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정하영

안녕하세요, 2018년 1학기 러시아 야쿠츠크 교환학생 러시아학과 16학번 정하영입니다.

야쿠츠크는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도시인만큼 저는 앞으로 대도시와는 차별적인 야쿠츠크만의 로컬 문화를 중점적으로 다룰 것입니다. 또한 제가 공부할 북동연방대에서는 러시아 대학생들과 직접 교류하는 기회가 많기 때문에 러시아 ‘사람들’의 문화에 대해서도 다양한 칼럼을 쓸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Title 다섯 번째 칼럼 <야쿠츠크에서 한국 찾기>
Writer 로컬리티센터 Date 18-04-27 12:13 Read 1,014

본문

다섯 번째 칼럼 – “야쿠츠크에서 한국 찾기

  

우리나라에서 야쿠츠크를 아는 사람은 거의 드물지만 야쿠츠크에서 한국은 여러 방면으로 아주 유명하다. 일상생활에서도 쉽게 한국물품들을 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 사이에서 한류의 열풍은 엄청나고 한국어에 대한 관심과 열의도 예상보다 뜨거워서 놀랄 정도다. 야쿠츠크는 러시아에서도 한국과 교류가 아주 많은 도시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데, 현재 야쿠츠크 곳곳에서 찾을 수 있는 한국의 모습을 한국 교환학생들의 하루 일과를 통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9 : 30 아침에 학교에 가면 외국인들을 위한 러시아어 반에서 수업을 듣는다. 3~5개 정도의 반으로 편성되어 있는데 어느 반에나 중국인이 가장 많고 한국인, 일본인, 미국, 타르키즈스탄 등에서 온 학생들이 몇 명씩 있다. 야쿠츠크의 한국인은 많아야 열댓 명 정도로, 그 마저도 대부분은 반 년~ 1년 간만 머물다 떠나는 학생들이다. 나머지는 무역과 교육, 의료 등의 분야에서 한국과 야쿠츠크의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계시는 교수님과 지사장님, 협회장님 등이시다. 또한 음악학교에 다니는 한국인들도 몇몇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야쿠츠크에 있는 한국인들은 모두 각자 다양한 방법으로 다양한 대상에게 한국에 대해 소개하고 한국문화를 알리고 한국어를 가르치는 데에 일조하고 있다

 

14 : 00 점심을 먹고 학교로 돌아오는 길에서 인문대 쪽으로 가는 한국어과 친구들을 만나 인사를 한다. 북동연방대학교에는 다양한 외국어과가 있는데, 영어, 불어, 중국어, 일본어 등과 한국어과가 있다. 우리학교에서 야쿠츠크로 교환학생을 파견하듯이 한국어과에서도 매 학기 많은 학생들을 한국에 보낸다. 한국어를 한국인처럼 잘 하는 친구들이 많아서 한국인 교환학생들이 왔을 때 그들의 버디가 되어 초반 유학 생활에 적응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서로 언어를 교환하는 관계를 지속한다. 또한 교환학생들은 이러한 일대일 매칭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한국어과 학과 행사에도 참여하여 더 많은 러시아친구들과 교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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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1 – 한국어과 행사>


 

15 : 30 수업이 모두 끝나면 기숙사에 가기 전에 편의점이나 마트에 들러 간식과 저녁거리를 사간다. 이때 아무리 작은 학교 내 마트에 가더라도 항상 한국 식품이나 상품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한국의 편의점 같은 마트에는 다양한 한국 과자와 한국 라면, 한국 음료수들을 팔고, 심지어는 한국 조미료까지 팔기도 한다. 값은 한국에 비해서는 비싸긴 하지만 가끔 먹고 싶을 때 사 먹을 만하다. (사실 러시아 과자가 더 맛있는 게 많기 때문에 굳이 한국 과자가 먹고 싶지 않다.) 특히 라면 같은 경우에는 도시락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도시락90년대에 유명했던 우리나라 라면으로 지금은 한국에서 찾아보기 힘들지만 러시아에서는 도시락이 라면의 대명사가 될 정도로 보편적인 라면이다. 물론 요즘에는 더 맛있고 다양한 종류의 한국라면도 많이 수입되지만 가격도 싸고 조리법도 간편한 도시락이 즉석조리식품으로서 여전히 가장 인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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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 한국인지 야쿠츠크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한국 식품들>

  

17 : 00 저녁 거리를 사기 위해 조금 더 큰 마트에 간다면 식품은 말할 것도 없고 한국에서 수입한 생활용품들도 아주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치약, 세제, 수세미 등 생각도 못한 제품에도 한국어가 적혀 있어서 신기했다. 한식을 요리하기 위해 재료를 사려면 한인 마트에 갈 수도 있는데, 그곳에는 한국에서도 본 적 없는 컵라면들이 있을 정도로 다양한 제품들이 구비되어 있다. 다양한 소스, 고추장, 된장 등의 조미료나 당면, , 미역 등도 살 수 있다. 의지만 있다면 한국에서 먹던 음식에 못지않은 웬만한 가정식은 대부분 해먹을 수 있다. 이외에도 한국의 여러 제품들, 가전제품과 화장품도 쉽게 구할 수 있다. 한국의 물품들은 대부분 질이 좋아서 수입 비용을 차치하고서라도 보통 타 제품보다 더 비싸지만 그래도 여전히 수요가 많다.

 

18: 00 저녁에 기숙사에서 해먹지 않고 약속이 있는 경우에는 코리안 클럽 친구들과 만나거나 버디와 만난다. ‘코리안 클럽은 한국어과 학생들을 포함하여 한국에 관심있는 학생들 전부가 모여 활동하는 동아리인데, 학과도 다양하고 관심사도 다양하여 교류의 폭을 더 넓힐 수 있다. 또는 한국학과의 공식적인 행사에 다같이 참여하기도 하는데 이때 만나는 친구들은 한국의 문화 특히 K-pop에 아주 관심이 많다. 대화 주제의 대부분이 한국 가수, 음악 혹은 드라마일 정도로 인기가 아주 많고 한국어 노래뿐만 아니라 춤까지 다 외울 정도이다. 한류를 통해서 한국을 처음 접하고 한국어를 배우기도 하고, 한국에 여행을 가기도 하고, 심지어는 한국어과에 입학한 친구들이니 다들 한국인에게 우호적이고 친절하다. 예전에는 일본의 J-pop이나 애니메이션 등이 더 유명했다고 하는데 동방신기나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등 2세대 아이돌과 꽃보다 남자같은 드라마가 히트를 치면서 그때부터 한류의 인기가 아주 높아졌다고 한다. 이들은 교환학생으로 파견 온 한국 학생들이 오히려 더 몰라서 대답을 못 할 정도로 깊은 애정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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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3 – 한국 예능, 드라마 관련 영상자료가 올라오는 러시아 SNS 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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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4 – 러시아어 자막이 달린 한국 예능 런닝맨’>

  

21 : 00 넘치는 한류의 인기에 신기하면서도 이들은 애초에 한국에 관심이 있던 친구들이라서 이 정도인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하며 기숙사에 돌아오면, 전혀 한국어과도 아닌 야쿠트인 룸메들이 한국 아이돌 무대영상을 보거나 한국 노래를 듣고 있다. 요즘에는 VK나 유투브를 통해 쉽게 접할 수 있지만 예전에는 인터넷 환경이 안 좋아서 불법적으로 usb를 이용해 공유를 하기도 했다고 한다. 룸메이트의 핸드폰에서 흘러나오는 한국어를 들으면 이곳이 정말 야쿠츠크가 맞는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한편 이 정도로 한국의 팬이 아니더라도 한국 여행을 가고 싶어하거나 한국의 문화에 대해 더 알고 싶어서 우리에게 대화를 시도하는 경우도 있다. 물리적으로도 가깝기도 하고 이렇게 정신적으로도 거부감이 없어서 그런지 한국으로 여행을 오는 경우도 많았다. 혹은 한국의 메이크업이나 패션 같은 경우도 한류 못 지 않게 유명해서 한국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하는 하나의 요소가 된다.  

 

주말 수업이 없는 주말에는 교수님 혹은 지사장님, 또는 그 외 귀빈과 한국학생들 모두가 모여 자리를 하기도 하고, 앞서 말한 한국학과 학생들과 야외 활동에 함께 참여하기도 한다.

 

한국인들이 다같이 모이는 공식적인 행사는 주로 시내 중심에 있는 LG센터의 한국음식점 한국관에서 진행된다. LG는 야쿠츠크가 지금보다 훨씬 개발이 덜 되고 우리나라와도 교류가 많지 않았을 때부터 사정이 여의치 않을 때도 다른 국가 기업과 달리 변함없이 손을 놓지 않아 지금까지도 야쿠츠크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중이라고 한다. 이 관계를 통해 한국 제품들이 이만큼 보편화된 것이 아닐까 싶다. LG 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들 또한 교류 중이며 특히 야쿠츠크 대부분의 전자제품은 삼성 제품일 정도로 점점 더 한국과 야쿠츠크의 교역망이 넓어지고 있다.

 

보통 이렇게 한국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야쿠츠크인들은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열정이 가득하다. 이들을 위해서 야쿠츠크에는 북동연방대학교 한국어과, 사하-한국학교와 같은 정식 한국어교육기관이 있다. 한국외대 강덕수 교수님께서 야쿠츠크 북동연방대와 한국의 외대를 중심으로 한국어 교육과 교류를 개척하셨다. 현지에서는 안상철 교수님께서 한국어학과에서 한국어를 가르치시며 한국문화와 한국어를 전파하려는 여러 노력을 하고 계신다. 이에 더 나아가 현재 대한민국 정부 산하 한국어 교육 기관인 세종 학당도 유치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물론 이외에 비공식적인 한국어 과외나 학원들도 많기 때문에 한국어과에서는 한국어능력인정시험(TOPIK)을 주관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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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5 – 야쿠츠크에서 TOPIK을 보는 학생들>

  

거리상으로는 가깝지만 멀다고 생각했던 야쿠츠크에서 한국을 이렇게 우호적으로 바라보고 있음을 매일매일 사소한 것으로부터도 확인할 수 있어서 정말 신기했다. 앞으로도 야쿠츠크와 한국이 더욱 상호우호적인 관계로서 발전할 수 있길 바라며 한국에도 야쿠츠크를 더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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