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조현우

델리대학교에서 한 학기 동안 교류학생으로 파견된 조현우라고 합니다.

객관적인 주제들 - 정치, 시사, 문화, 유명장소 등 - 을 다루지만, 독자 분들과 보다 긴밀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주관적인 형식을 다소 띄게 될 예정입니다.

교감하고 공감될 수 있는 칼럼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Title 열 한번째 칼럼 <인도의 바이닐(Vinyl)> - 2
Writer 로컬리티센터 Date 18-06-27 16:10 Read 5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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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Shah Music Centre

 

1900년대 중반까지, 델리 지역 안에만 약 50여 곳의 레코드샵이 존재했다. 하지만 바이닐 시장의 침체와 악화로 인해 수많은 샵이 문을 닫게 되었다. 그로 인해 2018 현재 남아있는 샵의 수는 얼마 되지 않는다. 물론 인도의 다른 지역- 뭄바이, 콜카타 등에도 레코드샵이 존재한다는 정보는 입수했으나 필자가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때문에 델리 내에 존재하는 네 곳의 샵을 방문했고, 그 중에서 제일 괜찮았던 Shah Music Centre(이하 레코드샵)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뉴델리의 역사적 명소들을 관광할 때 한 번쯤은 방문하게 되는 자마 마스지드(Jama Masjid)가 있는 찬드니 촉(Chandni Chowk), 이곳에 필자가 추천하는 레코드샵이 있다. 계단을 내려가 Meena Bazaar의 안쪽으로 들어가면 수많은 부품 가게들 사이에 90년간 한 자리를 고수해온 샵이 모습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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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한가운데에 있는 레코드샵의 모습.

 

 

샵의 크기는 7평 남짓으로 매우 작다. 그러나 샵 안에는 형용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레코드들이 쌓여있고 꽂혀있다. 3대째 가업의 개념으로 운영되고 있는 가게이며, 안에 들어가면 현재의 주인과 그 아들이 바이닐 더미 사이에 있다. 외국인들 사이에서 델리의 디깅 명소로 입소문이 퍼졌기 때문인지, 외국인인 필자를 봐도 그리 놀라진 않는 눈치였다. 몇 가지 질문을 하고 답변을 받았기 때문에, 하단에 인터뷰 형식으로 서술하겠다.

 

Q: 바이닐이 굉장히 많은데, 바이닐의 보유량이 어느 정도 되는가?

A: 현재 이 가게에 있는 바이닐은 약 20,000장 정도다. 시장 안에 가게가 하나 더 있 는데, 여기와 비슷한 양을 비치하고 있다. 거기에 창고에 있는 수까지 전부 합하면 100,000장은 가뿐히 넘긴다. 정확한 장수는 집계하지 않았기에 잘 모르겠다.

Q: 이 많은 바이닐들을 어떻게 구하는가?

A: 인도 전역에서 공수해온다. 가치가 높고 귀한 바이닐들의 경우, 수집가들과 직접 만나고 연락해서 구하며 저렴한 바이닐들은 고물상노점상 등 여러 경로로 구한다. 서양 쪽 바이닐들은 외국에서 들여오기도 한다.

Q: 주로 취급하는 바이닐은?

A: 아무래도 힌두스타니 음악과 힌디 영화 OST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앰비언트 (Ambient), 사이키델릭, 디스코(Disco), 재즈(Jazz) 반도 꽤 가지고 있으며, 비틀즈 의 78RPM SP등 음악 역사적으로 귀중한 판들도 있다.

Q: 현재 샵에서 최고가의 바이닐을 한 장만 고른다면?

A: Charanjit Singh<Synthesizing Ten Ragas To A Disco Beat> 오리지널 버 전. 상태가 좋은 바이닐이 얼마 남아있지 않기도 하고, 인도 근현대 익스페리멘털 (Experimental)애시드(Acid) 장르의 대부 격이기 때문에 소장가치가 굉장히 높다. 가격은 4만 루피(한화 655,200), 비싸지만 그 값어치는 한다고 생각한다.

 

샵의 주인, Syed Akbar Shah는 자신의 일에 굉장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필자가 너무나도 많은 바이닐들에 혼란스러워하자, 찾고 있는 장르나 원하는 아티스트를 물어본 이후, 그에 부합하는 바이닐들을 찾아 청음하게 해줬다. 또한 인도 바이닐에 대한 지식이 굉장히 풍부하여 필자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현금 보유량이 넉넉하지 못해 만족스럽게 구매하진 못했지만, 델리의 디깅 명소를 꼽으라고 한다면 필자도 곧장 Shah Music Centre를 추천할 만큼 다양하고 귀한 바이닐들이 많은 곳이었다.

 

4. 마치며

 

바이닐 리바이벌(Vinyl Revival) 현상은 전 세계적인 신드롬이다. 수많은 이들이 옛 아날로그 감성을 그리워하며, 그리고 스트리밍과 다운로드가 장악해가는 음악시장의 추세에 반하여 바이닐을 수집하고 추종하기 시작했다. 필자도 그런 열풍에 휩쓸린 이들 중 하나고.

 

사실 한국에 인도의 바이닐에 대한 정보는 전무(全無)하다. 그렇기 때문에 간략하게나마 소개를 하고자, 필자의 배경지식이 일천함에도 불구하고 이번 칼럼을 작성했다. 차후 이 칼럼을 읽은 독자들에게 인도의 음악, 인도의 바이닐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이나마 생기길 바라는 마음이다.

 

사진 출처:

http://caama.org/wp-content/reports/report_on_India.pdf

필자의 직접촬영

 

참고자료 출처:

Corpora for Music Information Research In Indian Art Music(A.Srinvasamurthy, and G.K.Koduri, International Sound and Music Computing Conference, 2014)

A Discography of Hindustani and Karnatic Music(M.Kinnear, Greenwood, 1985)

https://www.mustrad.org.uk/articles/indcent.htm

https://www.mustrad.org.uk/articles/odeon.htm

http://caama.org/wp-content/reports/report_on_India.pdf

https://en.wikipedia.org/wiki/Phonograph_record

 


오늘의 추천 : DJ Deckstream, Valentin Saudade# ; Cocomo EP.01

 

7인치 바이닐을 추천하는 건 처음인 것 같네요. Pandeiro의 컴필레이션 앨범 <Saudade# 2>에 수록된 두 곡을 EP 형식으로 발매한 앨범입니다. 일본 멜로우 재즈힙합 중 제가 가장 사랑하는 곡 중 하나인 DJ Deckstream Creeper(Feat.Junji Chiba)가 수록되어있죠. 유려한 피아노 루프와 드럼, 기타 선율 등이 조화의 극치를 이루어내는 명곡 중의 명곡입니다. B사이드에 수록된 Valentin Walking 또한 중후한 브라스의 멋이 느껴지는 일품이므로, 들어보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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