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 첫 번째 칼럼 <인도를 향한 편견 Part 1 - India : Broken or Beautiful?>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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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 로컬리티센터 | Date | 18-03-05 10:10 | Read | 735 |
본문
인도학을 제 1전공으로 수학(修學)하고 있는 일인으로서 인도에 발을 내딛으면 가장 확인하고 싶었던 것은,
바로 인도의 진면모였다. 여기서 진면모라 함은 범인(凡人)들이 ‘인도’라는 나라를 논할 때 인도를 설명하는 표현들을 일컫는다.
누군가는 인도를 ‘아름다운 곳’, ‘여행자들이 도달해야 할 세상의 끝’, ‘가난하지만 때 묻지 않은 자들이 살아가는 시원(始原)의 나라’ 혹은 ‘이미 포화의 극을 달리는 중국의 뒤를 이어 떠오르게 될,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제대로 개척되지 않은 블루오션(Blue Ocean)’ 등으로 칭찬일색을 감추지 못한다.
그러나 다른 이들은 상기된 표현과는 아주 정반대되는 입장에 서있다. ‘추잡하고 악취로 가득한 곳’, ‘사기꾼들과 소매치기들이 득실거리는 거지의 나라’, 혹은 ‘당최 발전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 지극히 시류(時流)에 뒤떨어지는 낙후국’ 등으로 무자비하고 신랄하게 인도를 난타한다. 과연 어느 측의 주장이 맞는 것인가? 인도를 향한 말은 칭찬이어야 하는가, 성토(聲討)여야 하는가? 첫 번째 파트에서는 ‘Broken India’라고 칭해지는, 인도를 바라보는 시선 중 하나가 정말로 옳은지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
1. What is Broken India?

Broken India라는 명칭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불분명하다. 다만 필자가 추측하건대 ‘인도 법의 아버지’라고도 일컬어지는 빔 라오 암베드카르가 살아있던 시절, 불가촉천민(Untouchable)이었던 자기 자신의 카스트를 힌디어와 산스크리트어로 ‘부서진, 흩어진’이라는 의미를 가진 ‘달리트(Dalit)’라고 칭한 바 있다. 많은 불가촉천민들이 암베드카르의 뒤를 이어 스스로를 달리트라고 부르며 해외에서도 많이 회자되었는데, 영어로는 ‘Broken People’이라는 명칭으로 뉴스나 신문 등에 올랐다. 때문에 상기 사진에서 볼 수 있는 인도의 진면목을 Broken India라고 칭하지 않았나 싶다.
검색 엔진에 Broken India를 검색해보면 수도 없이 많은 이미지들이 뜬다. 이러한 이미지를 올리는 사람들은 표현의 차이가 존재하겠지만 하나같이 다음과 같은 뉘앙스의 텍스트를 첨부한다.
“인도를 보여주는 사진 중 대다수는 전부 아름다운 모습만을 보여주고 있다. 허나 인도가 아름답기만 하냐고 묻는다면, 나는 아니라고 할 것이다. 우리는 유적지가 즐비하고 종교적인 영감이 가득한 신비로운 인도뿐만이 아닌, 더럽고 냄새나는 인도의 나신(裸身) 그대로를 바라봐야 할 필요가 있다.”
틀리지 않은 말이다. 아니, 되려 편중된 시각을 바로잡겠다는 목표의식적인 부분에서는 칭찬할 만한 움직임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생각해볼 부분들이 있다. 인도를 바라보는 시각이 정말로 ‘긍정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인도를 향한 대다수의 평가의 천칭은 어느 쪽으로 기울어 있는가?
2. Is ‘only’ India broken?
미세먼지와 황사로 대기마저 뿌옇게 흐려진 가운데, 대중교통과 자가용으로 꽉 막힌 도로변을 걸어가는 두 여성.
이 장소는 다름 아닌 서울이다.
필자는 Broken India를 역으로 생각해봤다. 만일 한국을 여행한 여행자들이 한국의 이러한 모습만을 담은 사진을 올린 이후, 가칭 ‘Broken Korea’라는 이름으로 통칭한다면 자국민의 입장에서 이해할 수 있는가? 게다가 한국에 대한 현재의 이미지가 동란(動亂) 직후처럼, 독재정권들이 판치다 못해 누군가 ‘한국에서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날을 바라는 것은,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이 피기를 기다리는 것이 다를 바 없다’라고 회자됐던 때처럼 부정적이라면? ‘Beautiful Korea’라는 단어는 대중들에게 합당한 표현으로 다가갈 수 있을까?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적잖은, 아니 많은 사람들은 인도를 부정적으로 바라본다. ‘인도가 뜨는 나라랍니다’라는, 얼핏 긍정적으로 비춰지는 평가에서조차 그 이면엔 ‘인도는 아직 후진국이야’라는 고정관념이 존재한다. 거기에다가 뉴스, 신문기사와 같은 대중매체를 통해 전해지는 인도의 모습은 썩 긍정적이지 못하다. 어느 지역에서 누군가 강간당했고, 자연재해로 몇 명이 사망했으며, 빈부격차가 극심하여 극과 극을 달린다는 등- 인도는 미디어에게 린치(Lynch)당하고 있다. 인도를 바라보는 전체적 분위기가 이러할진대 Broken India를 주창(主唱)하는 이들에게 감히 묻고 싶다. 당신들의 그 중립적이고자 하는 시선조차, 이미 만연한 풍조에 잠식되어있지 않다고 장담할 수 있겠는가?
3. Just India
인도를 무작정 옹호하고자 하는 입장이 아니다. 그저 인도학 전공자로서, 인도를 바라보는 작금(昨今)의 편견 어린 시선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터놓고 말하여 동일한 장소에 두 사람이 간다고 해도, 개개인의 시각과 관념에 따라 해당 장소는 아름다운 면만 찍힐 수도 있고, 반대로 부정적인 모습만 드러날 수도 있다. 본래 사람이라는 생물이 자신이 보고 싶은 부분만 보는 경향이 있는 탓이다.
결론적으로 뻔한 이야기지만, 인도라는 국가를 이해하기 위해선 어느 쪽으로도 기울어선 안 된다. 어느 사물에나 명암이 있기 마련이고 상반된 두 부분을 모두 직시하고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그 사물을 정확하게 안다고 말할 수 없다. 필자도 마찬가지였다. 현지시간으로 밤 여덟 시 경에 인디라 간디 국제공항을 나왔을 때 처음으로 든 생각은 ‘와, 진짜 장난 아니다’였다. 다음 날 빠하르 간즈에서 유심 칩을 개통하고 돌아다닐 때도 마찬가지. 사이클 릭샤․오토 릭샤․자동차․소 등이 얽히고설킨 도로, 끊임없이 울려대는 클랙션과 신호에는 아랑곳 않고 무단 횡단하는 보행자들, 길거리에 축 늘어진 개들과 보도에 즐비한 오물들까지. 이 말만 들어보면 인도는 정말 끔찍한 곳으로 느껴질 것이다. Broken India가 이런 것일까 싶었다.
하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 며칠이 지나자 개안(開眼)한 기분을 받았다. 오물들은 피해 다니면 될 따름이고, 그저 무질서한 덩어리로 느껴졌던 도로에도 제 나름대로의 패턴이 보였다. 정신병 걸릴 것만 같던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수많은 풍경을 바라보기도 했다. 숙소 근처에 있는 사원, 행렬과 공연, 뉴델리 시내에 산재한 유적지 등, 소위 Beautiful India의 부분을 경험했다. 둘 중 어느 부분도 인도가 아니라고 부를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니 인도를 생각할 때 선입견을 가지지 말자. 인도는 ‘그냥 인도’면 충분하고, 그 자체로써 완벽하다.
사진 출처
1번 : https://www.boredpanda.com/broken-india-instagram-cropped-limitless/
2번 : http://nprillinois.org/people/elise-h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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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추천 : Nujabes – Modal Soul
칼럼을 기고하면서 제가 좋아하는 앨범 혹은 아티스트를 추천하게 되었습니다. 바이닐(Vinyl) 수집을 하며 알게 된, 대중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것들을 소개해 드릴 생각입니다. 오늘 추천할 앨범은 저를 바이닐 수집가의 길로 인도한 Nujabes의 공전절후(空前絶後)한 작품, <Modal Soul>입니다.

90년대 중후반부터 일본에서 활동하기 시작한 누자베스는 2003년 1집 정규앨범 <Metaphorical Music>을 발매하며 리스너들의 인기를 본격적으로 얻게 됩니다. <Modal Soul>은 2005년에 발매된 두 번째 정규반이며,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기존의 작곡 ․ 샘플링 방법에서 벗어나 모달 재즈(Modal Jazz)의 스타일을 유지합니다. 모든 곡들이 명곡으로 손꼽히지만, 앨범 전체를 처음부터 끝까지 들으시는 걸 추천하겠습니다.

사실 처음부터 추천할 아티스트는 아니었지만 인도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찍은 이 사진을 보며 추천앨범의 12번 트랙, Sea of Cloud가 떠올라 첫 번째 추천앨범으로 선정했습니다. 그럼, 다음 칼럼에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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