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한승희

카자흐스탄 스포츠 영웅​

안녕하세요? 여러분이 생각하는 우리나라 국민 영웅은 누구인가요? 개인적으로 지금은 은퇴하였지만 김연아 씨와 박지성 씨가 우리나라를 전 세계에 알린 대표적인 영웅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이 역시 답이 있는 질문은 아니기 때문에 여러분들이 생각하시는 모든 분들이 영웅이 될 수 있습니다. 제가 이렇게 질문을 던진 것은 아마도 짐작하시겠지만 오늘 칼럼의 주제와 연관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칼럼의 주제는 바로 카자흐스탄 스포츠 영웅입니다. 그 중에서도 카자흐스탄 국민 영웅 2명을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다만 이번 칼럼만큼은 가벼운 문장이나 농담을 포함하지 않으려 합니다. 그럼 바로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그의 링네임은 그의 이름을 딴 ‘GGG(Triple G)’또는 ‘베이비페이스’이며 제가 골로프킨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올해 5월 알마티 작은 술집에서였습니다. 당시 조용하던 가게에서 가볍게 모임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엄청난 응원 열기가 느껴졌습니다. 어딜 둘러보더라도 카자흐스탄 사람들은 TV 속 인물을 열렬히 응원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에 흥미를 느껴 경기를 보았는데 정말로 실력이 뛰어난 선수임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는 그제서야 그가 골로프킨임을 알게 되었고 그날부터 저는 골로프킨의 팬이 되었습니다.

그와 경기를 마친 선수들은 하나같이 존경과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으며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이시다 노부히로, 매튜 맥클린, 커티스 스티븐스 등과 같이 유명한 선수들에게 K.O를 안겨주는(특히 노부히로 선수는 골로프킨을 만나기 전 단 한 번도 K.O를 당한 적이 없는 강한 선수였다) 새로운 스타로 떠올랐습니다. 게다가 상대방을 도발하지 않는 신사다운 경기 모습까지. 실력과 인성을 모두 갖춘 복서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이러니 당연히 카자흐스탄 전체가 골로프킨에 열광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복싱계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이러한 골로프킨을 우리가 주목할만한 점은 이것 말고도 또 있습니다. 그의 외할아버지가 바로 고려인. 즉, 우리 민족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그의 어머니 역시 한국인이며 그는 고려인 3세에 해당합니다. 올해 9월 2017년 당시 무승부 판정을 받았던 카넬로 알바레스와의 재대결을 펼칠 예정이라고 하니 주목할만한 경기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승승장구할 프도프킨을 바라며 함께 응원해보는 것이 어떨까요?

다음 인물은 바로 ‘데니스 텐’입니다. 최근 국내 포털 사이트 검색에 며칠간 올랐던 인물이기도 한데요. ‘데니스 텐’은 카자흐스탄 피겨스케이트 선수이며 주니어 시절부터 남다른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데니스 텐’은 주니어 시절부터 상당히 눈에 띄는 실력자였다.​

이후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고급 기술을 구현해내기 시작했으며 실수를 거의 없이 소화해내며 타 선수들보다 앞서기 시작했습니다. 2014년에는 소치 동계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획득했으며 이를 계기로 본격적인 카자흐스탄 스포츠 영웅으로 부상하게 됩니다. 이후에도 꾸준한 노력으로 멋진 경기력을 갖춘 선수로 인정되었으며 당시 우리나라의 김연아 선수의 갈라쇼 파트너이기도 하였습니다. 국내에서도 2차례 갈라쇼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데니스 텐’에게 주목할 점은 우수한 경기 능력 외에도 한 가지가 더 있는데요. ‘데니스 텐’ 역시 고려인 3세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의 할아버지가 바로 대한제국 당시 의병장이었던 ‘민긍호’ 선생님이라는 것입니다. ‘민긍호’ 선생님은 100여 차례가 넘는 전공을 세웠을 정도로 출중한 능력과 애국심의 소유자였는데요. 항일운동을 위해 현재 러시아 지역에 머물다 고려인 편에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중앙아시아 지역으로 강제 이주 당하게 됩니다. 그리하여 그의 후손이 카자흐스탄의 스포츠 영웅이 된 것입니다. ‘데니스 텐’은 비록 카자흐스탄 국민이지만 그의 이름 중 ‘텐’은 민 씨 성을 현지 문자화 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본인 역시 할아버지의 업적에 대해 알고 있으며 이에 대해 자부심이 있으며 절대 잊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습니다. 그는 2014년 내한 당시 직접 민긍호 선생의 묘를 찾아 직접 쓴 장문의 편지를 올리기도 하였는데요. 잠깐이지만 당시 이슈로 국민들의 주목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출처: 데니스 텐SNS​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얼마 전 사망하고 말았습니다.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믿고 싶지 않지만 이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 너무도 슬픈데요. 그는 2018 년 7월 19일 이곳 알마티에서 괴한들에 의해 수십 차례 자상을 입게 되어 과다출혈로 사망하였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카자흐스탄은 말 그대로 패닉에 빠졌습니다. 이 소식을 듣고 길거리에서 펑펑 우는 사람들과 불같이 화를 내는 사람들도 보였습니다. 스포츠 영웅의 목숨을 앗아간 이유는 고작 자동차 사이드미러를 훔치기 위해였습니다. 이후 이 사실은 인터넷을 통해 큰 이슈로 부상하였으며 전 세계인들의 안타까움을 샀습니다. 국내 반응도 마찬가지였으며 특히나 이곳 알마티는 엄청난 충격과 슬픔에 빠졌습니다. 얼마 전 21일 치러졌던 ‘데니스 텐’의 장례식에는 정말 수많은 인파가 몰려 애도를 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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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NS를 통해서도 데니스 텐을 추모하고 있으며(좌) 실제 데니스 텐의 장례식 모습(우)

 장례식장에는 끝이 없어 보이는 조문객들과 슬픔으로 가득 차 있었다.

현재까지도 알마티는 슬픔에 잠겨있는데요. 하루빨리 아픔을 잊고 마음속 상처를 회복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출처: 골로프킨SNS 

이상, 알마티에서 11번째 칼럼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