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 일곱 번째 칼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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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 로컬리티센터 | Date | 18-02-01 23:19 | Read | 46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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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는 정말 낭만적인 도시일까
안녕하세요! 글로벌 K-네트워크 리포터 이아영입니다. 이제 올해의 한 달도 벌써 다 지나가네요. 다들 새해에 계획한 것들 잘 이루고 계신지 모르겠네요. 오늘은 누구나 파리에 오면 가질법한 막연한 생각 ‘파리는 정말 낭만적인 도시일까’라는 주제로 칼럼을 써보려고 합니다.
파리로 처음 유학을 간다고 했을 때 사람들한테서 들은 말은 “이제 파리지앵이네?”, “파리로 유학가다니 너무 낭만적이다.” 이런 말들이었습니다. 저조차도 파리지앵이 된다고 했을 때 믿기지 않았습니다. 매번 파리로 유학 가는 것을 머릿속으로 상상만 해봤지 실제로 파리에서 살게 될 줄은 정말 몰랐거든요. 파리를 떠올리면 파리가 주는 낭만적이고 자유로운 분위기, 유명한 패션, 햇살이 쏟아지는 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 등등을 생각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에게 파리는 왜 낭만적인 도시라는 이미지를 심어놓았을까? 그리고 우리는 왜 이런 생각들을 떠올리게 되는 걸까요. 그리고 왜 저는 굳이 프랑스 파리로 오고 싶었는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파리가 가지고 있는 옛 모습 그대로를 사람들이 사랑해서는 아닐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급격한 근대화를 겪으면서 옛것을 그대로 간직하기 보다는 모두 다 현대식으로 바꾸는 것이 더 세련되어 보인다는 생각이 다수를 차지하고 한시라도 빨리 재건축하려는 우리의 모습과는 분명 대조되는 반면, 프랑스는 옛것을 그대로 보존하는 것을 더 선호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파리의 건물을 살펴보면 최근에 지어진 현대적인 건축물들을 제외하면 아직도 고전적인 모습을 그대로 보전하고 있음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에펠탑이나 몽파르나스 타워같이 높은 곳을 올라가서 파리의 건물들을 바라보면 아주 잘 정돈되어 있는 아름다운 파리 도시경관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파리의 거리를 지나다보면 건물 벽면에 작은 글귀가 새겨져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거기에 건물을 지은 건축가 이름과 준공년도를 볼 수 있는데 보통 100여 년 전 지어진 건물들이 많고 어떤 경우에는 150년이 넘은 건물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두 사진은 파리의 전통적인 외관을 가진 건물들
또한 파리에서 건물의 높이들은 엄격하게 제한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파트조차도 고층 건물인 경우가 많은데 파리에서는 높은 고층 건물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물론, 주택가들이 많은 13구나 15구에는 30층이 넘는 아파트 건물이 많은데 아마도 파리 시내가 확장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살기 위해서 한시적으로 고층건물 건축허가가 났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파리에서 가장 현대적인 모습이 투영된 라데팡스(la défence)지역은 파리 시내에서의 모습을 전혀 찾을 수 없습니다. 마치 서울의 강남이나 여의도에 즐비한 고층건물이 빽빽이 들어서있는 것처럼 과연 이곳이 파리인가 하는 착각마저 들 정도입니다.
왼쪽은 13구에 위치한 고층 건물, 오른쪽은 현대적인 건물의 상징인 조르주 퐁피두 센터
파리에서는 건물의 신축은 물론 증, 개축 및 붕괴가 자유롭지 못합니다. 그 이유는 건물을 단순한 건물로 보는 것이 아닌 건축가의 혼이 담긴 예술작품으로 보는 의식이 강하고 건물 공사가 도시 미관과 밀접하게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행정기관의 허가는 필수적이고 절차도 매우 까다롭다고 합니다. 또한 건물에 대한 신축허가가 나도 그 건물이 완성되기까지는 적어도 3년 이상이 걸린다고 합니다. 따라서 파리에서 건물의 신축 및 증, 개축을 할 때 가장 고려하는 부분은 지금의 도시 미관과 조화입니다. 즉 조화를 이룰 수 없는 공사라면 처음부터 허가를 얻기가 쉽지 않다고 합니다. 이렇게 파리의 건물 밖은 엄격하지만 안은 다소 자유롭게 꾸밀 수 있다고 하네요.
그리고 파리를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이유 중 또 하나는 무엇보다도 센 강과 다리들, 그리고 에펠탑이 주는 분위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파리의 센 강을 연결하는 다리는 현재 37개인데 쉴리(Sully)다리부터 이에나(Iena)다리까지 10여개의 다리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있다고 합니다. 특히 미라보, 퐁네프, 알렉산드르 3세 다리는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은 명소이기도 합니다. 미라보 다리는 4개의 동상과 파리시의 공식 문양이 새겨져 있고, 퐁테프 다리는 파리에서 가장 오래된 4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합니다. 또한 앵발리드를 배경으로 그랑팔레와 프티팔레 앞에 화려한 금박 조각상으로 유명한 알렉산드르 3세다리 등등 강에 있는 다리는 저마다의 역사적 가치와 모습, 사연들을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파리의 다리들이 더 아름다워 보이는 것은 아닐까요. 물론 우리나라의 한강의 다리들도 다 멋있지만요.
파리를 대표하는 건축물인 에펠탑은 건축가 귀스타브 에펠(Gustave Eiffel)의 이름을 따서 1889년 파리 만국 박람회를 기념하여 건립되었습니다. 이후 TV 및 라디오 전신탑으로 사용되다가 현재는 파리 최고의 명소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예전에 에펠탑은 단순한 철 조각으로 만들어져서 흉물스럽다는 느낌을 준다며 없어질 위기에 처했지만 오늘날은 없어서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에펠탑은 해가 떴을 때 봐도 예쁘지만 진가는 어둠이 찾아오면 위력을 발휘합니다. 어둠속 조명 아래 빛나는 에펠탑의 모습은 파리의 최고의 야경 중 하나라는 찬사를 받기에 충분합니다. 에펠탑의 조명은 전통적으로 금색 조명을 사용하고 매시간 정각부터 5분간 ‘반짝이 쇼’라는 짧은 에펠탑 조명쇼가 펼쳐집니다. 에펠탑 전체에 불꽃이 튀기는 것처럼 점과 같은 조명이 끊임없이 점멸된다. 그래서 정각이 되기 직전이면 사람들은 전부 5분간의 에펠탑이 반짝이는 모습을 보기위해 주변에서 모두 에펠탑으로 시선이 향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왼쪽은 낮에 바라본 에펠탑, 오른쪽은 밤에 바라본 에펠탑
또한 많은 미술관과 박물관들이 파리가 낭만적인 이미지를 가지게 하는데 크게 일조했을 것입니다.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등등 이름만 들어도 유명한 작품들을 많이 소장하고 있는 박물관들이 많기 때문에 이런 예술작품들 때문에 더욱 파리하면 예술의 도시 이렇게 각인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왼쪽은 루브르 박물관, 오른쪽은 오르세 미술관 내부
그렇다면 파리는 정말 낭만적인 이미지만을 가지고 있을까요? 그건 아닙니다. 우선, 파리에 와서 가장 놀란 점은 더럽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의 깨끗한 지하철과 모든 역에서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을 생각한다면 오산입니다. 지하철을 타러 가면 항상 오줌냄새가 나고 항상 거지나 집시들이 지하철에서 구걸하고 있었습니다. 어제는 지하철을 타러가는 에스컬레이터 옆에서 죽은 쥐를 처음 보았는데 정말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오히려 파리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에스컬레이터를 무심하게 탔지만 저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밖에서 쥐를 보아서 너무 놀랐습니다. 지하철을 타도 지하철 자체가 오래되어서 내부도 깨끗하진 않습니다.
또한 파리하면 유명한 것이 소매치기입니다. 너무 많아서 경찰에 신고를 해도 그냥 신고하는데 의의를 둘뿐 찾을 수도 없습니다. 제 주변의 친구들도 벌써 휴대폰과 여권을 잃어버렸습니다. 사람이 북적북적한 노선의 지하철을 탄 것도 아니었는데 휴대폰을 잃어버린 것이었습니다. 친구의 말을 들어보니, 주로 흑인들이 2인조나 3인조로 동양인들을 노리고 방심한 사이 소매치기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지하철 가까이에 서있는 사람들이 휴대폰을 하느라 정신없을 때 문이 닫히기 일보 직전에 핸드폰을 훔쳐가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또 제 친구의 경우 패스트푸드점에서 밥을 먹기 위해 벗어 둔 코트 안주머니에 들어 있던 여권을 도둑맞았습니다. 옷을 뒤집어서 두고 안주머니 사이로 살짝 여권이 보였는지 그것을 노린 것이었습니다. 바로 옆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지만 전혀 눈치를 못 챈 제 친구는 여권을 그대로 잃어버리게 되었습니다. 이 밖에도 길거리에서 서명을 요구하면서 서명에 정신이 팔린 나머지 그 사이에 물건을 훔치거나 서명을 하는 종이로 훔치려는 물건을 가려서 훔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길거리에서 막 팔찌를 채운다음 강제로 물건을 사야 된다는 식으로 몰아붙이는 경우도 많습니다.
파리에서 낭만적으로 매일 맛 좋은 레스토랑에 가서 외식을 할 것 같지만, 사실 외식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매일 외식을 하고 싶지만, 파리에서 한번 외식을 하게 되면 기본이 15유로(그것도 제일 평범한 파스타의 경우), 스테이크 정도 먹고 싶을 때는 20유로정도하기 때문에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메뉴로 먹지 않고 전식, 본식, 후식 이렇게 따로 따로 시키게 되면 가격이 더 올라가고, 거기에 함께 와인까지 곁들인다면 학생들이 좋은 레스토랑에서 외식을 하기는 힘듭니다. 또 생각보다 프랑스는 미식의 나라로 알려져 있지만, 외식으로 무엇을 먹어야 할까 떠올리다보면 딱히 프랑스의 음식이 별로 없다는 것이 한계입니다. 한국인들에게 잘 알려진 에스까르고, 푸아그라를 제외하면 프랑스인들이 자주 먹는 것으로는 파스타와 피자였고 딱히 프랑스 음식이라고 내세울만한 음식이 많이 없었습니다. 한국인인 저로써는 한식도 많이 사먹고 싶었지만 파리에서 한식은 굉장히 비싼 편에 속합니다. 비빔밥 한 그릇이 15유로로 한국으로 따지면 2만 원 정도에 해당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외식하기 보다는 재료를 사서 집에서 해먹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어떤가요? 막상 파리에 대한 환상이 많았지만 안 좋은 점을 듣다보니 파리에 대한 환상이 점점 무너지고 계신가요? 파리에서 산지 6개월이 다되어가는 저로써는 물론 파리에 대한 환상이 많이 없어지긴 했지만 아직도 아름다운 파리의 모습을 보면 내가 정말 파리에 살고 있구나하는 것을 실감하기도 합니다. 저는 처음 프랑스 유학을 생각한 때가 대학교 1학년 때 주한 프랑스 대사관(문화원)에서 개최하는 프랑스 유학설명회 광고를 우연히 접하게 되었을 때였습니다. 이를 통해 막연히 프랑스 유학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본격적으로 교환학생을 프랑스 파리로 가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2학년을 마치고 휴학을 하면서 부터였습니다. 처음에는 파리가 생활비도 많이 들고 공부를 목적으로 가는 거니까 저렴한 다른 도시로 가도 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이왕 1년 공부하는 거 경험할 것도 많고 사람들도 많은 파리로 가서 많은 것을 보고 느끼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파리로 오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낭만보다는 애증의 도시가 되어버렸지만 남은 6개월 뒤에 파리를 떠날 생각을 하니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합니다. 여러분도 꼭 파리에 오셔서 각자의 추억을 담아가셨으면 좋겠어요! 관광객들이 파리로 많이 오는 데에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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