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한승희

안녕하세요? 한국외대 중앙아시아학과에 재학 중인 글로벌 K네트워크 리포터 5기 한승희입니다.
먼저 약 6개월간 독자 여러분들에게 중앙아시아와 관련된 소식을 전해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입니다 :)
저는 주로 중앙아시아의 인문학적 요소들에 대해 글을 쓸 예정입니다.
현지에서 소식을 전하는 만큼 최대한 생생하고 흥미로운 칼럼으로 만나요~​
Title 열 세 번째 칼럼 <가장 '카자흐스탄'인 것>
Writer 로컬리티센터 Date 18-08-22 11:13 Read 2,574

본문

가장 '카자흐스탄'인 것

안녕하세요? 이번 칼럼의 주제는 가장 카자흐스탄적인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것입니다. 제 생각만으로 뽑은 것은 아니고 현지 친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3가지를 선정하였습니다. 또한 그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한 제 개인적인 생각도 덧붙여 봤습니다. 그럼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먼저 3위는 바로 ‘전통 문양’이었습니다. 사실 중앙아시아는 다채롭고 아름다운 문양들로 유명한데요. 카펫이나 의류, 장신구 등에서 많이 발견할 수 있습니다. 로컬리티 챌린지 3기에서도 중앙아시아 문양과 관련된 탐사활동을 벌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작게는 일상 생활 속 어디서든, 크게는 건축과 디자인 등 곳곳에서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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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문양을 도시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저는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전통 문양은 카자흐스탄뿐만 아니라 우즈베키스탄을 비롯한 다른 중앙아시아 국가에도 있는 것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러한 의문은 제가 외국인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제 눈에는 다 똑같은 중앙아시아의 전통 문양으로 보였지만 그 내면에는 각 민족의 전통 문양이 있었습니다. 마치 외국인들의 눈에는 나박김치와 물김치가 똑같아 보이지만 우리에게 엄연히 다른 것처럼 말이죠.

 

물론 제가 생각한 것과 같이 중앙아시아 전통 문양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특히 예로부터 존재했던 문양들은 시각적인 사물이나 비시각적인 관념 등을 형상화 해놓았다는 것인데요. 마치 한자(漢字)와 같이 말이죠. 조금 다른 점이라면 반복적이고 기하학적으로 표현한 것이죠. 하지만 각 민족 별 그 대상에서 차이가 있었습니다. 특히나 카자흐스탄 전통 문양에는 말, 늑대, 독수리, 성공적인 사냥을 염원하는 의미를 가진 문양 등이 많이 있습니다. 반대로 우즈베키스탄 같은 경우에는 조금 더 이슬람적인 색채와 패턴, 기하학적 문양이 강하며, 동식물을 표현하는 등의 차이점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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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의미를 형상화 해놓은 무늬들

물론 그 이유는 생활양식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합니다. 정착 사회였던 우즈벡 민족은 일찍이 농경을 시작했고 그 결과 동물 외에도 식물(곡물)이 중요한 가치를 가지게 되었고 반면에 유목사회였던 카작 민족에게는 주식이 되었던 동물이 아닌 식물은 친숙한 대상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또한 문양들의 기원에는 이슬람과 전통 생활양식 외에도 조로아스터교, 비잔틴 제국의 영향을 받기도 했다니 제가 이전 칼럼에서 언급했던 ‘문화의 용광로’라는 표현이 더욱 와닿는 것 같네요. 

 

다음으로 2위는 바로 ‘돔브라’ 입니다. 전공생이 아니라면 돔브라라는 말은 생소할 것으로 생각하는데요. 잠깐 사진으로 확인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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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돔브라 사진()과 유아용 장난감 돔브라(아래)

 

 

마치 서양의 기타나 중국 전통악기인 비파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돔브라는 카자흐스탄의 전통 악기 중 하나입니다.

 

카자흐스탄 속담에는 “Нағыз қазақ-қазақ емес, Нағыз қазақ ─ домбыра!” (정말 카작인 것은 카작인이 아니다. 정말 카작인 것은 돔브라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의미를 해석해보면 “카자흐스탄 사람보다도 더 오래 된 것은 돔브라이다” 정도로 풀이될 수 있는 말인데요. 이처럼 돔브라의 역사는 굉장히 오래되었으며 카자흐스탄 민족에게 특히나 의미 있는 악기 중 하나입니다. 물론 돔브라는 카자흐스탄뿐만 아니라 인근 중앙아시아 국가. 예컨대 우즈베키스탄에도 있지만 크기와 줄의 개수 등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예로부터 우즈베키스탄 민족은 일찍이 정착생활을 시작했기에 악기를 연주할 때도 주로 크고 제자리에서 연주가 가능한 악기들이 쓰였고 악기의 수가 다양한 반면에 카자흐스탄 민족은 유목생활을 했기 때문에 주로 이동이 용이한 작은 악기와 동적인 상태에서 연주할 수 있는 악기들을 사용했으며 그 종류와 수가 적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카작 민족들은 더욱이 돔브라를 아끼고 사랑하는 것이 아닐까요? 카자흐스탄에는 유아용 장난감 돔브라도 있으며 돌잡이라고 볼 수 있는 행사에서도 우리나라에서 마이크 대신 올라가는 것이 돔브라라고 합니다.

 

대망의 1위는 바로 ‘말’입니다. 이것은 제가 어느 정도 예측한 결과였기에 크게 놀라지는 않았습니다. 유목이라는 생활양식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말’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특이한 점은 오늘날에도 카자흐스탄에서 ‘말’의 중요성은 변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말 대신 자동차가 이동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취미가 아닌 이상 도심에서는 말을 타고 다니지 않습니다. 위험하기도 하고 목적지까지 이동을 위해서는 자동차가 훨씬 빠르기 때문이죠. 게다가 현지 언론에 따르면 카자흐스탄의 차량 수는 매달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전년대비 68%증가)입니다. 즉, 이전처럼 이동이라는 목적을 위해서 말을 타는 세상은 지났다는 것입니다. 물론 도심을 벗어난 시골이나 아직까지 유목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의 경우(하지만 전체 인구에서 매우 적은 비중을 차지)는 아니겠지만 제가 지내고 있는 알마티라는 대도시를 기준으로 말이죠.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제가 생각한 이유는 바로 말이 음식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더 이상 말을 이동 수단으로 (거의)이용하지 않지만 오래 전부터 이어온 말과 관련된 음식. 예컨대 카즈(말 내장으로 만든 순대와 비슷한 음식), 크므즈(말 젖으로 발효시킨 요커트) 등 카자흐스탄 사람이 좋아하는 음식들 모두가 말에서 얻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지금도 이것을 먹고 있기 때문에 말이 여전히 중요한 가치를 지니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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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한복판에서도 말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카자흐스탄에서 말은 친근한 존재이다()

순대와 매우 흡사한 카즈. 현지에서 매우 인기 있는 음식이다 (아래) 


이 밖에도 카자흐스탄 현 대통령인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차(茶), 샤슬릭(전통 꼬치구이), 이슬람 등의 답변도 있었습니다.

 

아쉽게도 제가 생각했었던 유르타(전통 가옥)와 전통의상은 없었는데요. 유르타는 도심과 시골 가릴 것 없이 심지어는 도로변에도 즐비하게 들어서 있어 자주 볼 수 있었지만 순위권에는 없었습니다. 또한 유르타와 전통 의상은 일상에서는 자주 접할 수 없지만 어느 행사에서든 꼭 등장하기 때문에 순위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이에 대한 제 생각은 아마도 경험의 부재인 것 같습니다. 설문의 주 대상이 제 또래였기 때문에 우리와 마찬가지로 한옥의 개념은 알고 있지만 한옥에서 실제로 거주하지 않으며 한복을 일상복으로 입고 다니지 않는 그런 이유와 같다 봅니다.

 

참고로 설문 결과는 제 또래의 의견인 만큼 카작민족 전체의 의견을 대표할 수는 없습니다. 연령에 따라 앞서 언급한 유르타나 전통복장을 1순위로 생각하는 사람도 충분히 있을 것입니다. 언제나처럼 정답이 없는 질문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제 또래는 생각보다 “’카자흐스탄적인 것은 무엇이냐?”라는 질문보다 “중앙아시아적인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상당히 어려워했습니다. 우리에게는 카자흐스탄이나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라고 부르는 것이 친숙하지만 이들에게는 이것이 때로는 어색하다고 합니다. 마치 “우리에게 동북아시아적인 것에는 무엇이 있니?”라고 묻는 것과 같은 맥락인 것이죠. 즉, 중앙아시아이라는 것은 (명칭이 아닌 바라보는 시각에서) 우리에게 한국, 중국, 일본을 비슷한 국가와 문화권으로 바라보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경험입니다.

 

이상, 알마티에서 열 세 번째 칼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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