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 세 번째 칼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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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 로컬리티센터 | Date | 17-10-31 12:32 | Read | 5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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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교육제도는 우리와 어떻게 같고 다를까?
안녕하세요! 글로벌 K-네트워크 리포터 이아영입니다. 파리는 오늘 하루 종일 비가 내리는 날씨입니다. 그래도 파리의 10월은 매일 비가 내리는 날씨이지만 올해는 예외적으로 비가 내리는 날이 적다고 하네요.
이번 칼럼의 주제는 ‘프랑스의 교육제도’입니다. 파리에 생활하는 유학생으로서 우리나라와 프랑스의 교육제도는 어떻게 다를까 궁금했었는데요. 그래서 이와 관련해서 프랑스와 우리나라의 교육제도는 어떻게 다르며, 프랑스 대학 학비는 왜 무상에 가까운지, 저렴한 학비를 가능하게 하는 프랑스의 정신적 공감대나 제도적 뒷받침으로는 무엇이 있고 우리의 것과 어떻게 다른지, 프랑스 학생들은 어떻게 공부하는지를 비교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프랑스의 교육제도는 1789년 프랑스 혁명에 기초하여 크게 세 가지 이념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교육과 종교의 분리(laïcité), 두 번째, 의무교육(만6세-만16세)과 마지막으로 무상교육입니다. 프랑스 헌법은 이 모든 교육 단계를 국가의 의무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국가가 교육에 대한 권한, 책임, 의무를 유지하는 근거가 되고 있습니다.
프랑스 교육제도는 유치원(École matérnelle)과 5년 과정의 초등학교(École primaire) 그리고 4년 과정의 중학교(Collège d'enseignement secondaire), 중학교를 졸업하면 3년 과정의 고등학교(Lycée)에 진학하게 됩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바칼로레아를 거쳐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데 일반 대학은 3년 과정의 학부와 2년 과정의 석사 그리고 3년 과정의 박사 과정으로 나뉩니다. 우리나라와 다르게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각각 5년, 4년 과정이고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를 올라갈 때, 중학교 졸업자격 국가고사인 Brevet를 통과해야 합니다. 20점 만점에 10점 이상이어야 합격이지만, 중학교 졸업생의 학력 수준을 평가하는 고사일 뿐, 각종 고등학교에의 진학여부를 결정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고등학교 입학이 학군에 따른 본인의 희망, 내신 성적과 함께 Brevet의 성적이 반영된다고 합니다. 중학교 졸업 후 고등학교를 선택하는데 있어 직업교육 면허증을 취득할 수 있는 2년 과정의 고등학교(기술고등학교, 전문고등학교)와 대학입학자격시험(바칼로레아)을 볼 수 있는 3년 과정의 일반 고등학교 중에서 선택하여 진학하게 됩니다.
외국인 친구에게 중학교 교육에 대해 물었을 때 신선했던 점은, 학생들에게 역사나 지리의 내용을 학년별로 심화하여 처음부터 끝까지 한 학기 또는 일 년 동안 모두 다루는 우리나라와 달리 학년별로 범위를 나누어서 교육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매일 처음부터 끝까지 반복하는 수업이다 보니 앞부분은 모든 학생들이 완벽하게 알고 있지만, 뒤로 갈수록 그 내용을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단점이 있습니다.(한국사의 경우 선사시대에 대해 모두가 잘 알고 있고, 수학의 경우 집합과 명제에 대해 수학 공부를 싫어하는 친구들이라도 잘 안다는 말이 있을 정도죠.) 하지만 프랑스 교육은 범위를 세세하게 나누어 한 가지 주제에 대해 깊게 배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등학교 역시 우리나라와 비슷하거나 많이 달랐는데요. 우리나라의 고등학교와 마찬가지로 고등학교 1학년이 끝날 때, 문과 계열, 이과 계열을 구분하는 것처럼 프랑스 고등학교의 경우 문학계열(L), 경제 및 사회과학 계열(ES), 과학계열(S) 등 세 계열로 구분되며, 각 계열에 따라 필수 과목 및 과목별 수업 시수에 차이를 보였습니다. 또한 우리나라의 경우 자유롭게 문과, 이과 계열을 선택할 수 있지만 프랑스의 경우, 자기가 들어가고 싶은 계열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해당하는 과목의 성적이 좋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문학계열의 경우, 프랑스어와 영어와 같은 언어과목의 성적이 좋아야 하고, 경제 및 사회과학 계열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전반적으로 모든 과목의 성적이 20점 만점에 10점을 넘겨야 하고, 과학계열의 경우, 수학과 과학 과목의 성적이 좋아야 한다고 합니다. 예외적으로 성적이 좋지 않지만 그 계열에 들어가고 싶다면, 담당자와 예기를 하거나, 부모님이 자신의 자식이 열의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위쪽은 친구 동생의 고등학교 2학년 수업 시간표, 아래쪽은 고등학교 3학년 수업 시간표이다.
수업시간에 있어서도 많은 차이를 보였는데요. 프랑스의 고등학교의 주당 최대 수업시간은 27-32시간으로 구성됩니다.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이 아침 7시부터 저녁 10시까지 공부한다고 하니 프랑스 친구들은 놀라서 자기들은 절대 그렇게 공부못한다고 해서 웃었던 기억이 나네요. 수업 시간표도 대학 시간표처럼 그 날 그 날 수업이 다르고, 일찍 끝나는 날도 있습니다.
대학의 경우, 우리나라는 전문대와 일반대학교로 나뉘는 반면에 프랑스의 경우 기능 인력을 양성하는 단기 기술대, 학문을 연구하는 일반 대학, 그리고 실무에 필요한 전문지식을 집중적으로 교육하는 그랑제꼴 등으로 다양합니다.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해당 분야의 바칼로레아에 합격해야 하며, 대학별 입학시험 절차는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바칼로레아에 해당되는 수능을 치고도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대학별 입학시험을 치러야 하는 경우도 많은 점(논술, 면접 등등)이 다르다 할 수 있습니다.
바칼로레아에 대해 설명하자면, 200여년의 역사를 지닌 프랑스의 논술형 대입 자격시험이라 할 수 있습니다. 상대평가를 통해 국어, 수학, 영어, 탐구영역 등의 과목들을 등급화 시켜 수험생들을 줄지어 서열화 시키고자 하는 목적을 가진 수능과는 달리 바칼로레아는 논술을 통한 절대평가로 최대한 많은 인원이 합격하길 바라는 의미로 시행되고 있습니다. 철학 과목을 포함한 15개의 과목이 있고 시험은 일주일 내내 진행됩니다. 20점 만점 중 10점 이상이면 시험에 통과하게 됩니다. 흥미로웠던 점은 바칼로레아 중 철학 과목이었습니다. 철학은 늘 바칼로레아에서 가장 먼저 치는 과목으로, ‘시험의 여왕’이라고 불립니다. 세 개의 질문 중 하나를 골라 4시간에 걸쳐 답을 작성해야 하며, 그 해의 철학 주제는 모든 프랑스 인들이 관심을 갖는 주제이며 이 주제를 가지고 열리는 토론도 있으며 정치인들은 tv에 출현해 자신이 작성한 답안을 발표하기도 합니다.
이때까지 출제 되었던 철학의 주제를 살펴보면 ‘살아있는 모든 존재를 존중하는 것이 도덕적 의무인가?/나는 내 과거로부터 만들어지는가?/열정 없이 살 수 있는가?/예술가는 일하는가?/타인을 심판할 수 있는가?/정치가 진실에 대한 요구를 회피하는가?/예술작품은 항상 의미를 가지는가?/과거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모든 사람을 존중해야 하는가?/폭력은 어떤 상황에서도 정당화 될 수 없는가?/특정한 문화의 가치를 보편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가?/정치에 관심을 두지 않고도 도덕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가?/인식은 인간을 자유롭게 하는가?/교양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보다 우월한가?/우리는 스스로 통치할 수 있는가?/정치는 모두의 일인가?/말은 행위인가?/행복은 환상인가?/교환을 통해서 무엇을 얻는가?’ 등등으로 살면서 한번쯤 해볼 수 있는 생각이지만 쉽게 답하기 어려운 질문들이었습니다.
또한 프랑스 시험은 객관식이 없으며 수학, 과학 같은 과목을 빼고는 반복되는 유형이 있는 시험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경우 시험이란 언제나 정답을 찾는 것이었지만 프랑스의 경우 한 질문에 다양한 대답을 유도해내면서 다양성을 받아들이고, 다름을 이해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라면, 아니 우리나라 학생들은 이러한 철학적 질문에 과연 대답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 우리나라 교육에 익숙해져서 혹은 이런 질문에 대해 대답해보는 연습을 해보지 못해서 제대로 대답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한 철학적 질문에 자신의 생각 끝까지 가보는 연습은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 매우 중요하며, 이는 하루아침에 생겨날 수 있는 지식이 아닌 내가 인생을 살아오면서 보고, 듣고, 느끼고, 경험한 것의 총합이기 때문입니다. 지식의 양적인 측면에서 볼 때 프랑스 학생들보다 훨씬 많은 것을 배우지만, 배운 것을 잘 활용하지 못한 채 암기만 하는 공부만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프랑스의 대학에 대해 소개하자면 100여개 일반 대학이 있는데 (예를 들어, 파리 : 파리 1대학-파리 13대학까지 있음) 우리나라의 종합대학 체제가 아니며, 하나 또는 여러 개의 단과 대학군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여러 분야의 학문을 기초에서 전문화된 영역까지 연구하는 교육기관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우리나라와 달리 대학이 평준화되어 있습니다. 프랑스 대학에 와서 공부를 하면서 느낀 것은 우리나라와 달리 대학에 들어와서 자신이 정말로 공부해보고 싶었던 학문을 공부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우리나라는 대학에 들어가야 한다는 일차적인 목적을 이루기 위해 좋은 학교라면 과를 마다하지 않고 일단 입학부터 하는데, 여기서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공부하기 때문에 더욱 강의에 집중하고 열의를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수업시간에도 자유롭게 질문이 있으면 손을 들고 질문하고, 교수님과 이야기합니다. 도서관도 우리의 경우 시험기간에만 사람이 많았는데 프랑스의 경우, 매일 매일 사람들이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에 반성을 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궁금한 것이 있을 때 우리나라의 경우 인터넷검색을 많이 이용하지만 이들은 책을 여러 권 뽑아 와서 원하는 페이지를 복사하거나 필요한 부분을 모아 요약본을 직접 만드는 점이 많이 달랐습니다.
의무교육과 무상교육에 대해 비교해보자면, 프랑스는 6세부터 16세까지 의무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초등학교와 중학교까지입니다. 프랑스의 경우 공교육은 무상으로 하도록 되어 있는데 초등교육을 무상교육으로 하기 시작한 것은 1881년부터이며 그 후 차차 무상교육의 범위를 확대해 1946년 헌법 전문은 모든 공교육은 무상으로 하도록 천명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무상교육은 1959년 초등학교 무상교육, 1994년 농어촌지역만 중학교 무상교육, 2002년부터 중학교 전면 무상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대학의 경우, 우리나라는 등록금이 너무 비싸, 집안 형편이 어려운 사람의 경우 대출을 받거나,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하는 경우가 있지만, 프랑스의 경우 대부분의 비용을 정부가 교육비용을 충당하기 때문에 등록비와 사회보장 보험비용만 지출하면 되고, 이와 중에 집안 형편이 어려운 사람의 경우 이 부분도 감면이 많이 되기 때문에, 돈과 상관없이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는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프랑스 인들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권리는 누구에게나 평등하기 때문에, 국적이나 부모의 경제력이 아니라 누구나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비가 없어서 교육을 받지 못해서 좋은 사람을 잃는 것을 국가의 크나큰 손실이라고 생각하고 이를 막기 위해서 국가재정을 투입해서 모든 사람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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