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한승희

안녕하세요? 한국외대 중앙아시아학과에 재학 중인 글로벌 K네트워크 리포터 5기 한승희입니다.
먼저 약 6개월간 독자 여러분들에게 중앙아시아와 관련된 소식을 전해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입니다 :)
저는 주로 중앙아시아의 인문학적 요소들에 대해 글을 쓸 예정입니다.
현지에서 소식을 전하는 만큼 최대한 생생하고 흥미로운 칼럼으로 만나요~​
Title 두 번째 칼럼 <알마티에 눈이 오면>
Writer 로컬리티센터 Date 18-03-28 12:47 Read 543

본문

알마티에 눈이 오면

 

 

제가 살고 있는 알마티는 1 365일 언제나 만년설이 존재하는 곳인데요. 날씨가 좋은 날에는 알마티의 건물들 너머로 만년설이 쌓인 산들이 보이곤 합니다. 또한 2022년 동계 올림픽 후보지 중 한 곳입니다. 후보지들 중에서 동계 올림픽 개최지로 유력하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로는 다른 올림픽 후보지보다 풍부한 강설량(인공 눈 보다 천연 눈의 빙질이 더 우수하기 때문에 더욱 선호), 오래된 겨울 스포츠 관광 명소, 깨끗한 자연환경 등의 장점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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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마티는 분지지형으로 산에는 만년설이 존재한다.

 

 

제가 이곳 알마티에 도착하기 직전 비행기에서 본 장면은 공항을 제외한 알마티의 온 세상이 하얗게 눈으로 뒤덮은 장면이었습니다. 그 뒤로도 진눈깨비나 폭설 등 다양한 형태의 눈을 맞이했는데요. 알마티에서 눈은 심지어 4월까지도 내린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눈이 온 알마티는 어떤지, 눈이 오면 알마티가 어떻게 바뀌는지 전해드리겠습니다.

 

가장 먼저, 알마티에 눈이 오면 교통체증은 심해지고 그 결과 평소보다 택시가 잡히질 않습니다. 만약 시간대가 퇴근 시간이라면 택시 잡기는 훨씬 더 어려워집니다. 카자흐스탄에서 택시는 반드시 택시면허가 아닌 일반 자가승용차 소유주도 승객을 싣고 돈을 받곤 하는데요. 이는 꼭 카자흐스탄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고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눈이 오면 평소에는 자주 잡히던 택시들이 잘 잡히지가 않습니다. 택시가 잡히더라도 가격이 평소보다 높아집니다. 한국의 택시문화와는 조금 다른 점입니다. 아마도 평소보다 오래 걸리는 시간과 운전자 개인의 피로도 증가 등이 그 원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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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는 막히지 않는 도로지만 눈이 와서 교통이 혼잡해진 모습이다..

 

 

다음으로 알마티에 눈이 오면 거리에 유동인구가 현저히 적어지게 됩니다. 그 결과 바자르(전통시장)나 소규모 마가진(개인상점) 등의 경우 평소보다 일찍 문을 닫습니다. 심한 경우는 영업 자체를 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마도 득보다 실이 더 크기 때문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심지어 이곳 사람들은 특정일까지 배달이 예정되어 있던 상품도 눈이 오면 별도의 연락이 없더라도 당연히 미뤄지는 것으로 생각을 합니다. 필자의 경우 배달시킨 김치를 눈 때문에 예정일 보다 3일이 지나서야 수령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의 택배시스템이 얼마나 발달했는지에 대해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던 경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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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마티에서 눈이 오는 날 저녁 8시의 모습. 평소에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지나다니지만 눈이 왔기 때문에 사람들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며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또한 알마티에 눈이 오면 거리를 걷는 사람들의 신기한 특징을 볼 수 있습니다. 바로 우산을 든 사람들이 거의 없다는 것인데요. 한국인의 경우 대다수가 우산을 사용하지만 카자흐스탄 사람들의 경우 대다수가 우산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경향은 연령대가 젊어질수록 더욱 강하게 드러났습니다. 현지 친구들에게 그 이유를 묻자 가장 큰 이유는 귀찮아서 우산을 사용하지 않는다였으며 그다음으로 눈이나 비가 너무 자주 와서 매번 우산을 챙길 수 없어서”, “우산의 필요성을 못 느껴서”, “우산이 없어서라는 대답이 뒤를 이었습니다. 이 대답을 들었을 때만 하더라도 저는 공감보다는 문화가 그렇구나 정도로 생각했지만 이곳에서 지낸 지 한 달이 넘어가면서 우산 없이 롱패딩의 후드를 뒤집어쓰고 눈을 맞이하는 제 모습을 발견하게 되면서 카자흐스탄 사람들의 생각에 격하게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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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우산 없이 버스 또는 택시를 기다리고 있다...

  

 

마지막으로 알마티에 눈이 오면 거리에 눈을 치우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하나같이 주황색 조끼를 입고 있는데요. 그러나 이들은 전문적으로 눈을 치우는 사람이 아니라 평소에는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이들이 눈을 치우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알마티에는 눈이 자주 그리고 많이 내리기 때문에 예컨대, 무단횡단이나 거리에 쓰레기 버리기 등의 경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대상으로 평소에는 생업에 종사하다가 눈이 오면 특정 구역을 할당해주고 그들로 하여금 해당 구역의 눈을 치우도록 합니다. 물론 경범죄를 저지르면 무조건 눈을 치워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벌금을 내고 싶은 사람은 벌금으로 끝나지만 현실적으로 벌금의 금액이 카자흐스탄 사람들의 소득 대비 높은 액수이기 때문에 대다수의 사람들이 벌금보다는 눈을 치우는 것을 선호한다고 합니다. 물론 가장 좋은 것은 법을 지키는 것이겠죠. 평소 눈이 오지 않을 때에는 길거리를 청소하는 등의 환경미화 활동을 주로 하게 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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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사람들이 주말을 이용하여 벌금을 대신할 눈을 치우고 있다..

 

 

 그 밖에도 알마티에 눈이 오면 정말 빠른 속도로 눈을 치우는 사람들과 눈을 치우는 노하우 등의 모습을 볼 수 있으며 눈이 오면 불편하고 힘들어지지만 가끔은 차분하고 조용한 알마티만의 분위기 또한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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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분한 느낌을 주는 알마티의 눈이 오는 풍경.

 

 

이상, 알마티에서의 두 번째 칼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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