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 여섯 번째 칼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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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 로컬리티센터 | Date | 18-01-25 13:16 | Read | 57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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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사람들은 정말 책을 많이 읽을까?
안녕하세요! 글로벌 K-네트워크 리포터 이아영입니다. 한국은 방학이지만 여기 프랑스는 벌써 개강을 해서 한창 수업을 듣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오늘도 역시 한국인이라면 프랑스에 관해 가지고 있는 막연한 편견 중 하나인 ‘프랑스 사람들은 정말 책을 많이 읽을까?’라는 주제로 이번 칼럼을 시작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흔히 프랑스를 하면 떠올리는 생각 중 하나는 ‘프랑스 사람들은 책 읽기를 즐기고 책을 많이 읽어.’입니다. 그렇다면 이 말은 사실일까?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이 질문에 대답해보자면 ‘YES’! 처음에는 저로써는 조금 충격적으로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왜냐하면 일단, 파리 지하철 내에서는 우리와 조금 다르게 책을 읽는 사람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다들 지하철에서 휴대폰을 만지는 사람들만이 가득한데 파리 지하철 내에서는 지하철 내에 비치된 무료 신문을 읽는 사람들도 있었고, 잡지를 읽는 사람, 그리고 주머니 안에 쏙 들어가는 크기의 책을 읽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이와 관련해 자료를 찾던 중 프랑스 여론기관 IFOP가 ‘프랑스인과 바캉스 기간의 독서’라는 주제로 흥미로운 조사를 한 것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프랑스 1인당 1년 평균 독서권수는 11권이었습니다. 대략 한 달에 한권씩 읽는 셈입니다. 이렇게 따지면 별로 많이 읽는 편은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나라의 1인당 연간 독서량(2.7권)과 비교해서는 엄청난 차이를 보입니다. 실제로 친구들에게도 직접 1년 동안 평균 몇 권정도의 책을 읽느냐고 물어 봤을 때 12권-15권 정도의 책을 읽는다고 말해주었습니다. 또한 프랑스 평일 평균 독서기간은 하루 1시간 49분에 달한다고 하니 프랑스 인들이 책을 정말 많이 읽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 프랑스인들은 바캉스 기간에 독서를 하는 것을 즐겼는데 통계에 따르면 프랑스 바캉스 기간 중 독서권수는 3권, 프랑스 바캉스 중 독서기간 하루 2시간 14분을 기록했습니다.
프랑스 남녀 성별 독서량을 비교했을 때 1년간 여성은 12권, 남성은 10권으로 남성보다는 여성이 책을 더 많이 읽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프랑스 연령별 독서량을 비교해 보았을 때 가장 문학작품을 접할 기회가 많고 학구적인 활동이 많이 이루어지는 나이인 청년층(18세-24세)과 다른 세대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시간이 많은 퇴직자가 연령별 독서량이 가장 많았습니다. 청년층은 10권, 퇴직자는 14권의 조사결과를 보여주었습니다. 이는 조사에 따른 단순한 수치일 뿐이지만 프랑스인들의 일상에서 독서는 삶의 일부로서 여겨지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프랑스인에게 독서가 생활의 일부로서 자리를 잡기까지는 단순히 프랑스의 문화 때문만이 아닌 어린 시절부터의 꾸준한 훈련과 교육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서적을 만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인해서 프랑스인의 독서는 어느 한쪽으로 편중되지 않고 인문 서적부터 문학까지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습니다. 한 도서관에 여러 종류의 서적을 비치해두는 일반적인 도서관뿐만 아니라 특수한 성격을 띠는 도서관을 설치해 전문적이면서도 세밀한 분류를 해두어 경제력이나 계층과 상관없이 누구나 독서에 접근할 수 있도록 설치를 하는 모습 역시 인상적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주로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분야에 관해서는 책이 다양하게 존재하지만 사람들이 관심을 다소 가지지 않는 부분은 도서관에서 그 책을 빌려보고 싶어도 찾을 수 없거나 책이 많이 없어서 저 역시 많은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도서관에는 취업 관련한 책이나 자격증, 자기 계발서에 주로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이는 도서관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독자들이 주로 이런 책들을 요구하는 이유도 물론 포함되어 있을 것입니다. 또한 책에 대해여 자산적인 의미를 더하는 프랑스 국가적 차원의 노력은 그들의 생활 속에 독서 영역을 더욱 견고히 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조사에는 이 외에도 프랑스인들이 책을 선택하는 경로를 보여주었습니다. 친구나 가족의 추천이 가장 높은 비율인 52%, 언론이나 문학비평을 참고해 책을 선택한다는 비율이 37%를 나타냈습니다. 주로 서점에서만 책을 살 것 같은 프랑스인들은 책 2권 중 1권은 인터넷으로 구매한다고 답했습니다. 여기서, 프랑스의 서점에 대해 잠깐 알아보고 넘어갈까요. 프랑스인들에게 서점은 마을 사람들의 만남의 장소이자, 관광의 대상으로 여겨집니다. 서울의 대형 서점을 이야기하면 교보문고, 영풍문고, 반디앤루이스 등이 있습니다. 파리에도 서울처럼 대형 서점들이 있는데 지베르 조셉, 프낙(FNAC), 지베르 죈느(Gibert Jeune) 등이 대표적입니다. 특히 지베르 조셉과 지베르 죈느는 130년 전통을 자랑하는데 생 미셀 학교의 지베르 선생이 파리에 올라온 후 설립해서 소르본 대학과 함께 성장했습니다. 지베르 조셉과 지베르 죈느는 원래 지베르 조셉이라는 이름으로 지베르 형제가 문을 연 서점이었으나 1929년 형 조셉은 지베르 조셉을, 동생 헤지스는 지베르 죈느를 맡아 지금까지 두 개 서점으로 명맥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파리의 대표 서점을 이야기하면 지베르 조셉을 먼저 떠올리는데 소르본 대학 앞에 위치한 이점을 살려 현지인들은 물론 외국학생과 관광객들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심지어 지베르 조셉은 프랑스 지방은 물론 프랑스어권 벨기에에도 분점이 있다고 합니다. 프낙의 경우 도서에만 한정된 것이 아닌 음반, 문구를 포함하여 전자제품 및 티켓 판매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프랑스 전 지역은 물론 유럽 다른 나라에도 매장이 있는 글로벌 기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런 대형 서점들보다는 작지만 전공에 특화되어 있는 서점이 다양해서 좋았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살고 있는 기숙사 옆에는 의학대학이 있는데 바로 옆의 서점은 의학과 관련한 책을 팔고 있었고, 19금 성인들을 위한 책을 파는 서점, 일본 만화만을 파는 서점, 언어 관련 서적만 취급하는 서점 등등 자기가 원하는 책을 쉽고 다양하게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프랑스는 보통 신간이 나올 경우 활자체가 크면서 책 크기도 큰 책이 20유로 이상의 가격으로 먼저 출판이 되고, 6개월쯤 후에 5~7유로에 구입할 수 있는 문고판이 다시 출간됩니다. 비싸지만 따끈한 신간을 읽는 것을 즐기거나 큰 활자체와 묵직한 책을 선호하는 사람과, 저렴한 가격에 들고 다니기 편한 재생지로 만든 포켓용 책을 선호하는 사람들을 위해 두 가지 방법으로 책이 출간됩니다. 또한 프랑스 역시 한국과 마찬가지로 도서정가제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도서정가제는 온오프라인 서점에 구분 없이 정가에 가까운 가격으로 책을 판매하도록 규정한 법으로서 프랑스에선 2014년 11월 21일부터 시행되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중소서점이라는 존재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대형서점과의 경쟁에서 중소서점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도서정가제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책들은 다소 가격이 비싸지만 파리의 대형 서점에는 중고서적의 판매가 많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형서점에서 중고서적을 판매하지만 주로 인터넷 중고 사이트를 통해 중고서적을 구입할 수 있지만 파리에서는 같은 책이라도 신판과 중고본이 매장이 같이 진열되어 있습니다. 비록 가격은 중고본이 신판의 2/3내지 절반 수준이지만 중고본이라 해서 상태가 형편없는 것은 아닙니다. 중고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잘 찾아보면 새 책과 거의 흡사한 상태의 것들이 있어서 저렴한 가격에 양호한 상태의 책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프랑스어와 관련된 책을 살 경우 항상 재고가 없거나 아예 한국에 없는 경우가 많아서 항상 교보문고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 주문을 하면 수입해서 들어오기 때문에 시간도 오래 걸리고 가격도 한 권당 3만원이 훌쩍 넘는 경우가 많아서 모든 책을 사고 싶어도 너무 비싸서 재본을 해서 공부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프랑스에 와서 20유로에 프랑스어 책을 2권이나 중고로 살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 상태도 새 책과 다를 것이 거의 없어서 너무 행복했던 기억이 나네요.
프랑스 인들이 얼마나 읽는 것을 좋아하는 지는 Distributeur d’histoires courtes (짧은 이야기 자판기)를 통해서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짧은 이야기 자판기는 1분에서 5분 이내로 읽을 수 있는 짧은 이야기를 무료로 뽑아볼 수 있는 자판기로서 프랑스 남동부 그레노블 지역에 설치되었습니다. 그레노블 지역에만 8개의 자판기가 설치되어 있지만 앞으로 점차 넓혀갈 계획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말 읽는 것을 싫어할까?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은 연간 1억 권 이상의 책을 찍어내는 세계 10위권 안에 드는 출판대국입니다. 이런 점을 보면 한국인들은 분명 책을 읽는 것에 관심은 있지만 아직 책을 읽는 문화가 조성되어 있지 않아서 그런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저 또한 초등학교나 중학교까지는 그래도 꽤 많이 책을 읽었던 것 같은데 고등학교에 들어가고 나서는 책을 읽을 시간조차 없을 뿐더러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책을 읽으면 괜히 눈치가 보이던 시절이 분명 존재했습니다. 대학교에 들어와서도 일부러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하지 않는 이상 전공공부나 자격증 공부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무언의 압박을 받기도 했습니다.
데카르트가 ‘좋은 책을 읽는 것은 과거의 가장 뛰어난 사람들과 만나는 것과 같다’라고 말한 것처럼 한국에서도 프랑스 문화처럼 책 읽는 것을 어렸을 때부터 장려하고, 책 읽는 문화가 잘 정착되어 연간 2.7권이라는 처참한 결과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 저 또한 그것을 실천할 수 있도록 스스로의 목표를 정해 꾸준히 독서하는 습관을 길러 보려고 합니다. 여러분도 오늘 도서관에 가서 책 한권 빌려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https://www.newyorker.com/books/page-turner/how-a-city-in-france-got-the-worlds-first-short-story-vending-machines(짧은 이야기 자판기와 관련한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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