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 첫 번째 칼럼 <세계에서 가장 추운 도시 “야쿠츠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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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 로컬리티센터 | Date | 18-03-22 10:13 | Read | 1,241 |
본문
세계에서 가장 추운 도시 “야쿠츠크“
야쿠츠크의 위치
야쿠츠크는 러시아 극동 시베리아 지역의 중심에 위치한 도시다. 한국과 경도 차이는 없지만 위도 차이가 많이 나므로 기후와 토양 등 지리적 환경이 아주 다르다. 특히 야쿠츠크의 추위는 세계에서 가장 살인적이기로 유명하다. 한국에서도 최근 SNS 상에서 엄청난 추위로 인해 얼어붙은 야쿠츠크의 사진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러한 사진 밑에는 늘 ‘저렇게 추운 곳에서 사람이 어떻게 살지?’라는 놀람과 호기심이 담긴 댓글들이 달리곤 한다. 이번 첫 번째 칼럼에서는 야쿠츠크가 실제로 얼마나 추운지, 이렇게 추운 곳에서는 사람이 어떻게 사는지에 대해 한 달 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세히 묘사하고자 한다.
처음 야쿠츠크에 도착한 날은 2월 5일이었는데 이때는 이미 가장 추울 시기인 12월~1월이 지난 후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하 40도 정도였기 때문에 비행기에서 내리기 직전까지 너무나 걱정되고 무서웠다. 심지어 올해는 한국에서도 이례적으로 영하 15도 정도의 강추위가 지속되는 바람에 이보다 더 추우면 정말로 사람이 살 수 있는 건지 궁금했었다. 그러나 막상 야쿠츠크에 도착해보니 한국에서의 강추위로 단련된 덕분인지 생각보다 미친 듯이 춥지는 않아서 약간 놀랐다.
한국의 추위와 비교하여 설명하자면, 한국은 우선 칼바람이 아주 강해서 아픈 듯이 춥다. 찬 바람이 찬 기운을 사납게 몰고 와서 사정없이 때리는 느낌이다. 반면에 야쿠츠크는 공기 자체가 아주 차갑고 건조하다. 문을 열고 나가는 순간 수분이란 수분은 한 순간에 얼어버린다. 영하 40도 정도의 날씨에는 바람이 많이 불지 않아서 휘둘리는 느낌은 없지만, 5분 이상 밖에 있다보면 서서히 얼어가는 느낌이 든다. 롱패딩과 털부츠로 차마 가리지 못한 부분에는 추위가 파고들어서 얼어버린 듯이 감각이 없어지고 살을 에는 듯하게 아프다. 한 마디로 비교하자면 한국은 눈보라 속에 있는 느낌이고, 야쿠츠크는 거대한 냉동고 속에 있는 느낌이다.
앞이 뿌옇고 나무들이 눈에 뒤덮여있음
영하 40도 대에서는 밖에 나가면 바로 코 안이 얼어붙고 모자 밖으로 빠져나온 머리카락이 바로 새하얗게 언다. 이는 한국에서 가끔 추운 날 머리를 말리지 않으면 고드름처럼 어는 것과는 또 다르다. 물이 얼음이 되는 응고현상이 아니라 수분기가 바로 얼음이 되는 승화현상이다. 또한 공기가 너무 차가워서 목이 아플뿐만 아니라 폐부로 차가운 숨이 곧장 들어가는 느낌이 나기 때문에 숨을 들이쉬기 힘들다. 따라서 호흡을 위해서는 마스크와 목도리를 필수로 해야한다. 하지만 마스크를 하게 되면 입김이 새어올라와 눈썹과 속눈썹에 맺혀 언다. 그렇게 되면 눈을 깜빡이기 어렵지만 숨을 포기할 수는 없으니 어쩔 수 없다. 패딩모자를 쓰더라도 털모자를 따로 쓰지 않으면 머리에 바람이 들어서 뇌가 어는 느낌이다. 그리고 가장 놀랐던 건 패딩에 있는지도 몰랐던 수분까지 얼어붙어 바스락거린다는 점이다. 장갑도 당연히 필수이고 어차피 밖에서는 핸드폰이 자꾸 꺼지기 때문에 폰을 오래 사용할 수가 없어서 손을 주머니에 꼭 넣고 다녀야한다.
시야가 트임
2주 정도 지났을 때는 영하 30도 대가 되었다. 이때부터는 안개가 많이 없어져서 맑은 하늘을 볼 수 있다. 아직은 상하의를 두 겹씩 겹쳐입어야하고 모자와 장갑도 필수다. 그래도 마스크 없이 숨을 쉬더라도 차갑기만 하고 목이 아프진 않다. 눈보라치는 것처럼 뿌옇게 공기가 얼어붙어서 차가 제대로 다닐 수나 있을까 싶었던 40도 대에 비하면 시야가 확보된 것만으로도 훨씬 날이 풀린 것 같은 느낌을 준다.
3월이 되면서는 영하 20도 대에 접어들기 시작했다. 이제는 밖에 나가면 시원하게만 느껴진다! 얼어붙었다가 녹거나 하는 바람에 불편했던 점들은 이제 없다. 밖에 오래 있는 것이 아니라면 장갑도 모자도 마스크도 필요없다. 사실 아직까지 현지인들 중에서는 털모자를 안 쓰는 사람을 찾아볼 수 없다. 주위에서도 한국인들만 모자를 안 쓴다며 모자를 꼭 쓰고다녀야한다고, 뇌를 보호해야한다고 걱정을 한다. 하지만 옷을 껴입는 것만으로도 이미 너무 귀찮은 한국인들은 패딩모자를 쓰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체감온도가 올라가는 만큼 주위 환경도 점점 변하기 시작한다. 하얗게 얼어붙었던 전선과 나무들이 녹아서 제 모습을 드러내고 눈이 단단히 쌓여 볼 수 없었던 도로의 무늬도 점점 드러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는 쌓여있는 눈을 치우지만 여기서는 눈을 부순다. 도로 여기저기에 딱딱하게 얼어붙었다가 깨진 눈조각들이 쌓여있다.
최근 들어서는 드디어 영하 10도 대가 되었는데 바람이 많이 불어서 체감온도는 오히려 더 내려간 것 같다. 기온 자체는 그렇게 낮지 않은데 칼바람이 부는 게 딱 한국의 추위와 비슷했다. 바람이 불더라도 해도 길어지고 밖에 오래 있어도 괜찮은 수준의 기온이 되었기 때문에 이제는 스케이트, 스키, 썰매 등 웬만한 야외활동을 하기에 딱 좋은 날씨다. 길가에는 개들도 많이 돌아다니기 시작했고 어린아이들이 눈 쌓인 놀이터에서 놀기도 한다. 하지만 이정도 겨울이 지났으면 슬슬 날이 풀릴 때가 됐는데 싶은 마음에 옷을 조금이라도 얇게 입고 나갈라치면 아직은 영하긴 영하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한국에는 점점 봄이 오는데 야쿠츠크는 아직도 한겨울인 것 같아 아쉽다.
이런 살인적인 추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야쿠츠크 사람들은 어떤 문화를 가지게 되었는지 몇 가지만 소개하자면 우선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의복문화일 것이다. 야쿠츠크에서는 대부분 사람들이 패딩이 아닌 모피코트를 입는다. 그리고 ‘샤프카’라는 털로 된 모자를 쓰고, ‘운띄’라는 털로 된 부츠를 신는다. 우리나라에서는 방한용품의 안쪽에만 털을 넣는데 여기는 바깥 쪽까지 전부 털로 뒤덮어 이중방한을 한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한겨울에는 영하 60도가 넘는 추위 속에서 살기가 힘들 것이다.
대부분이 모피코트와 같은 두꺼운 외투를 입기 때문에 생긴 특별한 시스템도 있다. 야쿠츠크의 실내에서는 난방이 아주 잘 되기 때문에 얇은 옷만 입고 생활한다. 따라서 어떤 건물의 1층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외투 보관소를 마주할 수 있다. 극장이나 체육관, 학교처럼 유동인구가 많은 건물에는 외투 보관소가 한 층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큰 건물이 아닌 작은 카페나 식당에는 옷을 받아주고 찾아주는 사람은 없다하더라도 외투를 걸 수 있는 공간이 항상 마련되어있다. 맡길 외투가 없는 여름에는 그 많은 사람들이 다 어디로 가는지 궁금할 정도로 모든 건물에 외투보관소가 있어서 정말 신기했다.
이렇게 항상 겨울일 것 같은 야쿠츠크에도 여름이 오긴 온다. 8월 쯤에는 영상 40도에 달할 정도로 더워서 민소매에 반바지를 입고 다닌다고 한다. 이렇게 심한 연교차로 인해 자연적인 환경에도 변화가 많이 일어나는데, 다음 칼럼에서는 약 100도 가량의 연교차로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만들어진 아름다운 레나 석주 공원에 방문한 이야기를 다루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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