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금정빈

머리에 터번을 두르는 종교, 시크교에 대해 아시나요?

대한민국에서는 쉽게 발견하기 어려운 시크교인! 위 사진은 시크교인들이 공식석상에서도 터번사용을 인정받아 별다른 제재 없이 사회생활을 하는 모습이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둥그렇게 칭칭 두른 터번을 흔히 무슬림이 하고 다니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더 많다. 이슬람권에선 시아파의 일부만이 터번을 착용한다고 한다. 터번은 바로 시크교도들의 상징이다.

인도는 다양한 종교를 가진 나라이다. 대표적으로 인구의 8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는 힌두교, 고타마 시타르타가 창시한 불교, 어떤 생명이든 소중히 여기는 자이나교, 서역에서 유래된 이슬람교, 위 사진의 시크교까지 다양한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이 중, 이번 칼럼에서는 시크교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시크교는 힌두교와 이슬람이 혼재된 종교로 카스트제도를 부정하고 인간평등을 내세우며, 제례와 같은 형식을 거부함과 동시에 다른 종교에 대한 관용을 주장한다. 또한 우상숭배가 아닌 경전을 숭배함으로써 배움을 중시한다.

- 시크교의 특징

시크교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재미난 점은 누구든지 멀리서도 ‘아, 저 사람은 시크교를 믿는 사람이구나!’라는 것을 쉽게 인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즉, 시크교들은 시크교들만의 종교적인 특징을 가진다. 첫째, 시크교 남자라면 ‘백이면 백’ 머리에 터번을 두른 것을 발견 할 수 있다. 두 번째, 길게 기른 턱수염 또한 시크교들의 특징이다.

머리에 터번을 착용하고 턱수염을 기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수염과 머리카락 자르는 것을 금지하는 시크교의 교리 때문이다. 따라서 시크교를 믿는 여자들 또한 터번을 착용하지는 않지만 허리보다 긴 머리카락을 가진다. 이 밖에도 시크교 교인들의 성은 모두 동일하다. 남자의 성은 전부 '싱(Singh, 사자),' 여자의 성은 '카우르(Kaur, 공주)'로 통일되어 있다. 따라서 누군가의 이름에 싱 또는 카우르라는 단어가 들어간다면 그는 시크교도일 것이다.

힌두교가 소를 숭배하기 때문에 소 섭취를 금지하는 것처럼 시크교 또한 반드시 지켜야할 사항들이 존재한다. 시크교인들이 지켜야할 5가지 준수사항 중 ‘3. 반바지(팬티대용) 소지할 것, 4. 검을 차고 다닐 것’에 대한 이유는 과거 타 종교에게 억압받았던 시크교의 역사 때문이다.

- 시크교의 역사 (피로 물들었던 과거의 상처)

 16세기 무굴제국 시대, 신들을 탄압하던 힌두교와 이슬람에게 맞서 방어적인 무력만 벌이는 수준이었음에도 5대 교주인 아르준이 체포, 처형되면서 세력이 크게 위축된다. 이후 독실한 이슬람교였던 아우랑제브가 황제가 되면서 '이슬람교로 개종을 하지 않으면 모조리 죽이겠다.'는 최후통첩을 내리고 모든 시크교도 수행인들을 고문하고 처형시켰다.

 

이 밖에도 1984년 인도의 영토 중 유독 시크교인들이 많은 뻔잡 지방에서 시크교인들이 독립을 주장하며 투쟁했다. 당시의 총리였던 인디라 간디가 군대를 동원해 시크교의 대표적인 성지를 공격하게 된다. 이에 분노한 시크교도들이 인디라 간디를 죽이게 되고 힌두교와 시크교 간 유혈 참극이 발생하게 되면서 많은 시크교인들이 죽게 된다.

이러한 역사적 이유로 시크교인들에게 생명의 위협을 느낀 순간에서만큼은 자신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칼을 사용하는 것이 허용되게 되었다. '다른 종교가 우릴 공격하면 그때만은 칼을 뽑으라.'라는 방어책으로 말이다. 이 때에 확립된 것이 시크교도의 5대 상징물로 긴 머리를 감싸 활동성을 증대시키는 터번, 스스로를 보호할 검, 언제든지 빠르게 전투태세를 갖출 수 있는 반바지(팬티대용) 등으로 자신을 보호하게끔 하였다. 따라서 교리나 문화가 힌두교에 비해 상대적으로 무장이나 무력을 중시하기 때문에 남자 신도들은 언제나 ‘키르판’이라는 단도 칼을 휴대하고 다닌다.

- 인도 사회 내 시크교도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

시크교인들에 대해서는 대표적으로 3가지 특징을 들 수 있다. 첫 번째, ‘근면함’이다. 시크교인들은 인도 총 인구 중 2퍼센트를 차지한다. 하지만 인도 전체 세금의 20퍼센트를 납부하고 있으며 시크교인들이 특히 많이 거주하는 뻔잡 지방의 연평균 주민소득은 전체 인도 평균소득의 2배 이상에 이른다. 즉, 시크교인들 중에서는 거지가 없다고 할 정도로 부지런한 것을 들 수 있다.(실제로 필자가 인도에서 시크교인 거지를 본적이 없다.)

두 번째 특징으로는 ‘용맹함’을 들 수 있다. 대부분의 시크교인들은 덩치가 크고 체격이 좋다. 과거 영국이 인도 지배 당시 때에도 신체 조건이 좋고, 근면한 시크교인들을 대다수 영입했다고 한다. 이러한 이유로 현재에도 시크교도 출신의 군인이나 경찰이 많고 시크교도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인도수상의 경호원도 전원 시크교도들로 구성되어있다고 한다.

세 번째 특징으로는 ‘따뜻함’이다. 각 지역마다 존재하는 시크교 사원(구루드와라)에서는 종교를 막론하고 외국인 등 모든 방문객에게 쉴 곳과 식사를 제공한다. 이러한 이유로 매일 5만 명에서 7만 명에게 음식을 제공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비용은 모두 기부로 충당한다. 시크교 사원에서는 이처럼 모두에게 무조건적인 따뜻함을 제공하고 있다.

이밖에도 시크교인들은 실질과 상업을 중시하기도 해서 인도에서 중요한 기업이나 공장들이 시크교도의 소유인 경우가 많다. 최근 경제력을 키워 미국, 캐나다, 영국 등으로 이민하는 시크교인들이 크게 증가하고 있으며 전 영국 캐머런 총리는 시크의 근면과 기업가정신을 높게 평가했다.

필자 또한 인도에 생활하면서 시크교인들을 상대할 때만큼은 다른 인도인들에 비해 긴장을 조금 놓을 수 있었다. 인도에 4개월간 생활하면서 시크교인들한테 만큼은 사기를 당한 적이 없었다. 특히 시크교들의 성지로 일컬어지는 뻔잡 지방의 시크교 사원(황금사원)에 갔을 때는 시크교인들이 매우 친절했고 외국인들에게 배려를 베풀었다. 이처럼 시크교도들은 전 세계적으로 시크교도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신뢰를 받고 있으며 인도 경제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혹시 인도에서 도움을 요청할 때면 터번을 두르고 턱수염이 긴 시크교 아저씨에게 도움을 요청해보자! 친절히 가르쳐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