즉각 체포심판될 수 없으며, 오로지 법적인 절차를 통해서만 처벌될 수 있다는 내용이 공포되자 달리트들은 분노하기에 이른다. 사실 허위 신고하는 경우를 감안하더라도, 여전히 잔학행위 금지법은 실효성이 있었다. 그런데 그저 부정적인 면만 부각하여 실효성을 대폭 꺾어버린 대법원의 판단은 공분을 살 여지가 충분했다. 더불어 인도의 정치적인 상황을 봐야 한다. 2014년 총선 때, 당시 인도의 공권력을 장악하고 있던 인도국민회의(INC, 이하 INC라고 칭함)는 총리로 당선된 나렌드라 모디(N. Modhi)를 중심으로 한 인도인민당(BJP, 이하 BJP라고 칭함)에게 여당의 자리를 빼앗겼다. 모디와 BJP 정부는 지방정부 단위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는 등 탄탄대로를 걸었다. 하지만 BJP의 경우엔 힌두교 극우주의적인 성향을 띈다. 때문에 그들의 주요한 목표는 상위 카스트에 속한 중산층들이었으며, 무슬림(Muslim)들이나 달리트 등은 별다른 혜택을 받지 못한 채 힌두교 극우주의자들의 만만한 먹잇감으로 전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잔학행위 금지법까지 축소했으니, 달리트들의 입장에선 BJP 주축의 정부가 자신들의 마지막 숨통까지 막아버리려는 것처럼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칼럼의 주제인 Bharat Bandh가 그토록 격렬하고 폭력적이게 진행된 것이다.

 

사태 완화를 위해 인도의 대법원장 디팍 미스라(D. Misra)가 분노한 시위대를 진정시키고자 잔학행위 금지법 관련 성명문을 발표했고, INC의 의장 라훌 간디(R. Gandhi)가 평화를 촉구하는 연설을 하는 등 정부적 차원에서의 노력이 있었다. 하지만 이는 그저 일시적인 진정제에 지나지 않는다. 잔학행위 금지법, 더 나아가 달리트 등의 하위 카스트가 직면한 정치적인 불균형과 차별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는다면 다음의 Bharat Bandh 또한 이번과 같이 피와 재의 냄새에 찌들 수밖에 없다.

 

사진출처:

http://indianexpress.com/article/india/india-news-india/bharat-bandh-live-demonetisation-nationwide-protest-shutdown-congress-bjp-narendra-modi-mamata-banerjee-rahul-gandhi-parliament-4398943/?#liveblogstart

참고사이트:

https://timesofindia.indiatimes.com/india/sc/st-act-ruling-centre-to-file-review-petition-amid-bharat-bandh/articleshow/63574756.cms

https://en.wikipedia.org/wiki/Bandh

http://zeenews.india.com/india/congress-to-observe-fast-on-april-9-at-rajghat-for-communal-harmony-rahul-gandhi-to-take-part-2097894.html

http://zeenews.india.com/business/news/economy/reasons-behind-sept-2-bharat-bandh_135021.html

https://www.firstpost.com/india/bharat-bandh-2018-live-updates-dalit-protest-against-scheduled-caste-scheduled-tribe-act-turns-violent-1-dead-in-madhya-pradesh-4414923.html

http://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15036122&memberNo=30808112&vType=VERTICAL

 

오늘의 음악이야기 : 전체를 들어야 하는 이유

 

오늘은 한 아티스트와 앨범을 추천하는 대신, 제가 늘 버릇처럼 적는 구절에 대해 조금 설명하고자 합니다. 지난 네 편의 음악추천에서 저는 항상 앨범 전체를 듣는 것이야말로 그 앨범을 가장 잘 느끼고 즐길 수 있는 방법이다라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왜 하필 전체를 들으라고 종용했을까요? 아티스트가 만든 게 개별의 곡이 아닌 앨범이니까?

이 말도 일리는 있습니다만, 가장 큰 이유는 유기성때문입니다. 비유하자면 하나의 앨범은 한 권의 책과 같습니다. 물론 책의 일정한 부분들만 읽어도 분명히 문학적인 가치와 예술성을 느낄 수도 있을 겁니다. 시집의 경우에는 더욱이 그러하겠죠. 하지만, 미시적으로 바라봤을 때 이해하기 힘들고 불친절한 케이스도 다소 존재합니다. 제가 읽어봤던 책 중에선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가 그러했죠. 이 책의 표지를 열고 아무 페이지나 펼쳐보면 이게 대체 무슨 소리냐라는 혼잣말이 나옵니다. 조이스의 작품관이 매우 뒤틀려있고 까다로운 게 주효합니다만, 그래도 처음부터 찬찬히 살펴봐야 갈피라도 잡을 수가 있더군요. 전체를 전부 읽어야 작가의 의중을 파악할 수 있듯이, 한 앨범에는 아티스트가 그려내고자 했던 하나의 세계가 존재합니다. 소위 힙합의 골든 에라(Golden era) 시절, 데뷔하자마자 광풍을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소포모어 징크스(Sophomore Jinx)의 대표주자로 손꼽히게 된 래퍼 나스(Nas)<illmatic>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앨범을 구성하는 곡들의 프로듀싱과 랩 스킬이 뛰어나기에 주목받은 부분도 있지만, <illmatic>‘1990년대 미국 슬럼(Slum)가와 게토(Ghetto)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흑인의 삶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어 힙합 신 불후의 명작 중 하나로 꼽힐 수 있었습니다그러니, 차후에 추천하는 앨범들을 부디 한 번쯤은 정주행 해보셨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런 짤막한 주절거림을 썼습니다. 다음엔 여러분들이 잘 알지 못했던좋은 아티스트와 앨범 추천으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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