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안병현

1년간 파리에서의 교환학생 생활을 글로 남기고자 리포터를 지원했습니다. 해외 거주한 경험이 전혀 없으며 자취 경험도 여기서 처음인 저에게 모든 것이 생소한 만큼 보고 느낀 그대로 칼럼에 적겠습니다.

칼럼은 파리 지역 탐구, 프랑스 문화 체험, 유학생 꿀팁 이렇게 3가지 큰 방향을 가질 예정이며 교환학생을 준비 중인 모든 학우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 

Title 네번째 칼럼
Writer 로컬리티센터 Date 17-10-31 11:45 Read 571

본문

프랑스의 남녀 공간 구분

 

지난 편에서 파리에 도착하자마자 수영장에 갔다고 얘기한 적이 있었습니다. 수영은 잘 했지만 사실 수영장에 간 첫날 조금 당황스러운 일이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당연히 남녀 구분이 되어있는 탈의실을 사용할 줄 알았는데 그냥 들어갔다가 어떤 아주머니가 돌아다니고 계시는 걸 보고 놀라서 다시 급하게 나왔기 때문입니다. 이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던 한 아저씨가 양말 벗고 그냥 들어가면 된다고 말해주어 들어갔고 모두가 아무렇지 않게 탈의실을 함께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남들 다 보는데서 옷을 갈아입어야 하는 건 아니고 락커 바로 앞에 화장실 변기 칸처럼 생긴 칸막이가 있습니다. 그곳에서 옷을 갈아입고 나와서 락커에 옷을 놓으면 되는 시스템으로 처음에는 정말 묘한 기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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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가 같이 왼쪽에서 옷을 갈아입고 오른쪽 락커에 옷을 둡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대학교 화장실도 남녀 공간이 분리가 된 곳도 있었지만, 남자가 사용해도 되는지 여자가 사용해도 되는지 알 수 없는 표식이 된 곳도 있었고, 아예 아무런 표시가 없는 곳도 있었습니다. 아예 아무런 표시도 없이 하나만 있다면 공용인가 했겠지만, 꼭 두 개가 함께 있어서 왼쪽이 남자인지 오른쪽이 남자인지 처음에는 알 길이 없었습니다. 함께 다니던 프랑스인 친구에게 물어보니, 공용 화장실이 흔하고 따로 성별 표시가 그림으로 되어있지 않으면 가서 사용해도 상관없다고 얘기를 듣고는 조금은 마음 편하게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화장실을 이용 후 손을 씻다 보면 옆에 여학생이 가끔씩 자연스레 있는 상황이 많았는데 처음에도 정말 오묘했고 지금도 사실 오묘해서 그런 상황에서 얼른 나오고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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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이 남자? 오른쪽이 남자?

 

어느 곳을 들어가도 상관이 없었습니다 

 

 

이러한 공용 화장실의 사용은 유럽에서 오래전부터 보편화되어 있었습니다. 이에 대한 일반적인 설명으로는, 성전환자, 성소수자를 고려하고 남녀 차별을 없애기 위한 차원에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지만, 프랑스인들의 일반적인 생각이 궁금했었습니다. 모든 사람들에게 물어볼 수는 없어서 주변 친구들에게 물어봤었는데, 몇 가지 알게 된 사실이 있었습니다. 먼저, 모든 학교의 화장실에 공용화장실이 있다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원래 다니던 고등학교에는 남녀가 구분된 화장실이어서 대학교에 들어와 처음 이용하게 되었다는 답변도 꽤 있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 남녀가 같이 사용한다는 것에 대해 약간은 어색하고 이상하게 생각한다는 답변도 많았다는 점입니다. 보통은 이상하게 여기긴 하지만 이게 불편해서 굳이 성별이 구분된 화장실을 찾으러 가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성별이 구분된 화장실을 찾기보다 사람들이 잘 쓰지 않고 깨끗한 곳을 찾는 경우는 있었고, 공용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 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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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로 만든 우리나라 가족 탈의실 예

 

 

 

우리나라 정서와는 조금은 맞지 않는 공용화장실, 공용탈의실은 알고 보면 순기능도 존재합니다. 수영장의 경우, 아이들이랑 같이 온 가족 단위 이용객들이 많이 있었는데, 엄마가 아들을, 혹은 아빠가 딸을 케어하는게 자유롭다는 점이었습니다. 사실 한국에서는 부모가 성별에 맞지 않게 자식을 탈의실로 데리고 들어갔다가 아이가 너무 커서 다른 이용객들이 불편한 경우가 상당히 많은데, 아예 이렇게 공용 락커를 사용하면 그러한 문제가 해결된다는 점이 놀라웠습니다. 개인적으로 수영장에서 일하면서 그러한 경우를 상당히 많이 봤고 컴플레인이 심해 힘들었었는데 여기는 그럴 일이 전혀 없다는 생각에 조금 부럽기도 했습니다. (정말 활발한 남자쌍둥이가 있는 가족이어서 부모가 각자 한 명씩 꼭 마크를 해야 케어가 가능한 경우, 법적으로 24개월 미만만 성별에 상관없는 탈의실 이용이 가능하지만, 이를 바로바로 판단하기가 상당히 애매한 경우 등..) 또한 화장실 역시 공용 화장실의 경우 장애가 있는 이용자를 성별이 다른 도우미가 도와주기가 용이하고 특히, 엄마가 몸이 불편한 아들을 도와주기가 훨씬 편합니다.

 

지금도 사실은 조금은 어색하게 학교에서 공용 화장실을 이용하기는 하지만, 아무도 저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것은 이제 잘 느끼고 있습니다. 그냥 제 볼 일을 보고 나오면 되고 타인의 시선을 굳이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점이 조금은 편했습니다. 이를 통해 대중 시설의 남녀 공용 이용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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