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 두 번째 칼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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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 로컬리티센터 | Date | 17-10-31 12:27 | Read | 7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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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는 아날로그를 좋아해!
안녕하세요! 글로벌 K-네트워크 리포터 이아영입니다. 한국은 지금 가을 분위기가 물씬 난다고 하던데요. 파리도 역시 가을답게 비도 자주 내리고, 때론 무척 화창한 가을 하늘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들 감기 조심하시길 바라며 이번 칼럼을 시작해 보겠습니다.
이번 칼럼의 주제는 ‘프랑스의 아날로그 사랑’입니다. ‘아날로그 사랑’이라...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하실 텐데요. 이 뜻은 바로 프랑스 인들은 아직도 행정 처리에 있어 아날로그적 방식을 선호한다는 것인데요. 모든 것이 정보화되고 첨단화되고 있는 세계적인 흐름에 왜 프랑스는 굳이 나서서 역행하는 것일까 라는 궁금증이 들어 이번 칼럼의 주제로 정하게 되었습니다.
프랑스에 여행이 아닌 생활을 위해 거주하기 위해서는 많은 서류가 필요합니다. 이 나라에 평생 살 것도 아닌데 이렇게 많은 서류를 준비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해야 할 것이 많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살기 위해서도 이렇게 해야 할 게 많을까 반문해보면서,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에게 잘해주고, 필요한 것이 있으면 도와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프랑스에 살기 어려운 만큼 프랑스에 산다는 것이 자랑스럽게 여겨지기도 하고, 이 나라가 스스로 국민들을 잘 보호하기 위해서는 아닐까하는 아이러니한 마음도 가지게 되었습니다. 여기엔 물론 테러가 자주 일어나고, 난민을 받아주어야 하는 프랑스의 복잡한 입장도 포함된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면서 오히려 까다로운 절차는 더욱 당연한 것이라는 마음도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초등학교 때 호주에 잠깐 산적이 있었는데, 그땐 어려서 부모님이 다 해주셔서 쉬웠던 것일까 아니면 호주에 살았던 기간이 짧아서 그런 것일까를 제쳐두고 서류처리에 지친 나머지 프랑스가 거주하기에 까다로운 국가여서 일 것이라는 믿음으로 매일 느리고 아날로그적인 행정 처리 방식을 불평했습니다. 행정 처리에 있어서, 저에겐 오히려 파리생활은 공부해야 할 것이 끝도 없는 도전과제처럼 느껴졌습니다. 집 보험 들기, 건강 보험, 번역 공증, 은행 계좌 열기, 휴대폰 개통, 전기 계약, 인터넷 신청, 체류증 신청, 주택보조금 신청, 교통카드 신청 등등 꼭 해야만 하는 절차들이 언어가 서툰 저에겐 리스트를 만들어 하나씩 끝내야 하는 숙제였다고 할까요.
그래도 프랑스에서 살아야 하니 서툰 언어와 몸짓, 발짓을 이용해 하나하나 서류를 클리어하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휴대폰 개통과 집 보험 들기, 인터넷은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해결할 수 있어서 할만 하구나라는 생각이 들 때 쯤, 다른 프랑스 행정 처리의 문제가 얼굴을 내밀며 ‘나도 여기 있다’라고 손을 흔드는 모습을 왜 그때는 보지 못했을까요. 제가 느낀 프랑스 행정 처리의 가장 큰 문제 중 첫 번째는 ‘너무 느리다’라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우리나라가 빨라서 그 불편함을 오히려 더 크게 느끼고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은행 계좌를 열기 위해서 한 달을 기다려야 한다니! 우리나라 은행은 30분 아니, 10분이면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죠.
프랑스 주요 행정 처리를 위해서는 RIB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RIB이란 Relevé d'Identité Bancaire로 프랑스에서 계좌를 열면 주는 은행계좌 증명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한국에서 송금 받을 때 사용될 뿐만 아니라 프랑스 내에서 가장 많이 요구하는 서류 중 하나입니다. 문제는 은행에서 RIB을 늦게 주다보니 다른 모든 프랑스에 제출해야할 행정 서류들을 아무것도 처리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은행에서 일주일 뒤에 받을 수 있을 거라고 해서 일주일 뒤에 은행에 찾아가면 아직 너의 서류를 검토 중이니, 며칠 뒤에 다시 오라고 하는 식이어서 은행에 몇 번을 찾아갔는지 모르겠습니다. 언젠가는 나오겠지 하고 기다리다 한 달이 넘게 지나 RIB을 받았을 때는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물론 계좌만 받았을 뿐, 카드는 그로부터 일주일 뒤에 받을 수 있었습니다.
RIB을 받고 밀린 서류를 처리할 수 있다는 기쁨도 잠시, 프랑스 전기회사는 전기 요금을 내지 않은 저에게 한 마디 말도 없이 전기를 끊어 버렸습니다. 그것도 RIB을 받은 날 전기회사에 등록하기 위해 전화를 했지만 받지 않아서 그 다음날 전화하려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바로 그날 전기를 끊어 버렸습니다. 우리나라의 전기회사였다면 적어도 요금을 내라는 독촉장이라도 보내주었을 텐데 말이죠. 전기가 없다는 사실이 너무 당황스러웠지만 전기 없이도 며칠 살 수 있지 않을까, 촛불을 켜고 지내면 좀 낭만적이지 않을까 처음에는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려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당장 냉장고가 작동하지 않으니 냉장고 안에 있는 음식들을 같은 기숙사에 사는 한국인 친구에게 맡아달라고 부탁해야 했습니다. 또한 요리를 할 때 전기 인덕션을 사용하기 때문에 집에서 요리도 해먹을 수 없었습니다. 우리나라였다면 밖에서 먹고 들어오는 것이 더 편하고 가격도 비싼 편이 아니기 때문에 괜찮지만 파리의 외식 물가는 비싸서 먹고 싶어도 잘 먹지 못하는 게 사실입니다. 맥도날드 햄버거 세트 메뉴가 만 원이 넘고, 파스타를 먹어도 18000원 정도(가장 저렴한 것 기준) 합니다. 사 먹을 수 있는 메뉴도 한정적이다 보니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습니다. 밤에는 촛불을 켰음에도 불구하고 어두워서 집에서 공부하기는 불가능했고, 노트북, 핸드폰, 아이패드와 같은 전자기기를 빼놓고는 생활을 할 수 없는 요즘 세상에서 충전을 할 수 없어 매일 도서관에 가 도서관 문이 닫힐 때까지 강제 공부(?)와 함께 전자기기를 충전을 하는 생활을 반복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기가 끊겨도 요금을 바로 내면 당일이나 다음 날 바로 전기가 들어오지만, 프랑스의 경우 전기가 끊기고 바로 등록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기다리라는 말만 했습니다. 일주일 뒤에 technicien(기술자)을 집으로 보내주겠다고 했지만 오지 않았고, 결국 참다 못해 전기 회사 사무실에 직접 찾아갔지만 자기들이 여기서 해줄 수 있는 것은 없으며, 다시 기술자와 약속을 잡으라는 말만 되풀이 했습니다. 속으론 ‘자기 집에 전기가 끊겼어도 저렇게 행동했을까, 저렇게 태평할 수 있을까’하면서 욕을 했지만요. 전기가 끊긴지 8일째 되던 날, 전기회사에 기술자와 약속이라도 잡아 보려고 다시 전화를 했습니다. 무려 상담자와 연락이 닿기까지 40분을 기다려야 했지만요. 상담자와 연락이 닿았을 때, 분명 우리는 일주일 전에 약속을 잡았지만 기술자가 오지 않았으며,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는 식으로 공격적으로 전화를 이어나갔습니다. 하지만 상담자는 어쩔 수 없다는 식이었고, 전화 상담을 도와주고 있던 친구는 화가 난 나머지 전화를 끊어버렸습니다. 그리고 다른 상담자가 전화를 받으면 다를 수도 있다면서 다시 전기 회사에 전화했습니다. 10분쯤 기다리니 다른 상담자가 전화를 받았고, 그 상담자에게 간곡하게 부탁하니 오늘 기술자를 집으로 보내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집에 기술자가 올까 안 올까 기술자의 연락만 애타게 기다리다 드디어 전화가 왔고, 온 지 3분 만에 집에 전기가 들어왔습니다. 전기가 들어올 때 기분이란, 12년 공부하고 수능 장을 나올 때의 기분처럼 너무 허무했다고 할까요.
제가 느낀 프랑스 행정 처리의 가장 큰 문제 중 두 번째는 프랑스에 살면서 가장 공감하는 ‘싸데뻥(Ça depend)’으로 쉽게 설명하면 그 때 그 때 다르다는 얘기입니다. 어떤 일을 할 때 원칙 없이 상황이나 기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행정기관에 가더라도 담당자마다 처리기준이 달라 어떤 사람은 엄격한 원칙을 적용하지만 어떤 사람은 유연한 기준을 적용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처리 방법이나 기준이 달라짐에 따라 상반된 결과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만약, 또 일주일 뒤에 약속을 잡아야 한다는 첫 번째 상담자의 말을 그대로 믿었다면 2주 동안 전기 없이 지냈어야 했을 겁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해져 있는 매뉴얼대로 행동하기 때문에 원칙은 있지만, 매뉴얼만 고수하다 보니 문제가 생기는 반면에, 프랑스의 경우 정해진 매뉴얼이 있긴 하지만 상황에 따라 늘 변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지난번에 별 문제없이 해결된 문제라도 이번에도 문제없이 진행될 거라는 낙관론은 금물입니다. 안될 것을 대비해서 최대한 많은 경우의 수를 준비해야하고, 모든 일들이 문제없이 진행된다면 오히려 의심해봐야 합니다.
제가 느낀 프랑스 행정 처리의 가장 큰 문제 중 세 번째는 우편을 선호한다는 것입니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우편보다는 메일서비스를 활성화 하고 있는 추세인데 아직 우편을 선호한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는데요. 은행 계좌를 열고나면 은행 비밀번호, 카드 비밀번호, 카드 전부 모두 우편으로 보내줍니다. 또한 주택보조금 신청과 교통카드 신청도 관련된 서류를 우편으로 보내야 했지만 최근에 와서 인터넷으로도 신청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프랑스 사람들은 일대일로 업무를 처리하는 것과 우편으로 보내서 확인하는 법이 더 확실한 느낌이 들어서 선호한다고 합니다. 우편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단점이 있지만 확실한 것을 좋아하는 프랑스인들의 아날로그적 방식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이상으로 프랑스인들의 아날로그적 선호 방식을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 많이 걸리고 원칙이 없어서 처리 하는 사람의 기분이나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지만 일 처리를 확실히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프랑스에 오실 분들은 미리 참고 하셔서 당황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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