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안병현

1년간 파리에서의 교환학생 생활을 글로 남기고자 리포터를 지원했습니다. 해외 거주한 경험이 전혀 없으며 자취 경험도 여기서 처음인 저에게 모든 것이 생소한 만큼 보고 느낀 그대로 칼럼에 적겠습니다.

칼럼은 파리 지역 탐구, 프랑스 문화 체험, 유학생 꿀팁 이렇게 3가지 큰 방향을 가질 예정이며 교환학생을 준비 중인 모든 학우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 

Title 열다섯 번째 칼럼
Writer 로컬리티센터 Date 18-01-29 11:52 Read 381

본문

 

프랑스인의 검소함

 

많은 한국 예능 프로그램에서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주제가 등장하는 패널의 출연료가 얼마인지, 살고 있는 집이 얼마인지에 대한 내용을 지나가면서 가볍게 물어보고 다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더 나아가서 학벌이나 부모님의 직업까지 집요하게 물어보거나 프로그램 대화 주제로써 다뤄지고는 하는데 사실 개인적으로도 이러한 주제에 평소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이러한 궁금증은, 저 사람은 얼마나 잘 사는 걸까라고 나와 비교하여 생각하는 것보다 그냥 정말로 궁금해서, 본능적인 호기심으로 알고 싶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질문은 프랑스에서 꽤나 금기시되는 질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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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방송 프로에서 수입에 대한 질문을 하는 장면

 

현재 교환학생으로 다니고 있는 대학에서 만난 친구의 얘기에 따르면, 한국학을 공부중이어서 한국 예능에도 관심이 많은 친구인데, 한 프로그램에서 다른 이의 재정 상황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주도적으로 물어보시는 한 연예인이(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겠습니다!) 한 유명한 래퍼에게 월수입이 얼마냐고 물어보는 장면에서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그 래퍼가 성실히 자신 있게 대답하는 장면에서도 또 한 번 놀랐다고 했습니다. 왜냐하면 프랑스에서는 금지되는 것 중 하나가 자신이 얼마나 버는지 자랑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함부로 부를 과시하는 행동은 웃음거리가 되기 쉬우므로 이를 앞세워 다른 사람을 무시하거나 행동하는 사람을 보기 힘듭니다. 방송에서 월수입에 대해 말하는 모든 연예인들이 꼭 자랑을 하기 위해서 자신의 수입을 공개하는 것은 아니지만, 혹은 이런 질문을 던지는 패널들이 시청자로 하여금 상대적 경제적인 박탈감을 느끼게끔 유도하려는 의도는 없지만, 외국인의 입장에서 우리나라 예능 프로의 이런 모습을 봤을 때 놀랄수는 있겠다고 생각은 들었습니다. 조금만 뉘앙스를 다르게 받아들이면 꼭 나는 이만큼 벌어~” 하는 듯한 느낌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생각의 연장선에서 프랑스 사람들은 꽤나 검소하게 생활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수수한 옷차림으로 다닙니다. 정말 어마어마한 부자 프랑스인을 실제로 만나보지는 못하고 부자 프랑스인 대학생을 만났다고 들은 얘기에 따르면, 그 학생 집에 초대되어 들어가기 전까지는 그 정도로 부자일 줄은 몰랐다는 얘기가 많습니다. 이렇듯 대부분 검소한 차림으로 다니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한국에서는 그 흔한 명품백을 들고 다니는 프랑스인을 발견한 적이 거의 없습니다. 한 번은 명품백인 것 같아서 자세히 살펴보니 불어로 이거는 완전한 모조품!’이라고 대문짝만하게 써져있는 가방을 본 게 전부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가품을 진품처럼 들고 다니기라도 하면서 명품에 대한 소비 욕구가 상당히 높은데, 그에 반해 명품의 나라인 프랑스에서 오히려 명품이 적게 보이는 점이 조금은 흥미로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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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신경쓰지 않아"라는 뜻의 불어 문장

 

 

아마 이러한 문화의 가장 핵심은, 남을 굳이 신경쓰지 않는 문화에서 비롯되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프랑스에서 생활하다 보면, 남의 눈치를 잘 안 보게 되는 경우가 정말 많습니다. 이렇게 느끼면서 동시에, 한국에서 생각보다 많은 눈치를 일상생활에서 알게 모르게 보고 살았구나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남이 어떻게 옷을 입던, 혹은 어떻게 행동을 하건, 공공장소에서 애정행각을 해도 딱히 뚫어지게 쳐다보는 사람도 없습니다. 오히려 보기 좋다는 웃음을 살며시 짓고는 그냥 자연스레 지나갑니다. 너는 너고 나는 나라는 생각이 뿌리 깊게 박혀 있다고 생각이 들 때가 정말 많았습니다. 이러한 생각이 남의 시선에서 자유롭게 해방되어 명품에 굳이 집착하지 않는 현상이 생겼다고 느꼈습니다. 한국에서는 남의 시선이 중요하게 작용하여 사회적으로 각 나이마다 정해져있는 해야할 일이 있습니다. 대학에 가면 취직은 언제 하니, 취직을 하면 결혼은 언제 하니, 결혼을 하면 애는 언제 낳니 등등 끝도 없는 이런 질문에 많은 회의감을 느끼고는 합니다. 다행히도 요새는 이러한 추세에 맞서서 남들 시선에 해방되어 개인에 집중하고자 하는 사회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들의 시선에 신경을 쓰지 않는 문화가 명품 강국 프랑스에서 명품에 대한 관심이 없게 하고 검소한 생활로 유도한다는 점이 상당히 흥미로웠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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