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안병현

1년간 파리에서의 교환학생 생활을 글로 남기고자 리포터를 지원했습니다. 해외 거주한 경험이 전혀 없으며 자취 경험도 여기서 처음인 저에게 모든 것이 생소한 만큼 보고 느낀 그대로 칼럼에 적겠습니다.

칼럼은 파리 지역 탐구, 프랑스 문화 체험, 유학생 꿀팁 이렇게 3가지 큰 방향을 가질 예정이며 교환학생을 준비 중인 모든 학우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 

Title 다섯번째 칼럼
Writer 로컬리티센터 Date 17-10-31 11:48 Read 433

본문

함께 식사하는 것의 의미

 

현재 제가 거주하고 있는 기숙사는 17구에 위치한 L’assocation Elisabeth du Ponceau란 곳으로 6층짜리 건물에 한 층에 두 개의 호(appartement)가 있는 형식으로 저는 3명의 다른 프랑스인들과 거주하고 있습니다. 모두 대학생인데 오늘은 사무엘이란 친구에 대해 애기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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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로비에 위치한 기숙사 저녁 모임 장소

 

 

 

사무엘은 참 착합니다. 하지만 조금 이상한 친구였어요. 기숙사에 도착해서 얼마 지나지 않아 저녁을 해먹을 일이 많이 생겼는데, 저는 저녁 5~6시만 되면 배가 고파져서 혼자 그냥 밥을 해먹었습니다. 프랑스는 저녁 8시에 보통 저녁을 먹지만, 저는 제가 배가 고팠기 때문에 먼저 먹는 일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하루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혼자 김치볶음밥을 해서 김에 싸서 맛있게 먹고 있었는데, 당시 7시였습니다. 사무엘이 집으로 들어와서 부엌에 있던 저를 보고는 왜 혼자 먹고 있냐고 물어봤고, 당연히 배고파서 먼저 먹고 있었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랬더니, 같이 사는거면 같이 먹는 게 당연하다며 1년 앞으로 매일매일 먹자고 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게 무슨 소린가 했지만 제가 잘못 알아들은 것 같기도 했고 설마 진짜 매일 먹자고 하는 건가 싶기도 해서 못 알아들은 척 대충 대답하고 넘겼었습니다. 물론 그러면서도 나는 매일 같이 저녁식사를 같이 하는 건 곤란하고 같이 먹을 수 있도록 노력은 해보겠다고 대답했었습니다. 평소에 항상 방문도 열어놓고 살자고 하는 친구여서 상당히 부대끼며 사는 걸 좋아하는구나... 라고 생각했던 친구였던 터라 조금은 귀찮을지도 모르겠다고 느꼈었습니다.

 

문제는 몇일 후에 다시 발생했습니다. 사무엘이 신경쓰였지만 배가 고팠던 저는 7시에 치즈라면을 끓여 먹기 시작했고 3분의 2정도 먹었을 쯤 문제의 사무엘이 도착했습니다. 사무엘은 또 저에게 왜 혼자 먹냐며 이번에는 제 옆자리 앉아서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올게 왔다고 생각하고, 매 번 내 스케줄도 있으니 시간 맞추는 건 어려우며 개인 생활 존중을 해달라 부탁했지만, 프랑스에서의 저녁은 오후 8시이고 제가 지금 한국이 아닌 프랑스 파리에 살고 있으니 이를 지켜야 한다는 이상한 주장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더욱이 앞으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밥을 같이 먹는 건 매우 중요한 일이니 매일 8시에 먹자고 요구하기 시작했는데, 말이 너무 통하지 않아 마담한테 중재를 위해 같이 가자고까지 했으나 막상 또 그거는 싫고 자기 주장만 고집하길레 방법이 없었습니다. 결국 몇 개의 사건이 더 일어난 뒤, 밥은 각자 원할 때 먹는 걸로 결론은 났으나(마담도 올라오고 4명이서 야밤에 회담도 하고 그랬어요) 프랑스에서 다 같이 식사를 하는 게 정말 중요한가에 대해 궁금하기 시작했습니다.

 

 

...프랑스의 미식은 사람들이 함께 모여 맛있게 먹고 마시는 기회를 가지는 잔치 같은 식사로서, 이런 식사는 단란함과 맛의 즐거움, 인간과 자연 산물의 조화를 강조한다. ...프랑스 미식 식사를 할 때는 가족과 친구들이 둥글게 원을 이루어 가까이 앉아 음식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면서 사회적 유대를 강화한다....

프랑스의 미식(美食) 문화(Gastronomic meal of the French)

 

 

이곳 기숙사에서는 매주 금요일 혹은 토요일마다 이 건물에 사는 모든 대학생들이 8시에 다 같이 저녁을 먹는 시간이 있습니다. 기숙사 직원 분들이 식사를 대접하는데 보통 타르트가 메인이고 그 후 디저트가 과일 푸딩, 아이스크림 등으로 마무리를 합니다. 다 같이 둥글게 모여서 식사를 하는데, 그 주에 있었던 일 등을 도란도란 얘기하며 식사를 합니다. 모두가 이 식사에 참여하기 위해 시간을 내며 대다수의 친구들이 같이 밥 먹는 것에 대해 중요성을 인식하는 듯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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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저 식탁을 길게 늘려서 다 같이 식사를 합니다(홈페이지 사진)


 

식사를 하는 건 사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며, 어느 나라를 가도 다 같이 밥을 먹는 건 배를 채우는 의미 이상으로 생각이 됩니다. 하지만 밥을 먹을 때 가장 중요한 건 프랑스에서도 기숙사 마담에 의하면 내가 즐겁게 먹을 수 있느냐가 제일 중요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사무엘과는 식사가 조금 부담스럽게 느껴졌지만, 같이 사는 친구로써 관계를 어떻게 꾸려가야 할지는 앞으로 1년 간 좀 더 지켜보며 맞춰가야 할 것 같습니다. 요새 들어 어딜 가던 사람마다 다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유럽이어서, 한국이어서 그 사람이 그렇게 행동한다기 보다는, 그냥 그 사람이어서, 사람마다 다르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많아집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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