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한승희

안녕하세요? 한국외대 중앙아시아학과에 재학 중인 글로벌 K네트워크 리포터 5기 한승희입니다.
먼저 약 6개월간 독자 여러분들에게 중앙아시아와 관련된 소식을 전해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입니다 :)
저는 주로 중앙아시아의 인문학적 요소들에 대해 글을 쓸 예정입니다.
현지에서 소식을 전하는 만큼 최대한 생생하고 흥미로운 칼럼으로 만나요~​
Title 다섯 번째 칼럼 <카자흐스탄 거리에 관한 이야기>
Writer 로컬리티센터 Date 18-04-26 11:14 Read 594

본문

카자흐스탄 거리에 관한 이야기

 

안녕하세요? 여러분들은 한국에 유명한 거리가 많다고 생각하시나요? 최근 들어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샤로수 길이 핫하게 급부상하고 있으며 젊음의 거리로 대표되는 홍대 거리, 셀럽들의 인기 명소인 경리단 길 등은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입니다.

 

 카자흐스탄에도 정말 다양하고 유명한 거리가 많이 있습니다. 예컨대 우리나라에 젊음의 거리인 홍대 거리가 있다면 알마티에는 아르밧 거리가 있습니다. 아르밧 거리는 옛 실크로드의 일부분이었으며 현재에는 평일 저녁이나 주말 등을 이용하여 젊은 청년층의 공간이 되었습니다. 길거리에는 버스킹과 즉흥 춤, 마술 쇼 등을 펼치는 재능 넘치는 카자흐스탄 청년들을 볼 수 있으며 거리에서 빠질 수 없는 길거리 음식들, 사랑을 나누는 연인들은 물론 심지어 공개 청혼을 하는 경우도 볼 수 있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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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의 거리 아르밧 거리에서 한 청년이 버스킹을 하고있으며(상)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지나고 있다(하).

 

이 밖에도 카자흐스탄에는 정말 다양하고 유명한 거리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카자흐스탄의 거리 이름은 어떻게 붙여진 것일까요? 카자흐스탄의 거리는 카자흐스탄의 역사상 유명한 사람, 위대한 업적을 남긴 사람, 그 거리를 상징할 만한 이름을 붙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컨대 제가 살고 있는 기숙사의 바로 앞 길은 보겐바이바트르 거리(가로)와 바이투르시놉 거리(세로)입니다. 특히 바이투르시놉은 카자흐스탄에서 유명한 작가(특히 동화 분야에서)의 이름입니다. 실제로 바이투르시놉 거리를 따라가다 보면 바우투르시놉 작가의 생가가 보존되어 있으며 그의 사진과 그에 대한 설명이 간단히 적혀있습니다. 이렇게 카자흐스탄에서 거리 이름을 만드는 방법이 기본적으로는 우리나라와는 조금 다르지만 몇 해 전 수원에 박지성 거리나혜석 거리가 생긴 것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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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바이투르시놉의 생가이며 거리 바로 옆에 위치해 있어 누구나 이곳을 둘러볼 수 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이 거리 이름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요? 과연 단점은 없을까요? 먼저 가장 많이 활용할 수 있는 분야는 바로 택시에서 입니다. 카자흐스탄에서는 택시를 이용할 경우 목적지를 특정 건물의 이름이나 장소를 이야기하지 않고 바로 이 거리 이름을 사용합니다. 택시 기사는 이를 토대로 가격을 책정하고 목적지까지의 가까운 길을 찾습니다. 하지만 조금은 생소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에 때론 어렵게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필자도 처음에는 일일이 본인이 가고자 하는 장소의 거리 이름을 미리 찾아야 한다는 점 때문에 많이 불편했습니다. 특히 초행길인 경우에 더욱 그렇겠죠.

 

그 밖에도 하나의 도로지만 여러 명칭을 가지고 있어 사람들로 하여금 혼란을 야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컨대 무하메드하노바 거리와 사라이식 거리, 코쉬카르바예바 거리는 하나의 거리를 말하지만 말하는 사람에 따라 모두 다르게 이야기 하곤 합니다. 평상시 대화에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지만 문제는 우편이나 택배와 같은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입니다. 같은 장소이지만 사람들마다 다른 명칭으로 송장에 기입을 하여 배달 지연을 야기하게 되는 것이죠.

 

또한 카자흐스탄이 옛 소련 국가의 연합국일 때 지어진 거리의 이름은 카자흐스탄과 무관한 경우가 있습니다. 예컨대 러시아에서 가장 유명한 작가인 푸쉬킨의 이름을 딴 푸쉬킨 거리, 초대 소비에트작가연맹의 수장을 맡았던 고리끼의 이름을 딴 고리끼 거리 등이 바로 그 예입니다. 이들은 카자흐스탄 출신도 아니고 카자흐스탄 지역에 공로를 세운 것이 아니지만 단지 유명하다는 이유로 붙여진 경우입니다.

 

이처럼 거리에 대한 문제점과 불편함 때문에 최근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이 직접 카자흐스탄의 거리 이름을 숫자로 변경하는 것을 제안했습니다. 물론 갑작스럽게 바꾸면 국민들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카자흐스탄의 수도인 아스타나의 거리만을 먼저 바꾸는 제안을 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방법이 과연 위에서 언급한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을까에 대한 반론도 제기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스타나에는 실제로 13번 거리라는 명칭의 거리가 있으며 이곳은 위에서 언급했던 문제점과 불편함이 줄고 오히려 시민들의 만족이 더욱 컸다는 사례가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의 이러한 제안을 뒷받침해주고 있습니다. 이 제안 이후 2017년부터 아스타나의 거리 이름에 사람의 이름을 붙이는 것을 중단했다고 합니다. 과연 가까운 미래에 카자흐스탄의 거리는 어떻게 바뀔지 기대가 됩니다.

 

이상 5번째 칼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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