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안병현

1년간 파리에서의 교환학생 생활을 글로 남기고자 리포터를 지원했습니다. 해외 거주한 경험이 전혀 없으며 자취 경험도 여기서 처음인 저에게 모든 것이 생소한 만큼 보고 느낀 그대로 칼럼에 적겠습니다.

칼럼은 파리 지역 탐구, 프랑스 문화 체험, 유학생 꿀팁 이렇게 3가지 큰 방향을 가질 예정이며 교환학생을 준비 중인 모든 학우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 

Title 열네 번째 칼럼
Writer 로컬리티센터 Date 18-01-29 11:47 Read 517

본문

 

착한 사마리아인 법 - 한국과 프랑스

 

조용한 호숫가를 걷고 있는데, 어딘가에서 풍덩 소리가 들려 가보니 누군가가 허우적거리며 살려달라고 외치고 있다. 너무 놀라 도움을 청할 사람을 찾으려 주변을 살펴봤지만 주위에는 나 말고 아무도 없는 상황. 물에 빠진 사람을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 이런 적이 처음이라 아무 것도 머릿속에서 생각나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

 

이러한 상황에 크게 두 가지 반응으로 나눠지게 됩니다. 적극적으로 도와주려고 뭔가를 시도하는 사람과 상황 자체에 대한 압박감으로 내가 아니어도 되겠지란 마음으로 상황을 피하는 사람. 한국에서는 그냥 보고 싸늘하게 돌아선다 해도, 아 물론 싸이코패스처럼 정말 이렇게 돌아서는 경우는 없겠지만, 상황 자체에 대한 압박감이나 어떠한 사정이 있어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도덕적 비난은 가능하겠지만 법적인 처벌은 따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만약 호숫가가 프랑스에 있는 호수였을 때 그 상황을 모르쇠하고 피한다면 법적인 책임을 피할 수가 없습니다. 심지어 프랑스에서는 이러한 책임에 대한 처벌 강도가 5년 이하의 징역 혹은 75,000유로의 벌금형으로 세계에서 가장 세다. 실제로 호수에 빠진 사람 근처에 있었으나 자리를 피했다는 이유로 당사자가 익사하지 않았음에도 3년형을 선고한 사례가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이러한 법을 착한 사마리아인의 법또는 구조불이행죄라고 정의합니다. 도움이 필요한 자를 봤다면 그냥 지나치지 않고 도움을 주었던 사마리아인을 바탕으로 한 성경 내용에서 유래한 명칭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 이외의 꽤 많은 국가에서 이 법을 시행하고 있는데, 미국 같은 경우에는 1963, 한 여성이 강도, 강간, 살해를 당하는데 몇 십명의 아파트 주민이 그 장면을 목격했음에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은 제노비스 살인 사건을 계기로 주마다 착한 사마리아인의 법을 조금씩 다르게 적용하게 되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점령군에 대항하는 레지스탕스에 의해 피해 입은 독일인들에 대한 냉소적인 태도에 대한 반성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전쟁 속에서 서로를 죽이고 피 튀기는 상황 속에서 비윤리적인 상황이 발생했었고 이에 대한 성찰로 프랑스에서 구조불이행죄(la non assistance à personne en péril)가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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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도 몇 년 전 사람들의 관심을 살만한 충격적인 기사가 있었습니다. 심장마비로 갑자기 택시기사가 운행을 멈추었는데, 당시에 타고 있던 승객이 공항 비행기 시간에 늦었다며 119에 신고도 하지 않고 내려서 그 기사가 그대로 사망한 일이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여론에서 착한 사마리아인 법 제정에 대해 다시 한 번 관심이 모아졌습니다. 법 제정에 있어서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도리라는 부분을 도덕적 의무로 할 것인지, 법적 의무로 할 것인지에 있습니다. 사실 어려움에 처한 누군가를 도와주는 일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인데, 사람들이 법적인 의무감을 가지고 강제로 하도록 하기 위해 법제화를 한다는 점이 어떻게 보면 참 씁쓸하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이도 이해가 되는 점이, 막상 남의 일에 내가 끼어들어도 되는가에 대해서 생각했을 때 괜히 잘못 간섭했다가 나에게 피해가 오면 어떡하지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도움을 주려 했으나 나에게 모든 책임이 떠넘겨질게 두려워지기도 합니다. 다행히 한국에서는 심폐소생술에 있어서 실제로 누군가에게 실시 시 갈비뼈가 부러질 가능성이 있는데, 소극적 착한 사마리아인 법이 적용되어 면책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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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파리에서 발생한 실제 살인 사건


프랑스에서는 얼마 전 파리에서 유동인구가 많은 역인 “Chatelet les Halles”역에서 Andy라는 젊은 남성이 괴한에 의해 수차례 칼에 찔려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당시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고 누구도 그 다툼에 개입하지 않아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렀습니다. 오히려 자신들의 핸드폰으로 찍기만 하고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았던 점이 프랑스 내 기사에 실렸는데, 선한 사마리아인 법이 강력하게 제정되어있는 프랑스에서도 이러한 사건이 발생하는 것을 보고 선의, 도리와 같은 개념은 법으로써 강제로 시행되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인 사람의 마음에서 시작되는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프랑스에서도 굳이 위급한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라고 권유하지 않습니다. 단지, 프랑스 긴급상황 신고 전화 17번으로 전화 한 통만 하면 된다는 점을 항상 강조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연대 강화를 위해 법으로써 선한 행동을 강제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실제로 이웃의 어려움을 정말로 외면하지 않는 사회가 될 수 있을지는 앞선 프랑스 사례를 통해 봤을 때 회의적으로 생각이 들었습니다. 차라리 반대로 의인에게 좀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법이 조금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용기를 내어 다른 이를 도운 이에게, 혹여 긴급 상황에서 도움을 주다 사망하더라도 남아있는 가족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의사자 제정에 있어서 폭 넓게 범위를 확대한다면 논란이 많은 착한 사마리아인 법보다 조금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누군가를 돕는 행위는 어떠한 금전적 이익을 노리고 하는 행동이 아닌, 순수하게 선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행동이긴 하지만, 이러한 구체적인 측면에서 공식적으로 정해진 보상 같은 게 있다면 도움을 받는 사람도 편히 도움을 받고, 도움을 주는 사람도 보다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가장 좋은 건 이러한 과정에서 아무도 다치지 않는 것이긴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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