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 열 네 번째 칼럼 <카자흐스탄 속담으로 카자흐스탄 들여다보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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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 로컬리티센터 | Date | 18-08-22 11:25 | Read | 2,08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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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 속담으로 카자흐스탄 들여다보기
안녕하세요? 필자를 포함한 외국어(학) 전공자라면 다른 문화권을 이해하고 동시에 해당 언어까지 공부하는 것은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닌 것을 알고 계실 겁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한 번에 가능한 분야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속담일 것입니다. 속담은 당연히 말이면서 동시에 문화가 반영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칼럼의 주제는 바로 ‘카자흐스탄 속담’에 관한 것입니다. 속담을 이해하면서 동시에 카자흐스탄 문화를 함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유익한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속담 외에도 재치와 흥미 돋는 말도 준비했으니 지루한 칼럼이 되지 않기를 바라며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가장 먼저 열 세 번째 칼럼에서 1위를 차지한 ‘말’과 관련된 속담으로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말(馬)과 관련된 속담
Жылқы - малдың патшасы (말은 가축의 왕이다)
물론 가축의 왕이라는 뜻은 예컨대 호랑이나 사자, 곰과 같이 크기와 힘의 의미가 아닙니다. 의역하자면 말은 인간에게 가장 유용한 가축이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데요. 그만큼 다른 가축들 중에서도 말이 인간에게 얼마나 유용한 존재인지 담겨있는 속담입니다. 말을 통해 이동은 물론 젖으로 만든 유제품, 털로 만든 채찍과 뼈로 만든 도구, 가죽과 고기 등 버릴 것이 하나도 없기에 그럴 수 밖에 없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 속담 하나만으로도 카작 민족들에게 말은 얼마나 중요한지 존재였는지 알 수가 있습니다.
Ат адасса жерін табар, Ер адасса елін табар.
(말은 길을 잃어버리면 자신의 자리로 돌아온다)
말도 동물인지라 완벽한 존재는 아니기 때문에 간혹 길을 잃어버린다고 합니다. 그럴 때면 말은 자신의 기억 속 가장 편안했던 곳으로 길을 기억해 돌아갈 수 있다고 하는데요. 실제로 과거 카작 민족은 주인을 잃어버린 말이 있을 때 (주변에 맹수와 같은 위협이 없다면) 굳이 찾으러 돌아다니지 않고 기다리고 있으면 해가질 때 즈음에 멀리서 말이 돌아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고 합니다. 마치 우리나라의 진돗개 이야기(대전으로 팔려간 백구라는 진돗개가 주인이 있는 진도로 다시 돌아왔다는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사실 말을 가까이서 보면 크기에 조금 놀라는데 이 이야기를 들으니 개인적으로 말이 귀엽게 느껴지네요.
Жақсы ат - жанға серік, Жақсы ит - малға серік.
(말은 인간의 가장 좋은 친구, 개는 가축들의 가장 좋은 친구)
카자흐스탄에서 제가 한국인이라고 하면 자주 듣는 말이 있습니다. 바로 한국사람은 개고기를 먹는다는 것이 사실이냐는 것입니다. 심지어는 상당히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만나봤는데요. 이것은 우리나라에서도 첨예한 논쟁거리이기도 합니다. 특히 카작인들이 이것에 민감한 이유는 카작 민족에게 개는 과거에 늑대와 같은 맹수로부터 가축들을 보호하고, 도둑을 막아주고, 가축을 방목하였을 때 파수꾼역할을 하기 때문에 없어서는 안될 친근한 존재였기 때문입니다. 인생의 동반자와도 같기 때문에 이들은 개고기를 먹는 것을 상상할 수 조차도 없는 것이죠. 과거 카작 민족은 기르던 개가 죽으면 무덤을 만들어 주었고 개는 전생에 사람이었고 죽은 이후에는 사람으로 다시 환생할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이처럼 개는 카작 민족에게 매우 이로운 동물이자 친구였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개보다도 인간에게 가장 좋은 친구는 말이다 라는 표현을 보아 말이 얼마나 당시 사회에서 중요했는지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속담에는 말(馬)이 들어가는 속담을 그리 많지 않지만 카자흐스탄 속담에는 말과 관련된 속담이 이외에도 정말 많았습니다. 이는 의미와 뜻은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이를 통해 당시 사회에서 말이 그만큼 중요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차(茶)와 관련된 속담입니다.
차(茶)와 관련된 속담
қазақ халқының қанындағы шай(카작 민족의 피에는 차가 섞여있다)
이 속담을 통해 카작 민족이 얼마나 차를 좋아하고 많이 마시는지에 대해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카자흐스탄뿐만 아니라 중앙아시아 대부분의 지역이 차를 즐기는 문화권이기도 한데요. 혹시 여러분들은 중국 다음으로 차를 마시기 시작한 지역이 바로 중앙아시아라는 것을 알고 계셨나요? 차는 본래 중국에서 시작되어 실크로드를 통해 전세계로 퍼져나갔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실크로드의 실질적인 행위자가 바로 중앙아시아 민족이었기 때문에 그럴 수 있었던 것이죠. 속담까지는 아니지만 실제로 카자흐스탄에서 노인분들은 “차를 마시지 않아서 머리가 아픈 것 같다” 라는 등의 말을 일상 생활에서 빈번하게 사용하곤 합니다.
шайнаған жоқ жұмыс жоқ (차가 없으면 일도 없다)
의역하자면 차를 마시지 않은 상태에서 일을 할 수가 없다 정도로 이해가 가능합니다. 물론 차를 마시지 않는다고 해서 정말로 일을 안 하면 안되겠지만 그 정도로 차를 마시는 것이 이들에게 중요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되겠습니다. 실제로 카자흐스탄 기업들 중 다수는 업무 중간중간에 티타임이 있는데요. 심지어 하루12번의 티타임을 갖는 회사가 있다고 합니다.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경우에도 이곳 문화를 고려해 이를 도입하여 운영하는 기업도 있습니다. 차를 즐기며 여유와 휴식을 즐기고 거기서 얻어진 에너지로 집중해서 일을 한다면 오히려 피로와 야근 없이도 더 좋은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겠네요.
그 밖에도 어디선가 많이 들어봤을 법한 속담들도 있습니다.
Атты қамшымен айдама, жеммен айда
(채찍으로 말을 때리지 마라, 먹이로 다루어라)
흔히 말을 다룰 때 당근과 채찍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곤 하는데요. 의미 그대로 무엇인가 혹은 누군가를 다룰 때 질책과 강압적인 방법 보다는 이해와 선행으로 다루라는 말입니다.
Темірді ыстық кезінде соқ(쇠는 열이 올랐을 때 쳐야 한다)
무슨 일이든지 그 일을 수행할 수 있는 적절한 때를 맞춰야 한다는 혹은 적절한 기회를 놓치지 말고 잡아라 정도의 의미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 와 일맥상통하기에 그리 낯설지만은 않았습니다.
속담은 정확히 언제 누가 사용을 시작했는지 모른다는 특성상 상상력을 조금 가미하자면 혹시 과거 중앙아시아에서 생겨난 위와 같은 속담이 실크로드를 따라서 한반도로, 아시아 지역으로, 그리고 전세계로 전해진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추가적으로 속담 외에도 아주 재치 있는 말을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어떻게 보면 말장난에 가까운 말입니다. 제가 특히나 좋아하는 장난이기도 한데요. 그 이유는 이렇게 배운 말들은 어쩐지 쉽게 익혀지면서 반대로 쉽게 잊혀지진 않기 때문입니다.
Алма! Алма(ны) алма! (알마야! 사과(를) 가져가지 마라!)
Алма의 첫 번째 의미는 여성의 이름 중 하나입니다. 또한 알마티의 알마와 같은 사과를 뜻하기도 하며 마지막으로 쓰인 Алма는 가져가다(Ал)와+부정어미(ма)가 합쳐져 ‘가져가지 마라’는 명령의 뜻을 가집니다.
Ат, ат(ты) ат! (말을 향해 쏘아라!)
Ат 역시 여러 개의 뜻을 갖고 있는데요. 말이라는 뜻과 (화살 따위를) ‘쏘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Қоймаға қойма! (창고에 놓지 마라!)
қойма는 먼저 창고라는 뜻을 갖습니다. 또한 ‘놓다’라는 의미의 қою와 부정어미(ма)가 합쳐진 형태이기도 합니다.
마치 우리나라에서 “밤에 밤을 먹다가 꿀밤을 맞았다” 또는 “배를 가득 실은 배가 출발했을 때 나는 배가 아팠다” 정도와 비슷하게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이런 동음이의어에 의한 말장난은 쉽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단어의 의미가 여러 개임을 먼저 알아야 하고 각 의미가 적절히 연결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야 하죠. 아마도 카작 친구에게 이 장난을 친다면 여러분의 카작어 실력에 놀랄 지도 모르니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써먹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상, 알마티에서 열 네 번째 칼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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