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조현우

델리대학교에서 한 학기 동안 교류학생으로 파견된 조현우라고 합니다.

객관적인 주제들 - 정치, 시사, 문화, 유명장소 등 - 을 다루지만, 독자 분들과 보다 긴밀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주관적인 형식을 다소 띄게 될 예정입니다.

교감하고 공감될 수 있는 칼럼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Title 열 네 번째 칼럼 <인도의 언더그라운드, 힙합 >
Writer 로컬리티센터 Date 18-07-19 12:26 Read 1,375

본문

 

인도의 언더그라운드, 힙합

 

 

누누이 언급했듯 인도의 음악에 대한 한국의 이미지는 대단히 편협하다. 언제나 흥겹고 신나는 멜로디, 우스꽝스럽게 느껴지는 춤사위 그리고 발리우드 영화. 제시된 세 요소가 배제된 인도의 음악이 한국의 대중 매체에서 소개된 적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는 비단 힌두스타니 음악이 주류를 차지하는 것만이 이유가 아니라, 한국의 대중매체에서 인도의 음악이 희화(戲畫)에 사용되는 경우가 많아서일 것이다.

 

그러나 언어적 장벽과 문화적 괴리감으로 인해 조명을 받지 못했을 뿐, 인도의 음악 스펙트럼은 굉장히 넓다. 필자는 상대적으로 한국인에게 낯선 장르의 인도 음악에 대한 칼럼을 작성하기 위해 고민했다. 그리고 일반적인인도 음악의 이미지와 가장 동떨어졌다고 생각되는 힙합에 대해 소개하고자 결심했다. 이번 칼럼은 인도 힙합의 기원, 근황 및 필자의 기준에 괜찮다고 생각된 힙합 아티스트에 대한 소개에 관하여 다룰 예정이다.

 

1. 기원과 시작

 

사실 힙합이라는 장르 자체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기원에 대해선 여러 주장들이 있으나, 정설(定說)1970년대 뉴욕의 자치구 중 하나인 브롱크스(Bronx)의 개러지 클럽(Garage Club)과 바(Bar)에서 힙합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보고 있다. 데이비드 맨쿠소(David Mancuso)의 더 로프트(The Loft)래리 레반(Larry Levan)의 파라다이스 개러지(Paradise Garage) 등 언더그라운드 클럽이 유행하던 시절, 턴테이블을 사용해 음악을 트는 것에 그치지 않고 스크래치(Scratch)저글링(Juggling)믹싱(Mixing)을 하는 디제이와 그에 맞춰 춤추는 비보이, 랩을 하는 MC들이 등장했다는 것이다. 이후 80년대부터 비스티 보이즈(Beastie Boys)와 같은 아티스트들이 등장하며 힙합의 대중화가 시작된다.

 

그렇다면 인도 힙합​1)은 언제를 시발점으로 봐야 할까? 사실 이에 대해선 많은 논란이 있다. 어떤 것을 시발점으로 간주하느냐에 대한 의견차가 다수 존재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아파치 인디안(Apache Indian)을 인도 힙합의 시초로 꼽는다. 영국으로 이주한 펀자비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1991Movie Over India라는 싱글과 함께 아티스트로서의 커리어를 시작했고, Boom Shackalak이 메가 히트를 치면서 인기를 얻었다. 발매한 앨범들의 수록곡에도 인도 악기인도 음악 샘플링이 들어가며, 일부 앨범 커버에는 인도 국기가 들어가기도 했다. 이렇게 인도 고유의 색채를 집어넣은 힙합 음악을 널리 선보였기에 아파치 인디안을 인도 힙합의 대부라 부르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상기된 주장은 큰 설득력을 지니지 못한다. 일단 인도풍의 샘플링이 들어간 음악은 아파치 인디안 이전에도 다수 작곡됐는데, 힙합 음악도 적잖았다. 게다가 아파치 인디안의 음악은 가사가 전부 영어라는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오히려 상기 주장의 옹호자들의 논리대로라면 판자비 엠씨(Panjabi MC)가 더 자격을 갖추고 있다. 인도풍의 작곡과 샘플링, 그리고 인도어 가사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음악을 시작한 시기도 아파치 인디안과 동일한 1991년이다. 고로 인도 힙합에 대한 두 뮤지션의 공헌을 비교한다면, 판자비 엠씨가 인도 힙합의 시초가 되었고 아파치 인디안은 힙합 요소가 가미된 인도 음악을 유명하게 만들었다고 하는 게 정확할 것이다.

 

 

1) 여기서 힙합은, 통상적 힙합 문화가 아닌 힙합 음악, 즉 랩과 비트메이킹을 지칭한다.
 

 

2. 근황

 

아직까지 인도에서 힙합이 상업적인 가치를 크게 지니지 못하고 있다. 분명히 번안(飜案)곡과 랩 발라드(Rap Ballad) 등이 음악 시장에 나타나면서 신세대를 중심으로 인지도를 얻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타 장르에 비해 그 정도가 매우 미약하다. 이는 1990년대 골든 에라(Golden Era)부터 현재까지 힙합이 강세를 띄고 있는 미국과, <쇼미더머니>를 시작으로 힙합이 급격하게 상업성을 가지게 된 한국과는 다른 양상이다. 영화 산업과 밀접하게 연결된 인도 음악시장의 특성상, 힌두스타니 음악이 아닌 힙합 장르가 성행하기 힘든 환경 때문이라고 사료된다.

 

 

따라서 인도의 힙합은 보다 비상업적인 색채를 띤다. 영세 레이블과 크루가 힙합 씬(Scene)의 중심이 되고, 클럽바 등에서의 소규모 공연이 주를 이룬다. 재미있는 것은 인도에서도 영화 <8 마일>처럼 랩 배틀 대회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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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하우스 카스(House Khas)에서 열린 랩 배틀 대회의 한 장면과 광고.

 

필자도 굉장히 재밌기도 했고, 놀랍기도 했다. 아직까지 힙합의 불모지로 간주되는 인도에서 이런 랩 배틀 대회가 개최되고 있었다니. 여러 영상들이 올라와 있으니,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볼 법하다. 또한 여러 MC와 비트메이커들의 작품도 사운드클라우드(SoundCloud)애플 뮤직(Apple Music)과 같은 음악 유통 플랫폼에 활발히 올라오고 있다. 이런 루키들이 소니 뮤직 인디아(Sony Music India)와 같은 대규모 레이블에 선택될 날도 머지않았다고 생각된다. 현재 힙합은 범세계적인 인기를 구가(謳歌)하고 있는 음악 장르이며, 인도는 아직 그 흐름에 몸을 맡기지 않았을 뿐이다.

 

 

3. 추천하는 아티스트 - Sez On The B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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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z On The Beat(이하 Sez)의 사진. 실제 이름은 Sajeel Kapoor.

 

 

겉보기엔 평범한 인도 청년으로 보이지만, Sez는 인도의 힙합 씬에서 가장 주목받는 비트메이커다. 뭄바이를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왕성한 작업량수많은 MC들과의 콜라보레이션으로 많은 인지도를 얻었다. 델리대학교 컴퓨터 공학 학위를 받을 만큼 학업적 성취도가 뛰어났지만, 15살 때부터 취미활동으로 시작한 음악에 관심을 쏟아부어 지금의 위치까지 올랐다고 한다.

 

트렌디한 비트메이킹 실력을 인정받은 Sez2017년에 개봉한 타밀 영화 <Solo>OST에 참여한다. 그가 제작한 곡 Singa Kutty Bring On The Chaos는 많은 사랑을 받았고, 인정받는 추세에 힘입어 그는 자신만의 음악 유통 플랫폼 Stunnah Sez Beat를 만들기에 이른다. 뭄바이 지역 언론 미드데이(Midday)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비트 구매자와의 직접적인 소통을 위해, 그리고 공급자-소비자 모두에게 공평한 이익 분배를 위해 플랫폼을 만들었다. MC들과 뮤지션들이 내 고객이며, 그들의 팬이 내 비트의 애청자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답했다. 뛰어난 작곡 솜씨뿐만 아니라, 진정으로 인도 힙합 씬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멋지다고 생각하여 이렇게 추천하게 되었다.

 

4. 결론

 

많은 이들이 인도를 경제적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블루오션이라고 칭한다. 이번 칼럼을 작성하면서 필자는 인도가 경제 분야뿐만 아니라 음악 쪽으로도 굉장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인도 음악, 즉 힌두스타니 음악도 영원히 메인스트림으로 남아있을 순 없을 것이다. 1970~80년대를 주름잡았던 한국의 트로트가 아이돌과 발라드에게 자리를 내줬듯이 말이다. 새로운 움직임이 태동하고 있는 지금, 우리도 기존의 인도스러운 음악이라는 편견을 깨고 조금 더 다양한 음악 장르들에 눈길을 줘야 하지 않을까.

 

참고자료 출처:

힙합 블랙은 어떻게 세계를 점령했는가(김봉현, 글항아리, 2014)

https://en.wikipedia.org/wiki/Indian_hip_hop

https://www.mid-day.com/articles/meet-sajeel-kapoor-the-man-behind-divine-and-naezys-sick-beats/17895153

https://www.redbull.com/in-en/tags/music

https://www.thoughtco.com/history-of-hip-hop-1925-to-now-2857353

 

사진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8UjUu3VN0IM

https://www.mid-day.com/articles/meet-sajeel-kapoor-the-man-behind-divine-and-naezys-sick-beats/17895153

https://www.dfordelhi.in/rap-battle/

 

오늘의 추천 : V.A Tales Weaver Original Soundtrack +Plus

 

룬의 아이들시리즈 세계관을 바탕으로 2003년에 제작된 게임, <테일즈 위버>는 상업적으로 성행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세계관의 바탕이 되는 룬의 아이들이 가진 명성과 작품성을 생각한다면, 실패에 가깝다는 비판까지 받아왔죠. 하지만 그런 비평가들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부분은 바로 게임에 사용된 OST입니다.

국내 게임음악의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박진배(Esti)와 남구민(Nauts) 작곡가의 초기작부터 <테일즈 위버>가 일본에 서비스된 이후 추가된 곡들까지 전부 수록하고 있는 이 앨범은, 듣다 보면 향수를 불러일으키곤 합니다. 게임을 통해 접했던 이들에게는 과거의 추억을, 게임을 하지 않았던 이들에게도 아련함을 선사하죠. 2003년 처음 등장한 이후 지금까지도 방송에서 자주 사용되는 곡들이 많아 대부분 사람들에게 익숙하리라 생각됩니다. 다음 네 곡을 추천합니다.

1. Reminiscence

2. Second Run

3. Black Snake

4. Good Evening, Narvik


, 이 노래!’라는 반가움과 함께 즐기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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