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 두번째 칼럼 -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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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 로컬리티센터 | Date | 17-09-25 11:11 | Read | 57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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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빈 두번째 칼럼 - 제2의 고향 브라질, 이곳에서 나는 다시 태어났다. (2)
브라질에 온 뒤, 여러가지 문화충격을 겪으며, 당연하다고 믿었던 나의 세상이 조금씩 무너졌다. 그리고 지금은 ‘과연 현재 내가 가진 생각과 가치관이 온전히 내 자유의지로서 판단 한 것들의 결과인가?’라는 반성적 사유를 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그러다보면, 언젠가 내면의 에고 혹은 기존의 비합리적인 프레임에서 완전히 벗어난 가치관을 확립하여, 보다 자유로운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둘째. 그놈의 말 말 말! 포어만 잘하면 되는 거 아니었어?
고백하건데, 대부분의 한국인이 그러하듯, 나 역시 ‘그냥…’ 이라든가 ‘몰라?’ 라는 말을 참 많이 사용한다. 아니 한국에서는 말버릇처럼 자주 사용하곤 했다. 사실, 깊은 고민 없이 쉬이 대답할 수 있는 그만한 표현이 또 있을까? 예를 들어, ‘저번 주말은 어떻게 보냈어?’ ‘그냥 ..‘그 축제에 왜 안갔어?’ ‘뭐 그냥 ..’ 이런 식으로 말이다. 이런 상황에 한국인끼리는 보통 상대가 ‘몰라..’라고 대답할 지언정, 이로써 자연스레 화자가 생각할 시간을 번다는 걸 이해하고 재촉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면, ‘몰라..? 그냥 몸이 좀 피곤했던 것 같아.’라는 대답을 듣거나, 설령 끝까지 말을 잇지 않아도, 나머지 내용을 굳이 캐묻는 경우는 적다. (물론 사람마다 주제에 대한 경중이 다른 경우, 예의가 없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런데, 바로 이 말 습관 때문에, 브라질에서 기분이 마냥 좋지만은 않던 몇 가지 에피소드가 발생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가 아는 대부분의 브라질인은, 언제나 상대로부터 확실한 주관을 듣고 싶어 했으며, 이런 문화차이로 인해 여러가지 사소한 트러블이 생긴 것이다.
하루는 현지인 룸메이트가, ‘네가 제일 좋아하는 Doce*가 뭐니’라고 묻길래, 무의식적으로 ‘몰라..(Não sei.)’ 라고 대답한 적이 있다.. 그러자, 친구는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너는 너가 좋아하는게 뭔지 몰라?’ 라며 되물었다. 그때 나는 사실, ‘몰라?’ 라고 한 다음 진짜 대답을 할 생각이었기에 난생처음 들어본 이런 친구의 지적에 참 당황스러웠다.
*Doce란, 브라질의 달콤한 디저트류를 가리킨다. 여담으로, 브라질 매점이나 카페에 가면, Doce/Salgado로 나눠진 메뉴판을 쉽게 볼 수있다. 각 뜻을 직역하면 ‘달콤하거나 짠’이라는 뜻으로, 이 곳 음식을 접하다보면 브라질인의 입맛이 소위 ‘단맛+짠맛’의 조합에 최강임을 인정하게 된다.
물론, 직설적인 친구의 말투에 기분이 상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문화차이로 인해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며 스스로를 다독였고, 이어서 ‘아니, 그게 아니라.. 난 브리가데이루(연유와 초코렛을 섞은 디저트)를 제일 좋아하는 것 같아.’라는 대답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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