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조현우

델리대학교에서 한 학기 동안 교류학생으로 파견된 조현우라고 합니다.

객관적인 주제들 - 정치, 시사, 문화, 유명장소 등 - 을 다루지만, 독자 분들과 보다 긴밀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주관적인 형식을 다소 띄게 될 예정입니다.

교감하고 공감될 수 있는 칼럼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Title 네 번째 칼럼 <만신(萬神)을 위한 성전(聖殿), 바하이 사원>
Writer 로컬리티센터 Date 18-04-10 09:52 Read 644

본문

미국이 인종의 용광로, 멜팅 팟(Melting Pot)이라면, 인도는 인종뿐만 아니라 다양한 종교까지 서로 녹아 엉겨버린 용광로라고 할 수 있다. 비록 영토가 드넓다고는 하지만 힌두교·이슬람교·불교·시크교·기독교 그리고 그 외 셀 수 없는 소수 종교들까지- 지구상에서 하나의 경계 안에 이처럼 많은 믿음을 품고 있는 국가가 또 있을까?

그렇게 다양한 믿음이 존재하는 만큼, 독실함인지 맹신(盲信)인지 모를 것으로 인한 분쟁 또한 엄청나다. 힌두와 이슬람 간의 첨예한 대립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지 오래고, 지금 이 순간에도 물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표면상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 다툼이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난데없이 왜 종교에 대한 장광설을 펼치느냐고 묻는다면, 이번 칼럼의 주제가 사원이기 때문이라고 대답하겠다. 상기했듯이 다양한 종교가 존재하고, 그 종교를 믿는 신자들을 위한 시설들 또한 굉장히 많다. 단순한 관광객들도 써내려갈 수 있는 글은 쓰지 않으려고 했지만- 소위 연꽃 사원으로 잘 알려진 바하이 사원과 관련된 정보와 필자가 받은 느낌 등에 대하여 적어보고자 한다.

 

바하이 신앙이란?

 

이름에서도 짐작이 가능하지만 바하이 사원은 본래 바하이 신앙의 신자들을 위하여 지어진 장소다. 19세기의 페르시아에서 바하올라(Bahá'u'lláh)라는 인물에 의해 창시된 바하이교는 유일신 신봉이라는 사상을 내세웠다. 특이한 점이라면 그리스도무함마드자라투스트라 등 각 종교의 창시자들을 자신들 하느님이 보낸 현시자(顯示者)라 생각하며 그들의 고유한 가르침 또한 옳다고 여긴다. 간략히 말하자면 모든 종교를 융합하고자 하는 목표를 지닌다.

창시자 바하올라가 필자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교리를 세웠는지는 모르겠지만 바하이교의 교리는 매우 지능적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바하이교의 모태는 현재의 파키스탄 지역이다. 현재와 마찬가지로 당시에도 그 지역은 이슬람교가 절대 우위를 차지하고 있었는데, 많은 이들이 알다시피 이슬람교는 이단을 용납하지 않는다. 그런 곳에서 오로지 우리의 신만이 옳으며, 다른 종교들은 인정하지 못한다등의 뉘앙스를 흩뿌리는 종교를 창시했다면 어찌 되었을까? 짓밟혔을 게 뻔하다. 이슬람이 아닌 타 종교가 실세로 자리 잡은 지역에서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실제 바하이교의 역사를 살펴보면, 바하올라는 이단으로 간주되는 종교를 창시한 탓에 오스만 제국으로 추방되어 죽을 때까지 갇혀있었다. 이후 바하올라의 아들 압돌바하(Abdu'l-Bahá)와 증손자 쇼기 이펜디(Shoghi Effendi)는 기존의 페르시아오스만 제국에서 더 나아가 미국과 유럽 등지에도 신앙을 전파하게 된다. 그리하여 현재 약 500만 명의 바하이교 신도가 산재해있다. 

 

2. 사원 방문, 그리고 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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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하이 사원의 정경. 종교적인 부분을 떠나서,

 건축의 조형미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시드니의 오페라 하우스와 비슷하게 생긴 바하이 사원. 잘 관리한, 넓디넓은 정원과 함께 조화로이 어우러진 탓인지 현지인과 외국인 구분 없이 많은 인파가 몰렸던 기억이 난다. 외국인이 입장하려면 현지인의 수십 배에 달하는 요금을 물어야하는 타 명소와는 달리 입장료가 없어서 좋았는데, 실제로 그런 요금을 지불할 때 왜인지 모르게 바가지를 쓰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만약 바하이 사원이라는 사전정보를 알지 못한다면, 아마 적잖은 사람들이 이곳을 유원지 혹은 공원쯤으로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만큼 종교적인 색채가 짙지도 않을뿐더러, 종교를 떠올리게 만드는 신상(神像)이나 표식 하나조차 없다. 아이들을 데려온 가족들이 거닐고, 연인들과 관광객들이 자유로이 사진을 찍는 모습에서 신성(神性)을 찾기란 쉽지 않다. 신성의 자취를 느낄 수 있는 건 사원 안으로 입장하기 위한 기나긴 대열에 합류했을 때부터다. 사원 건물을 조밀하게 둘러싼 푸른빛의 인공연못과 그 주변에서 관람객들을 날카로운 눈초리로 주시하고 있는 경비원들을 지나치면, 이런 문구들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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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하나의 나라이며 인류는 그 나라의 시민이다 - 바하올라

 

 

바하이교의 신앙과 신념을 가장 잘 드러내는 문구인 듯하다. 국적, 인종, 종교 등을 불문하고 지구라는 하나의 거시적인 개념 하에 전체를 융화하자는 기치를 엿보인다. 사원 측에서 지급하는 쇼핑백 비스무리한 가방 안에 벗은 신발을 넣고 나면 비로소 입구에 서게 된다. 힌디어와 영어로 주의사항에 대해 설명을 듣고 내부로 입장할 수 있었다.

유려한 외부와는 달리 별다른 것은 없다. 질서정연하게 배열된 긴 의자와 연단(演壇) 하나만이 있을 뿐이다. 입술을 검지로 살포시 누르며 조용히 하라는 몸짓을 취하는 몇몇 직원들 뒤로 한 사람이 연단에 올라왔다. 영 알아듣지 못할 언어로 무언가를 정성스레 읊조리는 그를 보면서 고개를 갸우뚱하다, 그 다음에 이어진 기독교의 주기도문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바하이 사원에선 기도시간마다 방문객 각자의 종교에 알맞게 기도를 드릴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했는데, 저것이 바로 그 도움인 걸 안 탓이다. 필자는 종교가 없기에 그저 주위 광경을 둘러보다 건물을 빠져나왔다.

 

뭐라고 해야 할까, 비록 종교적인 건축물이지만 강제성을 받지 못했다. 교회, 모스크(Mosque), 만디르(Mandir), 구루드와라(Gurudwara). 각 종교의 성전은 자신들의 신 혹은 선각자(先覺者)를 향한 열망을 열렬하게 드러낸다. 위에서 말한 신상을 비롯하여 각종 징표, 상징물 등 자신들의 믿음을 물질로 현현하는데 여념이 없다. 종교가 발아하던 초기 시절, 보다 효과적인 전파를 위해 신성을 인세(人世)의 방법으로 드러내어 신앙을 심어주던 방법이 지금까지도 남아있는 셈이다.

하지만 바하이 사원은 달랐다. 위에서 언급한 각 종교의 건축물들에 비교하면 얼핏 초라하게 느껴질 만큼 무색무취에 가깝다. 만신을 포용하겠다는 드넓은 마음의 표현일지, 아니면 어떠한 종교를 가졌더라도 개의치 않는다는 광오함의 표현일지는 두고 봐야 알 것이다.

 

참고사이트

https://en.wikipedia.org/wiki/Bah%C3%A1%27%C3%AD_Fai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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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추천 : Massive Attack Heligoland

 

장 미셸 바스키아((Jean Michel Basquiat)의 죽음 이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그래피티(Graffiti) 아티스트이자 유명 갤러리에 자신의 작품을 몰래 내거는 도둑 전시를 통해 아트 테러리스트라는 악명에 가까운 명성을 얻은 뱅크시(Banksy)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가 음악에 발을 딛음으로써 그래피티는 한 걸음 더 답보할 기회를 놓쳤다라고. 그의 이름은 로버트 델 나자(Robert Del Naja), 매시브 어택의 프로듀서이자 보컬리스트, 커버 아트 디자이너인 사람입니다. 모든 트립합(Trip-hop) 뮤지션들이 존경하는 대상이자 반드시 넘어야 하는 벽으로 알려진 그들의 다섯 번째 정규반, 헬리골란드가 오늘의 추천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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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시브 어택은 30년 가까이 트립합 필드의 제왕 격으로 군림하고 있는 그룹입니다. 모든 앨범들이 하나하나 주옥같기에 필자도 무엇을 추천할지 굉장히 고민했습니다만, 가장 최근에 발매되었고 그래봤자 2010년이지만요 아트 커버 또한 기존엔 그래픽 디자이너였던 톰 힝스톤(Tom Hingston)과 협업했지만 헬리골란드부터는 로버트 델 나자만의 독자적인 작품을 선보였기에 의미가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앨범을 한 마디에 표현하자면, ‘섹시하다가 제일 적절할 것 같습니다. 이걸 활자로 설명하기가 난감하네요. 아마 들어보시면 알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앨범의 특정한 곡들만 추천하는 건 가히 모욕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래도 몇 곡을 굳이 추천하자면.

 

1. Pray for rain

2. Psyche

3. Paradise Circus

4. Atlas air

 

물론, 앨범 전체를 모두 청취하는 것이야말로 한 앨범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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