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정하영

안녕하세요, 2018년 1학기 러시아 야쿠츠크 교환학생 러시아학과 16학번 정하영입니다.

야쿠츠크는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도시인만큼 저는 앞으로 대도시와는 차별적인 야쿠츠크만의 로컬 문화를 중점적으로 다룰 것입니다. 또한 제가 공부할 북동연방대에서는 러시아 대학생들과 직접 교류하는 기회가 많기 때문에 러시아 ‘사람들’의 문화에 대해서도 다양한 칼럼을 쓸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Title 여섯 번째 칼럼 <러시아의 전승기념일, 승리의 날>
Writer 로컬리티센터 Date 18-05-28 12:14 Read 132

본문

 

러시아의 전승기념일, 승리의 날(День Победы)”

 

59일 승리의 날(전승기념일)1941대조국전쟁에서 소련이 독일에 승리한 것을 기념하는 국가적인 승리의 날, 민족의 자부심의 날이다. 동시에 이 날은 참전용사들에게 큰 감사를 드리고, 전쟁에서 전사한 조상들에 대한 슬픔과 영원한 추도를 표하는 날이다.

승리의 날승리가 어떤 승리인지 그 역사적 배경을 잠시 살펴보자면, 이 당시 러시아는 소련이었고,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할 때에는 중립을 지키겠다며 ·소불가침조약을 맺었었다. 하지만 이후 본격적으로 제2차 세계대전이 시작되고 유럽을 거의 점령한 독일이 소련을 기습하자 소련도 전쟁에 참여하게 되었다. ‘독소전쟁이라고도 불리는 이 대조국전쟁1941년부터 4년간 이어졌는데 초반 900일간의 힘겨웠던 레닌그라드(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방전이후 소련은 미국, 영국과 함께 반히틀러 연합을 결성하였다. 소련은 연합군과 함께 소련 영토를 해방한 후 베를린을 공격해 독일의 무조건 항복을 받아냈는데 이 날이 모스크바 기준으로 바로59일이다. ‘대조국전쟁에서의 승리는 단순한 국가분쟁에서의 승리가 아니라 나치 독일과 반파시즘 해방전쟁에서의 승리이자 유럽에서의 제 2차 세계대전을 종식시킨 승리였기 때문에 현재까지도 매년59일을 전승기념일로 기념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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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사 퍼레이드

 

전승기념일에 수도인 모스크바의 붉은 광장에서 진행되는 화려한 군사퍼레이드는 독일에 승리한 후의 개선행진 의식을 계승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에는 러시아의 군사력과 이를 바탕으로 한 강력한 국력과 늘 전쟁에 대비되어 있는 이미지를 보여주는 정치적 의미도 담겨 있다. 이 군사퍼레이드에서는 탱크와 전차미사일 등 매년 더욱 발달된 신무기를 선보인다고 한다. 올해에는 로봇탱크, 드론, 전투기 등 첨단무기들이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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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쿠츠크 행렬

군사퍼레이드가 끝나면 행렬이 시작된다. 올해에는 전체 러시아에서 천 만명 이상이 <불멸의 연대>라 불리는 행렬에 참여했다고 한다. <불멸의 연대>란 후손들이 조국에 승리를 가져다 준 자신의 조상의 사진을 들고 행진하는 행렬을 말한다. 비록 그들은 전사하였지만 후손들에 의해 매년 기억되고 명예로울 것이므로 영원히 불멸한다는 의미이다. 이곳 야쿠츠크에서도 35천명 이상이 행렬에 참여했는데2013년부터는 야쿠트족 원주민들의 후손들도 3000명 가량 참여해왔다고 한다. 수만명이 사망하고 실종되었으며 현재까지 남아있는 참전용사들 또한 그 수가 점점 적어지고 있지만 현재까지 살아있는 참전용사들은 명예롭게 대접받는다. 많은 사람들이 참전용사들에게 카네이션을 전달하고 함께 사진도 찍고 다양한 방법으로 감사를 표한다.

 

직접 퍼레이드에 참여해보면서 전승기념일뿐만 아니라 노동절 등의 행사에서 행렬은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서 보다 큰 의미를 준다고 느꼈다. 행렬은 많은 사람들이 모인 집회에서 그치지 않고 함께 열 맞춰 행진하는 행동이 더해져 더 큰 의미를 갖는다. 앞으로 나아가는 방향 자체도 긍정적인 느낌을 준다. 우리나라에서도 시위할 때 행진을 하긴 하지만 이 날의 행렬에 직접 참여해보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열을 맞춰 걸으면서 구호에 맞춰 크게 소리치고 노래하다가 하이라이트인 광장을 지날 때가 되면 많은 사람들의 환호와 카메라 셔터음을 들으며 거의 달리다시피 하게 된다. 이 때 그 생동감이 전해주는 가슴 벅참, 그리고 역사 속에 함께하는 느낌이 정말 좋다. 책상에 앉아 역사 이야기를 듣고 연도를 달달 외우고 이런 것보다 한 번 행렬에 참여해서 그 느낌을 받아보는 게 훨씬 유익할 듯하다. 어렸을 때부터 이렇게 구경나와 왜 이런 행렬을 하는 것인지 알게 되고 커서는 직접 행렬에 참여함으로써 자국의 역사를 잊지 않는 것, 이게 바로 러시아의 애국심의 원동력이 아닐까?

 

우리나라처럼 노동을 중시하는 나라에서는 국가공휴일로 지정되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를 갖지만 시간이 흐른 뒤에는 그 의미가 퇴색되어 단순히 빨간 날로 여겨 지기 일쑤다. 하지만 실제로 이렇게 직접 우리 할아버지나 조상님들의 초상화를 들고 거리에 나가 행렬에 참여하면 전쟁을 교과서로만 배운 후손들도 그 무게를 느끼고 진심으로 추모하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규탄할 만한 국가적 사안이 생기면 집회와 시위, 행렬을 하지만 이것과는 느낌이 다르다. 현재를 바꾸고 미래를 만들어가는 행렬도 좋지만 과거를 잊지 않는 행렬도 함께해보면 어떨까? 광복절 같은 날에 국가적으로 퍼레이드를 진행한다면 좋을 것 같다.

 

출처

АламжиБудаев, 「Полк, уходящий в бессмертие」, Якутия, 2018.05.11, 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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