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 두번째 칼럼 <거리의 이름, 브라질을 말하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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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 로컬리티센터 | Date | 18-03-27 13:59 | Read | 6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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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두 번째 칼럼으로 찾아 뵙게 된 글로벌 k-network 리포터 김찬희입니다! 오늘은 브라질의 ‘도로명’과 관련된 흥미로운 사실을 알아보려고 합니다.
대한민국에는 다양한 지명들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 지명들이 생겨난 데에는 각각의 사연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태어나고 자란 도시, 대전도 그 이름의 유래가 매우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전에는 ‘한밭’이라고도 불렸던 대전은 한자로 각각 큰 태/대, 밭 전 자를 사용하여 ‘커다란 밭’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대전은 광활한 밭만을 가진 한적한 농촌 마을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브라질에도 다양한 지명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브라질은 조금 특별하게 정치, 종교, 과학, 예술 등의 분야에서 이름을 떨친 이들을 기리기 위해 그 ‘사람’의 이름을 도로명과 지역명으로 사용합니다. 그렇다면 여기에는 또 어떤 이야기가 있는지 한번 알아볼까요?
1. 대학도시 바라옹 제랄두 이름의 유래 O origem do nome de Barão Geraldo, cidade universitária
제가 지금 다니고 있는 학교, Unicamp가 위치해 있는 동네, ‘Barão Geraldo(바라옹 제랄두)’도 한 예입니다. Barão은 남작이라는 뜻으로 이 지역이 예전에는 Geraldo라는 이름을 가진 남작이 소유했던 땅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포르투갈 식민지 시절, 브라질에는 ‘Fazenda(파젠다)’라고 불리는 수많은 농장들이 운영되었습니다. 파젠다는 커피 혹은 사탕수수 등을 재배하는 대농장으로서 브라질 경제를 먹여 살리는 역할을 했으며, 이들은 운영하는 소수의 농장주들은 엄청난 부를 증식시키며 독점 자본을 구축하였습니다. 마찬가지로 이곳에도 ‘Rio das Pedras(히우 다스 뻬드라스)’ 와 ‘Santa Genebra(산타 제네브라)’라고 불리는 파젠다가 존재하였습니다. 19세기 들어 Santa Genebre 파젠다가 Geraldo de Souza Rezende(제랄두 지 소우자 헤젠지)의 소유지가 되면서 상파울루 주의 최대 커피 생산지로 성장하였습니다. 농장주 제랄두는 후에 황제에 대한 충성의 보답으로 남작 지위를 얻게 되었습니다. 그는 농장 경영뿐만 아니라 철도 사업에도 뛰어들었습니다. 그리하여 그의 이름을 딴 기차역이 건설되었으며, 기차역을 중심으로 한 이 지역이 Barão Geraldo라고 불리게 된 것입니다. 지금까지도 캠퍼스 근처에는 넓은 커피 밭이 남아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사진 1 Barão Geraldo 의 한 거리
사진 2 Barão Geraldo의 한 거리 2
1. 가장 인기 있는 이름은? Qual nome de rua é o mais popular?
사진 3 가장 많이 사용되는 이름의 순위(여성)
사진 4 가장 많이 사용되는 이름의 순위(남성)
위는 브라질 거리 이름으로 사용되는 이름의 순위를 나타낸 표로, 여성의 이름으로는 Princesa Isabel(프린세사 이사베우, 황태녀 이사베우), 남성의 이름으로는 Tiradentes(찌라덴치스)가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 만큼 이 둘은 브라질 인들에게서 가장 많은 사랑과 존경을 받는 사람이라는 뜻이겠죠!
황태녀 이사베우는 브라질 제국의 마지막 황태녀로서 전임자인 동 뻬드루 2세가 사망한 뒤 더 이상 왕위를 이을 남자가 남아있지 않아, 명목상의 브라질 황위를 계승한 인물입니다. 그녀를 마지막으로 브라질 브라간사 왕가는 막을 내렸고, 그녀의 손자 뻬드루 엔히끼 왕자가 오를레앙 브라간사 왕가로 그 뒤를 있게 됩니다.
또한 찌라덴치스는 브라질에서 가장 존경 받는 혁명가 중의 한 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18세기 포르투갈의 식민 지배에 대항하여 발생한 ‘미나스의 변절’ 의 핵심 주동자로, 브라질 공화국 건립을 위해 힘쓴 혁명가입니다. 그의 본명은 원래 호아낑 주제 다 시우바 자비에르 Joaquim José da Silva Xavier 인데요. 치과의사 및 사업가로 활동했던 그의 이력 때문에 ‘Tiradentes(찌라덴치스, 치과의사)’라는 별명을 얻었답니다. 브라질은 독립에 대한 그의 노고를 인정하여 수많은 거리명으로 그의 이름을 사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방식으로 그를 기리고 있습니다. 1889년 브라질 제정 시대를 마감하고 공화국이 선포되자 정부는 그의 처형일인 4월 21일을 국가 기념일로 지정하였습니다. 그의 이름을 딴 도시가 존재하며, 브라질의 가장 대표적인 커피 브랜드 이름 또한 찌라덴치스의 이름을 따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브라질 독립과 혁명가들에 대해서는 차차 다음 칼럼을 통해 좀 더 자세하게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도로명의 성 불균형 Desequilíbrio de gênero dos nomes
이 칼럼을 작성하기 위해 여러 자료를 참고하던 중 한 기사에서 참 흥미로운 내용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도로명으로 사용되는 이름 중에 여성과 남성의 비율이 현저하게 차이가 난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예전 같으면 사소한 문제라고 생각하고 넘어갔을 내용이지만,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성차별, 불평등의 문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지금, 이 또한 이전부터 브라질을 지배했던 남성우월주의(Machismo)의 영향이 분명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관심이 생겼습니다.
다음 표에 따르면, 남성 이름은 30만개 이상인 것에 비해 여성 이름은 10만개가 채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진 5 거리가 가진 남성 이름과 여성 이름의 수 출처: NEXO Jornal
브라질 내에서도 이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었는데요. 1999년 히우 지 자네이루에서는 여성과 남성 이름을 동등한 비율로 번갈아 짓는 것을 강제하는 도시 법을 제정하였습니다. 하지만 이 법안을 강행했음에도 불구하고, 1년이 지난 이후에도 여성 이름의 비율은 14.9%에 그쳤다고 합니다.
이번 칼럼 재미있게 읽으셨기를 바라며 다음 칼럼으로는 브라질의 ‘젠더’ 문제를 주제로 찾아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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