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정하영

안녕하세요, 2018년 1학기 러시아 야쿠츠크 교환학생 러시아학과 16학번 정하영입니다.

야쿠츠크는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도시인만큼 저는 앞으로 대도시와는 차별적인 야쿠츠크만의 로컬 문화를 중점적으로 다룰 것입니다. 또한 제가 공부할 북동연방대에서는 러시아 대학생들과 직접 교류하는 기회가 많기 때문에 러시아 ‘사람들’의 문화에 대해서도 다양한 칼럼을 쓸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Title 네 번째 칼럼 <야쿠츠크의 민족 야쿠트인>
Writer 로컬리티센터 Date 18-04-27 12:02 Read 2,112

본문

네 번째 칼럼 – “야쿠츠크의 민족 야쿠트인

  

   많은 사람들이 러시아인이라고 하면 대부분 금발에 푸른 눈, 높은 코를 가진 백인을 떠올릴 것이다. 그래서 러시아에 간다고 했을 때 잘생긴 서양인들을 만나게 되겠다는 말을 많이 들었었다. 하지만 여기 야쿠츠크에는 러시아인보다는 지역 토착민인 야쿠트인들이 더 많다. 야쿠츠크의 인구 구성 비율은 야쿠트인 50 : 러시아인 40 : 그 외 러시아 주변 국가 10으로, 야쿠트인이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 특히 학교에서는 야쿠트인이 가장 흔히 보이고 러시아인은 시내 중심 쪽에서만 많이 볼 수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이런 러시아인들은 모스크바나 상트페테르부르크와 같은 서쪽에 많다.

 

야쿠트인들은 정말 동양적으로 생겼다. 이들은 튀르크계 민족으로 원래는 바이칼호 서부 지역토착민이었으나 몽골의 침입으로 현재 시베리아 극동 지역까지 이동하게 되었다. 그래서 생김새는 몽골인과 한국인의 중간 같은 느낌을 준다. 대체적으로 판판한 얼굴에 무쌍, 낮은 코, 검은 생머리를 가지고 있고 피부색도 거의 흡사하다. 그렇더라도 북방 인종인지라 체격은 서양인과 비슷한 편이고 평균적으로 키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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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1 – 야쿠츠크 전통 행사에서 전통의상을 입은 야쿠트인들>

 

야쿠트인은 동양인들 중에서도 특히나 한국인들과 가장 닮아서 생김새로는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심지어는 가게나 마트에서 야쿠트어로 말을 거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도 우리가 한국인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었을 때 처음 겉모습만 보고는 우리를 야쿠트인이라고 생각했다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한겨울에는 옷차림을 통해서 야쿠트인과 한국인을 한 눈에 구별해낼 수 있었지만 날이 점점 풀리면서 옷차림이 비슷해지니 이제는 정말 구별이 어려워졌다.

 

그렇다면 동양인과 닮은 외양만큼 내면의 사고방식이나 인종의 특성도 비슷할까?

 

동양인과 서양인은 삶의 환경과 청소년기 교육 방식 등의 영향으로 사고 방식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그러나 러시아는 북미권도 동양권도 아니며 넓은 영토로 인해 확실히 유럽권에 속한다고 단정짓기도 어렵다. 게다가 야쿠츠크는 물리적으로도 수도인 모스크바보다 한·중·일과 더 가깝다. 또한 시베리아 극동에 위치하여 상대적으로 고립되어 있으므로 보다 보수적인 편이다. 그러나 완전히 동양적인 사고 방식을 가지고 있지는 않는 듯 보인다. 그 이유는 지극히 주관적인 견해지만, 야쿠츠크에는 동양적인 사고 방식에 기저하는 유교사상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남녀관계에 있어 이러한 차이가 가장 크게 두드러지는데, 가부장적이고 보수적인 유교사상과 달리 야쿠츠크는 아주 개방적이고, 동양에 비해서는 양성이 평등한 편이다. 이 때문에 처음 야쿠츠크에 왔을 때 많이 놀랐던 기억이 있는데, 이곳 대학에서는 남녀가 같은 기숙사 건물에서 지내고, 심지어는 같은 층에 섞여서 산다. 물론 같은 방에 배정받지는 않지만 실질적으로는 연인의 방에서 지내는 경우도 아주 많고, 평소에도 이성인 친구의 방에 왕래하는 데에 전혀 거리낌이 없다. 교수님이나 기숙사 사감님과 같은 기성세대들도 학생들의 연애에 대해 아주 관대하다. 일례로 한 번은 어떤 남학생이 여성의 날에 꽃과 선물을 주기 위해 여자친구의 기숙사에 찾아온 적이 있었는데, 사감님께서 뭐라고 하시기는 커녕 그 둘의 사진을 정성스레 찍어주시기까지 하는 것을 보고 새삼 신기했고 우리와는 사회적 분위기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한편 가치관과 달리 야쿠트인의 인종적인 특성은 동양인보다는 러시아인과 더 유사하다고 한다. 러시아의 긍지 높고 호전적인 특성은 아마도 혹독한 추위와 드넓은 영토와 같은 자연적 환경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자국에 대한 자부심이 강해 외부인은 배척하고 보수적이며 사냥꾼 기질이 다분하다. 이러한 면에서는 야쿠트인 또한 러시아인과 비슷하다고 한다. 오히려 더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훨씬 다혈질이고 거친 편이다. 특히 사하공화국의 경우에는 공화국 내에서도 여러 지역으로 구분되어 있어 서로 타 지역인들을 배척하는 경우가 많고 그들끼리 싸움도 곧잘 난다고 한다. 하지만 오히려 야쿠트인들은 러시아인과 또 다르게 외국인을 대하는 태도는 훨씬 유하고 친절하다. 야쿠츠크에는 외국인 자체가 드물기도 할 뿐만 아니라 동양적인 외모의 야쿠트인들도 많기 때문에 크게 외국인이라는 것이 눈에 띄지 않아서 거부감이 별로 없다고 한다. 러시아하면 스킨헤드가 유명하지만 현재는 이러한 극단적인 인종차별주의자도 드물뿐더러, 야쿠츠크에는 정말 인종차별이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야쿠트인들은 외국인들보다는 그들 내의 이방인들과 마찰을 빚는 편인데, 이는 근본적으로 언어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야쿠츠크의 공식언어는 러시아어와 야쿠트어 2가지이다. 공식적인 문서에는 2가지 언어가 병기되고 국제적인 행사에서는 러시아어를 표준적으로 사용하는 듯 하나 일상 생활에서는 야쿠트어가 지배적으로 사용된다. 가정에서부터 야쿠트어를 모국어로 배우고 러시아어를 제2외국어처럼 배우기 때문에 러시아어를 못하는 사람은 있어도 야쿠트어를 못하는 사람은 없을 정도이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우선 야쿠트어로 대화를 시도하므로 일상생활에서 야쿠트어를 가장 많이 듣게 된다. 야쿠트어는 키릴문자를 사용하긴 하나 키릴문자에 없는 문자도 몇몇 있다. 그리고 발음이나 억양, 문법 자체가 아예 다르다. 야쿠츠크에서는 전통적으로는 야쿠트어만 사용했었기 때문에 지금도 시골 변두리 지역에서는 러시아어를 못하는 경우도 있는데 몇몇 사람들이 이러한 점으로 배척하는 감정을 가져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야쿠트인들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역사와 문화를 존중하고 잘 보존하는 만큼 새로운 문화 또한 존중하는 태도를 갖는다. 야쿠츠크의 문화와 야쿠트인들에 대해 더 알아갈수록 야쿠츠크는 춥지만 야쿠트인들은 따뜻하다는 말이 꽤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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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2 야쿠트어 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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