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 열 일곱 번째 칼럼 <칼럼을 마치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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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 로컬리티센터 | Date | 18-08-22 11:01 | Read | 3,446 |
본문
칼럼을 마치며
어느덧 마지막 칼럼이다. 6개월이라는 시간이 빠르게 흘렀음을 느끼게 만드는 가장 커다란 지표가 아닐까 싶다. 최종장인만큼 객관적인 정보 전달을 대신하여 인도에 대한 필자의 생각 및 로컬리티센터 리포터 활동에 대한 소감을 간략히 적어볼 예정이다.
1. 인도는 인도일뿐
4개월 동안 인도 현지에서 지내본 결과, 첫 번째 칼럼에서 언급했듯이 ‘인도는 그저 인도다’라는 생각은 추호도 변하지 않았다. 엄연히 개인의 경험에 따라 인도에 대한 평가는 달라지기 마련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에겐 인도가 상당히 괜찮은 나라였다.
가장 먼저 색다른 바이닐 디깅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한국에서도 바이닐을 구매하기 위해 단순한 레코드샵부터 매년 개최되는 레코드페어 행사, 판매자의 자택 방문과 황학동 풍물시장 등 여러 곳을 다녀봤다. 하지만 인도에서의 바이닐 디깅은 그것보다 더 특별했다. 레코드샵 주인들 모두 아시아인, 그것도 한국 사람의 방문을 굉장히 신기해했다. 국내에서도 드물게 인도 바이닐을 수집하고 취급하는 판매자와 DJ들이 있으나, ‘인도의 바이닐’ 편에서 언급했듯 현지에서 직접 공수하지 않는 탓이다. 원하는 판들을 전부 청취할 수 없어 부득이하게 블라인드 디깅(Blind Digging)1)을 해야만 했던 경험도 좋았고, 레코드샵 주인들의 종교가 모두 달랐던 점 – 힌두교, 이슬람교, 시크교 - 도 재밌었다. 덕분에 다채로운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웠던 생각이 난다.
그리고 뉴델리를 해부하듯이 다녀본 것도 좋았다고 생각된다. 필자는 체류 초기에 인도의 랜드마크인 타지마할을 보기 위해 아그라 지역으로 떠난 걸 제외하면, 뉴델리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대신 원래부터 걷기와 자전거 타기 등을 좋아했기에, 40도를 넘나드는 날씨에 도보와 지하철로 뉴델리를 샅샅이 여행했다. 같은 숙소에 사는 인원들은 ‘왜 사서 고생을 하느냐. 돈도 얼마 들지 않으니 우버를 타고 다니는 게 낫다’라고 하며 미친 사람 취급했지만, 필자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필자는 7+1 프로그램의 진의(眞義)가 단순한 어학연수와 학점취득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인도학 전공을 수학하는 인원으로서, 4개월에서 반년이라는 기간은 수박 겉핥기식으로 알던 인도를 보다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다. 인도인 친구 사귀기․다양한 지역 여행하기 등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필자는 불완전하게나마 ‘인도인들처럼 살아보는 것’이 가장 좋다고 판단했다. 제아무리 인도인을 많이 만나고 여러 곳을 돌아다니면 뭐하겠는가. ‘나는 외지인이고, 내가 살던 방식대로만 살 거야’라며 거리를 둔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말이다. 그래서 적어도 이동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자가용 없는 하층민들의 방식을 고수한 것 같다. 퇴근시간․주말의 붐비는 지하철 안에서 사람에 치여 보기도 하고, 45도인 오후에 학교에서 숙소까지 2시간을 걸어가기도 했다. 그제야 이전까지 이상했던 요소들이 이해가 됐다. 1L짜리 페트병 하나가 20루피임에도 왜 2루피에 물 한 잔을 판매하는 노점상들이 즐비한 것인지, 릭샤왈라들은 어째서 대낮에 그늘 아래에서 낮잠을 청하는지. 목적지에만 내려주는 우버에 의존했다면 보고 경험하지 못했을 것들이 무척이나 많았다. 그래서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지 못해 아쉬워도 후회하지는 않는 듯하다.
물론 안 좋은 경험도 더러 있었다. 배앓이와 몸살 같은 신체적 문제부터 외국인에게 바가지를 씌우려는 노점상과 내민 손으로 내 콧등을 때린 거지 할머니와 같은 사람 관련 문제까지. 꼭 좋다고만 할 수 없었지만, 필자에게는 대체적으로 괜찮았던 국가가 인도였다. 그래서 ‘인도는 좋은 나라다. 꼭 가보길 추천한다’라는 생각 대신, ‘바이닐과 여행을 위해 다시금 가볼만한 나라’ 혹은 ‘해외취업도 괜찮은 나라’ 정도로 판단하는 중이다. 어디까지나 인도는 인도일뿐이지, 필자가 호오(好惡)를 결정할 수 있는 곳은 아니니까.
2. 리포터 활동에 대하여
한 학기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준 요소가 로컬리티센터의 리포터 활동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대학생 신분으로 자신의 글을 꾸준히 기고하기란 쉬운 경험이 아니다. 하물며 그것이 SNS가 아닌, 학교 홈페이지라는 일종의 권위 있는 곳이라면 더욱더. 그런 리포터 활동이었기에 필자가 느꼈던 바와 아쉬웠던 점 등을 서술해보겠다.
‘칼럼’이라는 정형화된 형식의 글을 작성해보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리포터 활동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중학교 2학년 무렵부터 최근까지 여러 장르의 소설을 써왔다. 리포터 활동을 신청한 저의에는 ‘여러 사람들에게 나의 글을 보여줄 수 있는 계기’도 있었고. 하지만 칼럼은 리포트․소설과는 방향이 많이 달랐고, 초기에 많은 고생을 했다. 그래도 평소에 생각해보지 않았던 주제로 낯선 형식의 글을 작성함으로써 필자의 작문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됐다. 이 밖에도 즉각적인 피드백․장학금 수혜 기회 등 여러 좋은 점들을 생각해보면, 다른 이들에게 추천할만한 활동인 것 같다.
반면 아쉬웠던 점 – 리포터 활동 자체가 아닌, 리포터들에 대한 - 도 있다. 바로 리포터 활동의 지속성이다. 본격적으로 리포터 활동을 시작하기 전, 필자는 이전 기수 리포터들의 칼럼들을 전부 다 훑어본 기억이 있다. 그 중에서 적잖은 인원이 중도에 칼럼 기고를 포기한다는 게 안타까웠다. 학교기관의 지원을 받으며 이런 활동을 하는 경험의 기회를 잡기란 어렵다. 그럼에도 개인적 사정인지, 아니면 창작에 대한 염증인지 모를 이유로 인해 낙마하는 건 스스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활동은 타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향후 리포터 활동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지양해야 할 자세다.
3. 마치며
머리 아프지만 즐거웠다- 라는 한 문장으로 평가가 되지 않을까 싶다. 처음엔 막막했던 주제 선정도 인도에 관심을 가지다 보니 크게 어렵지 않았고, 무엇보다 음악과 바이닐 등 필자가 좋아하는 주제와 결부시킨 글을 타인에게 선보일 수 있어서 행복했다. 7+1 프로그램과 리포터 활동을 통해 인도라는 나라를 조금 더 좋아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차후에도 이런 활동들이 누군가에게 인도를 색다른 시각으로 받아들이게 만드는 계기로 작용하기를 바라는 바다.
마지막 음악 이야기 : 누자베스와 바이닐
음악 관련 글도 이게 마지막이네요. 타지로 향하는 설렘이 채 식지 않았던, 비행기 안에서 찍은 사진을 올린 게 엊그제 같은데 감회가 새롭습니다.
여태까지 그랬고, 앞으로도 좋아할 아티스트가 제겐 누자베스입니다. 그저 음악이 좋아서만은 아닙니다. 예전에도 언급한 바 있듯이 저는 굉장히 폐쇄적이고 내성적인 사람인데, 덕분에 수직적인 군대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스트레스가 절정에 달할 때는 좋지 않은 생각도 한 적이 있었고요. 그 때 TV에선 시청자들이 각자 원하는 영상을 올리는 곳이 있었습니다. 거기에서 처음 듣게 된 곡이 <Feather>였죠. 그 이후로 그의 노래들을 통해 많은 위안을 얻었고, 무사히 여기까지 오게 됐습니다.
바이닐 수집의 경우는, 처음에 누자베스의 작품들을 하나둘 사서 모으던 게 계기가 됐습니다. 어떤 음악과 아티스트를 좋아하고 존경을 표시하는데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을까요? 덕분에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취미를 갖게 되어 좋다고 생각합니다.
누자베스의, 혹은 누자베스가 프로듀싱했던 바이닐 및 컴팩트 디스크를 올리며 이만 글을 마칩니다. 개강이 얼마 남지 않은 이 시점, 남은 기간 몸조리와 함께 원하던 바 이루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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