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조현우

델리대학교에서 한 학기 동안 교류학생으로 파견된 조현우라고 합니다.

객관적인 주제들 - 정치, 시사, 문화, 유명장소 등 - 을 다루지만, 독자 분들과 보다 긴밀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주관적인 형식을 다소 띄게 될 예정입니다.

교감하고 공감될 수 있는 칼럼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Title 두 번째 칼럼 <색(色)의 축제, 홀리>
Writer 로컬리티센터 Date 18-03-16 10:33 Read 772

본문

지난 번 칼럼과의 유기통일성은 떨어지리라 생각하지만, 이번 칼럼에서는 인도에서 벌어지는 축제 중에서도 손꼽히는 홀리(Holi)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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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난데없이 홀리 축제를 주제로 삼게 된 이유는, 필자가 홀리 축제를 직접 겪었기 때문이다. 사실 홀리라는 축제의 존재는 인도 문화와 관련된 강의를 수강하면서 알고 있었으나 말 그대로 수박 겉핥기식으로 파악한 상태였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7+1 프로그램을 위해 인도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축제는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고.

인도라는 낯선 타지에 미처 적응하기도 전, 구르가온 지역에서 인턴 생활을 하고 있는 학과 선배와 함께 현지인의 집에 방문하여 홀리 축제를 즐길 기회를 얻게 되었다. 이 기회를 통해 귀중한 경험을 했고, 이 여운을 잊지 않고자 칼럼을 작성하려고 한다.

 

1. 홀리의 기원

 

처음에는 인도 아대륙과 네팔 등지라는 국한된 지역에서만 기념하던 홀리 축제는, 세계 각국에 거주하고 있는 인도인들에 의해 시작되어 이젠 미국, 스페인 심지어 한국 등지에서도 매년 벌어지고 있는 추세다. 이렇게 점차 세계적인 축제로 발전하고 있는 홀리 축제에는 어떠한 배경이 있을까?

검색엔진에 홀리 축제를 검색해보면, 사람들은 이 축제를 통해 권선징악(勸善懲惡)을 되새기며 유념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하지만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홀리의 광경과 권선징악은 결부시키기 쉽지 않다. 홀리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범인(凡人)들에게 잘 조명되지 않는 홀리까 다한(Holika Dahan), 홀리 축제의 전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힌두교의 경전 중 하나인 바가바타 뿌라나에 의하면, 히라냐까쉬푸(Hiranyakashipu)라고 불리는 사악한 아수라(Asura)들의 왕이 살았다고 한다. 그는 트리무르티(Trimurti, 삼주신) 중 하나인 브라흐마의 축복(Boon)을 받아 불사의 육신을 얻게 되었고, 이에 점점 거만해지면서 급기야 스스로를 신이라 칭하며 모두에게 자신을 믿으라고 종용했다. 그러나 히라냐까쉬푸의 아들 쁘랄라다(Prahlada)는 오직 비슈누만을 섬기겠다며 아버지의 뜻을 거절했다. 분노한 왕은 여동생 홀리까(Holika)와 함께 아들을 죽일 계략을 짰다. 홀리까에겐 모든 불로부터 착용자를 보호하는 망토가 있었는데, 이를 착용한 상태에서 쁘랄라다를 속여 장작더미 위에 함께 앉으면 불을 질러 그를 죽이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약조했던 대로 두 사람이 함께 앉자 장작더미에 불이 번졌고, 순간 한 줄기의 바람이 불어 홀리까가 두르고 있던 망토가 날아가 그대로 쁘랄라다를 감쌌다. 홀리까의 육신이 불타버린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인도인들은 홀리 전날을 홀리까 다한이라고 부르며, 신화 속에서 선한 쁘랄라다가 구원받았듯이 높게 쌓아올린 장작더미를 불태우면서 자신들의 무의식에 존재하는 악 또한 같이 불사른다는 개념의 의식을 치르는 것이다. 이후에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듯이, 온갖 색깔의 가루와 물감을 서로에게 묻히는 광경이 펼쳐진다.

 

2. 홀리 속으로

 

사실 홀리 축제를 본격적으로 즐겨보기 전 많이 우려했던 게 사실이다. 피아(彼我)를 가리지 않는 물감 세례는 둘째치더라도, 온갖 색깔의 물감으로 얼룩지게 될 옷과 피부는 고사하더라도, 인체에 유해한 물감으로 인해 실명되는 사람이 매년 발생한다는 정보를 머릿속에 떠올렸을 때 그냥 집에만 있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운명이겠다 싶어 숙소를 나섰다. 물론, 휴대폰을 지퍼백에 고이 모셔두는 등 만반의 채비는 갖추고.

그런데 맹공(?)은 펼쳐지지 않았다. 숙소 앞에서뿐만 아니라 현지인이 살고 있다는 동네에 내렸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언제나 그랬듯 이방인을 신기하게 바라보는 눈초리가 느껴지고, 분명 화려하게 얼룩진 인도인들이 심심찮게 지나다님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다른 문화권에 존재하는 이를 존중하는 것인지, 아니면 행여나 잘못 물감을 던졌다가 불상사가 일어날까봐 두려운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나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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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된 갖가지 음식을 쟁반에 조금씩 덜어서 먹는 탈리(Thali).

원래 먹지 못하는 오이를 제외하고 입에 잘 맞았다.

 

식사를 대접받으면서 몇 가지 알게 된 사실이 있는데, 우선 방문객이 부엌이나 주방에 들어가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한다. 그럴 경우엔 초대한 측에서 내가 미처 챙기지 못한 부분이 있었나?’라고 생각하게 된다고. 비슷한 맥락에서 음식을 남김없이 먹어치우는 것도 마찬가지. 준비한 양이 부족하다는 무언의 시위와 동일하게 여겨진다는 것이다. 배를 채우고, 건물 옥상에 올라가 약식으로 우리끼리 홀리를 즐기기로 했다. 물감을 바르기 전엔 거부감이 들었지만 막상 한 번 시작하니 의외로 괜찮았다. 유대감의 형성을 느꼈다고 하면 옳은 표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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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여성이 선배의 친구인 알리샤(Alicia). 그녀는 한국 드라마를 접한 이후,
한국문화원에서 한국어를 공부하는 중이라고 했다.

 

대략 삼십분 가량 우리만의 홀리 축제를 즐기다가, 알리샤의 이웃인 건너편 집에도 방문했다. 그곳에는 아주 유쾌한 아저씨가 한 분 계셨는데, 분명히 외국인인데다가 처음 보는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Happy Holi!’를 외치며 값이 꽤 나갈 것임에 분명한 위스키를 개봉해서 나누어주고 보물처럼 소중하게 간직한, 과거 인도 아대륙에서 통용된 여러 종류의 화폐를 보여주는 등 매우 호의적인 모습을 보여주셨다. 생각지도 못한 귀중한 경험 때문일까, 덕분에 집 앞 공터에서 차량에 장착된 우퍼로 발리우드 음악을 틀어두고 다함께 춤추기도 했다. 인도에서 처음으로 보낸, 아주 즐겁고 유의미한 시간이었다.

축제에서 벗어난 뒤의 소감에 대해 적어보자면, 일단 거부감을 전혀 느끼지 못했던 게 놀라웠다. 필자는 본인 스스로를 약간 배타적이라고 생각했는데, 홀리 축제는 내재된 벽을 가볍게 타넘고 들어왔다. 음식, 노래, 웃음과 사람- 긍정적인 요소들의 완벽한 합치(合致)는 모두의 뇌를 좋은 쪽으로 마비시키기엔 충분했다.

물론 슬프게도, 우리는 여전히 눈에 잘 띄고 범죄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현저히 높은 외국인임을 감안하여 현실에 어느 정도 발을 걸쳐야만 한다. 그러나 두려워하기만 한다면, 일말의 가능성에 몸을 사린다면 과연 제대로 된 경험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는 분명하다. 필자가 처음에 품고 있던 생각을 고집스럽게 고수했다면, 상기된 이야기는 존재하지 않았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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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집에서 본 옛 시절 화폐 중 하나인, 동인도회사의 아나(Anna).

값어치를 떠나서 자신이 보물처럼 여기는 물건을 처음 본 낯선 이에게 선뜻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홀리 축제를 통해 느낀 가장 보람찬 것은, 모국(母國)과 떨어진

타지에서 맛본 정()이었다.

 

 

 

사진 출처

1번 사진 : https://www.tripsavvy.com/places-to-celebrate-holi-in-india-1539269

나머지 사진 : 필자 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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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추천 : Nomak Ca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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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에서 추천했던 누자베스의 등장 이후,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Japan Mellow Hiphop’이라는, 기존 ATCQ(A Tribe Called Quest)Gangstarr 등의 아티스트들이 구축한 정통 재즈힙합과는 또 다른 의미의 재즈힙합 장르가 탄생했습니다. 수많은 프로듀서들과 DJ들이 달콤하고 부드러운 선율 혹은 그 위에 랩을 얹어왔습니다만, 그저 누자베스의 아류 혹은 양산된 재즈힙합이라는 혹평을 받으며 사라져갔습니다. 그러나 노막은 조금 달랐습니다. 조금 과장되었다고 생각하지만, ‘누자베스와 함께 일본 재즈힙합의 양대 산맥으로까지 한 음악 사이트에서 소개되었으니까요.

냉정하게 평가해서 저는 <Calm>이라는 앨범 자체의 완성도가 지난 번 <Modal Soul>의 절반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분명히 비트메이킹 자체는 훌륭하지만 중간마다 등장하는 MC들의 가사와 플로우가 역으로 곡의 몰입도와 느낌을 해쳤기 때문이죠. 들어보시면 분명히 느끼시게 될 겁니다. 물론, 아닌 분들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히 여러분들에게 <Calm>을 소개하는 이유는, 앨범 속에 숨어있는 명곡들을 함께 공유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일단 가사가 없는 인스트루멘탈 곡들은 전부 추천할 만합니다만, 필자는 다음 세 곡이야말로 <Calm>의 알파이자 오메가라고 생각합니다.

 

1. Sanctuary

2. Ultimate Eternity(Lyrics From; Lord Tennyson - The Princess: The Splendour Falls on Castle Walls)

3. Blessing Dance

 

차분하고 정적인 느낌을 받고 싶으시다면 12번 트랙을, 스네어 드럼의 급박한 질감과 민속적인 느낌을 원하신다면 3번 트랙을 찾아 들어보시면 되겠습니다. 개인적으로 파일 공유를 하고 싶기도 합니다만, 저작권 문제로 인해 그럴 수 없음이 슬프네요. 그럼, 머잖아 다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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