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조현우

델리대학교에서 한 학기 동안 교류학생으로 파견된 조현우라고 합니다.

객관적인 주제들 - 정치, 시사, 문화, 유명장소 등 - 을 다루지만, 독자 분들과 보다 긴밀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주관적인 형식을 다소 띄게 될 예정입니다.

교감하고 공감될 수 있는 칼럼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Title 열 두번째 칼럼 <AIIS 방문기>
Writer 로컬리티센터 Date 18-07-03 15:25 Read 643

본문

AIIS 방문기

 

이전 칼럼에서도 언급했지만, 인도는 전 지역에 걸쳐 다양한 기후가 나타나는 국가다. 이로 인해 문화재건축물 등의 보존과 관리가 매우 어렵다. 필자가 유명한 관광지나 유적지를 방문하면서, 온갖 풍파(風波)와 반달리즘(Vandalism) 등에 시달려 빛바랜 사료(史料)들을 보며 굉장히 안타까웠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델리대학교에서 제공한 기회를 통해, 좋지 않은 조건 속에서도 역사적 사료를 보존하고 기록하는 AIIS(American Institute of Indian Studies)의 구르가온 지부에 방문할 수 있었다. 이번 칼럼에서는 필자의 AIIS 방문기에 대해 다뤄볼 예정이다.

 

1. 기록 매체의 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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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IS
센터 내부에 보관되어있는 각종 자료들. 바이닐부터 건축물의 도면,

연구자들의 기록물까지 종류는 다양했다. 장서에 대한 사진촬영은

금지되어있어 기록으로 남기지 못했다.


 

 기본적으로 각종 기록물들과 기록 매체들을 보관하고 있었는데, 놀랍게도 바이닐 또한 보존되고 있었다. 7인치12인치 바이닐부터 가치가 매우 높은 셸락(Shellac) 레코드까지 다양했으며, 보다 완벽한 보존을 하고자 레코드와 슬리브는 따로 보관되었다. 게다가 자동 온도습도조절 장치를 통해 18°C의 온도와 35~40%의 습도라는 최적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바이닐에 더해 카세트테이프와 컴팩트 디스크, 영화 필름까지- 최대한 많은 사료들을 보존하려는 노력이 엿보여서 감명을 받았던 기억이 떠오른다.

다른 건물엔 학자연구자들의 연구를 돕고자 인도 전역과 세계 각국의 서적들을 수만 권 가량 모아둔 서고와, 오로지 건축과 관련된 서적 및 건축물의 도면 등을 모아둔 서고가 있었다. 안내를 해주신 고고학 센터장 반다나 신하(Vandana Sinha) 박사님과 슈브하 차우드리(Shubha Chaudhuri) 박사님의 말씀에 의하면, AIIS는 단순한 자료 보존기구에 그치지 않고, 세계 각지의 단체들과 학문적 컨소시엄(Consortium)을 이루고 있기에 이런 방대한 양의 자료들을 수집할 수 있었다고 한다. 두 번째 사진에서 볼 수 있듯, AIIS는 물적인적 지원을 통해 연구자들을 지원하기도 하며, 그들의 성과물과 연구기록들도 보관한다고 했다. 도면의 경우엔 AIIS 직속의 건축사(Registered Architect)가 유적지에 파견되어 탐사와 도면 제작을 한다고 했다. 구르가온 지부에만 지도저널(Journal)도면을 포함한 장서 보유량이 75,000권에 달한다고 하니 그들의 노력과 열정을 짐작할 수 있었다.

 

 

2. 기록 매체들의 전자화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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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화된 음악 아카이브(Archive)CAD 프로그램으로 재탄생한

건축물의 도면.

 

 

더 나아가 AIIS에서는 상기된 보유 장서와 매체들을 전자화하는 작업을 수행하고 있었다. 음악의 경우, 단순히 물질적인 매체를 보존하는 것뿐만 아니라 인도 각지에 촬영 팀을 보내 인터뷰 및 영상촬영을 하는데, 지역 고유의 음악과 축제비대중적이거나 사멸 위기에 처한 음악 등이 대상이다. 이런 자료들은 수집된 이후 센터의 연구원들에 의해 전자화 과정을 거친 뒤 아카이브에 저장된다. 건축물의 도면 또한 마찬가지다. 앞서 언급된 AIIS 소속 건축사들은 현장탐사 이후, CAD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도면들을 3D화한다. 이렇게 센터 내에는 물질적비물질적 자료들이 상호작용을 이루며 축적되고 있었다.

 

이러한 전자화 작업의 이유는 크게 두 가지라고 한다. 첫째, 물질적 기록 매체의 소실 대비다. AIIS의 자료를 여러 연구자들이 이용하다 보니, 잦은 열람과 접촉으로 인한 파손 및 귀한 자료의 경우 도난의 위험이 항상 존재한다. 또한 천재지변으로 인한 소실의 위험도 존재하기 때문에 언제나 백업의 개념으로 전자화를 한다는 답을 들었다.

 

둘째, 원활한 연구를 위함이다. 세계 각지에 있는 연구자들이 AIIS가 보유한 자료를 필요로 할 때, 해당 자료를 보유하고 있는 지부에 방문하는 일이 어려운 경우가 있다. 이에 대비하여 전산망을 통해 자료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려는 목적이 가장 주요하며, 전자화 작업을 통해 원형만으로는 불가능한 방식의 활용도 가능하게 된다. 예시로 건축 도면의 경우, 해당 도면으로부터 건축물의 높이와 너비 등 편린(片鱗)적인 정보를 얻어낼 수 있다. 그러나 사진으로 올린 CAD 프로그램을 통해 가공된 도면은 원형보다 좀 더 다채롭고 많은 정보를 연구자에게 제공한다. 센터에서 봤던 CAD 도면 중 상당 부분이 손실된 인공 저수지의 일종이 있었는데, 프로그램을 통해 원형 그대로 재현함과 더해 유적지에선 말라버린 물을 시뮬레이션 상으로 채우기도 했다. 이런 가상 시뮬레이션을 통하여 인공 저수지가 어떻게 작동했는지, 수량(水量)과 유속(流速)에 따른 건축물의 내구력 손상은 어느 정도인지 등을 유추할 수 있다고 한다.

 

 

3. 마치며

 

,,,,이 외에도 AIIS에서는 인도와 관련된 학술회의 개최, 힌디어산스크리트어구자라트어펀자브어 등 다양한 언어 교육 프로그램 진행 등 많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마치 인도학의 첨병(尖兵)과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필자에겐 정말이지 귀한 경험이었다. 필자는 오래된 물건들을 좋아하고 관심이 많은 편인데, AIIS 구르가온 지부에서 인도의 역사를 눈앞에서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AIIS가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곳이 아니기도 하고, 아무런 학술적 목적이 없는 일반 여행객들이 출입하기 어려운 장소라고 들었다. 그런 장소를 델리대학교에서 제공한 기회를 통해 샅샅이 탐색했기에, 이번 칼럼을 통해 소개했고 소개할 수 있어서 대단히 큰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사진출처:

필자의 직접촬영

 

 

오늘의 추천 : Eternal Morning Soundtrack to a Lost Film

 

이터널 모닝은 프로듀서로서의 타블로(Tablo)와 페니(Pe2ny)가 만든 프로젝트성 그룹입니다. 앨범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앨범은 곡마다 가상의 영화를 설정하고 그에 어울리는 음악을 구상한 컨셉으로 진행됩니다. 느와르호러로맨스 등 여러 장르에 걸맞은 다채로운 음악들이 청자를 즐겁게 해주는 앨범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2007년에 발매되었지만 2018 현재에도 괴리감이 없는 명반입니다. 추천드리는 곡은 다음과 같습니다.

1. White

2. Holden Caulfield

3. Father’s Watch

 

차분해지고 싶다면, 때문에 사람의 목소리가 선율을 방해하지 않는 음악을 찾으신다면 <Soundtrack to a Lost Film>은 최고의 선택이 될 거라고 장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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