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 두번째 칼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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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 로컬리티센터 | Date | 17-08-21 12:50 | Read | 583 |
본문
안녕하세요~ 두 번째 칼럼으로 다시 만나게 되어 정말 반갑습니다. 지금쯤 한국은 많이 덥겠지요? 저도 여기서 더위 때문에 엄청 고생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더위와는 달라서 더워도 습기가 없어 상쾌하긴 하지만 드센 햇볕만큼은 아무리 선크림을 덕지덕지 발라도 당해낼 제간이 없네요… 아직 겨울이라는 게 믿겨지지 않을 정도입니다.
자, 그럼 본격적으로 칼럼 주제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이번 칼럼의 주제는 바로 ‘마리화나’라는 마약입니다. 우리나라에는 대마초로 잘 알려져 있죠. 워낙 우리나라가 마약청정국가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한국에서 마약이라는 문제에 대해 깊게 생각해본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브라질에 와보니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마리화나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일상에서 너무나 쉽게 볼 수 있어 놀란 적이 많은데요. 심지어 브라질의 많은 가수들이 마리화나를 합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노래 가사에 그대로 표현하기도 하고, 더 나아가 뮤직비디오에서 직접 마리화나를 피는 모습을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경우도 많습니다. 따라서 스스로에게 ‘과연 마리화나라는 마약은 개인의 권리인가, 아니면 순수한 사회의 악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마리화나를 이번 칼럼 주제로 선정하였습니다.
[마리화나를 합법화 해야 한다는 노래를 부르며 마리화나를 피우는 브라질 가수]
사실 브라질에서 마약이 정치적으로 이슈화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브라질이 발견이 됨과 동시에 흑인 노예들이 평범한 ‘앙골라 담배’ 로서 마리화나를 처음 반입하였고, 흑인 노예들과 인디오 사이에 전파된 후 수세기 후에야 좋은 의약품으로 지식인층까지 알려졌지요. 그러나 1920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된 제 2차 세계 아편 회담에서, 브라질 대표인인 페르남부쿠 박사(Dr.Pernambuco)가 ‘마리화나는 아편보다 위험하다’고 주장하면서 본격적으로 이슈화되기 시작했습니다. 19세기까지 몇 차례의 시도가 있었지만, 1930년부터야 실질적인 마리화나 제제가 이루어졌습니다. 그리고 약 70년이 지난 2001년부터 처음으로 마약 제제 반대 시위가 일어났습니다. 이때 브라질 인구의 6.7%가 마리화나 경험이 있다고 알려졌는데, 이는 수백만 명이 동시에 구속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마리화나를 이용하기 때문에 현재 브라질 정부는 이들을 처리할 사회적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단속과 처벌 등의 제제를 제대호 시행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세계보건기구는 마약류에 대한 네 가지 조건을 걸었습니다. 1.약물사용에 대한 욕구가 강제적일 정도로 강하고 2.사용약물의 양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으며 3.금단현상 등이 나타나고 4.개인에 한정되지 아니하고 사회에도 해를 끼치는 약물을 마약이라 정의했죠. 여기서 마리화나는 카나비놀, 카나비니올, 카나비놀산 등의 성분을 포함한 테트라히드로카나비놀(THC)이란 일종의 환각제로 에 해당되는 마약입니다. 정신적으로는 다행감, 해방감, 졸음, 시간/공간 감각이 상실, 환청, 환시가 발생하며, 신체적으로는 심박수가 증대하고, 혈압이 상승하며, 수분을 갈구하게 됩니다. 특히 장기간 사용 시 집중력과 단기간 기억력이 훼손되며 반응도가 완만해지고, 시간과 거리에 대한 인식이 왜곡되도록 뇌기능이 망가져 버립니다.
이처럼 마리화나가 인체에 해롭다는 사실은 확실하지만 사회적 제제의 차원에서는 다른 관점으로 생각해봐야 합니다. 왜냐하면 음주나 일반담배의 흡연처럼 자신의 건강을 담보로 스스로 욕구를 충족할 ‘개인의 권리’ 또한 존재하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합법화된 음주와 담배 또한 ‘다른 이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전제 조건을 완벽히 이행하지는 못하지만 명백히 개인의 권리로 인정받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어떠한 대상에 대한 합법화 여부를 판단할 때는 과연 이 대상이 일으킬 사회적인 문제를 적절하게 통제할 수 있는지, 혹시 사람들이 남용하여 사회적 기능이 마비가 되지 않을 지 등의 종합적인 상황에 대한 고려가 요구됩니다. 이런 사항들이 고려되지 않고 순수하게 건강 상의 이유만으로 사회적 제제가 시행된다면, 개인의 권리와 사회적 규범 간의 불균형을 초래하게 되겠지요.
그렇다면 다른 해외국가들의 상황은 어떨까요? 여러분들이 마약이 합법화된 국가로 잘 알고 있는 네덜란드를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네덜란드는 1976년 마약을 가벼운 약물(soft drug)과 강한 약물(hard drug)로 나누어 마리화나나 해시시 등의 가벼운 약물을 지정된 장소에서 구입하고 흡연할 수 있는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그 결과로는 놀랍게도 2000년에 발표된 유엔 마약위원회(UNCND)의 통계에 의하면, 네덜란드 내 마약관련 범죄 인구는 10만 명당 47명(조사 대상 국가 중 20위)으로 마약 초강경 대응국인 싱가포르의 마약 범죄 인구인 10만 명당 46.8명(21위)보다 겨우 한 순위 차이죠. 또한 2005년 유엔 국제 범죄피해자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네덜란드는 ‘밤길에 안전함을 느끼는 나라’ 5위를 기록했습니다. 마약 합법화에 대한 기존의 우려와는 다르게, 나쁘다고만 생각되었던 마약이 체계적으로 잘 정비된 사회 통제 속에 자연스러운 기호 제품으로서 사람들의 일상에 잘 자리잡은 예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네덜란드뿐만 아니라 우리가 주목할 만한 가장 최근의 마리화나 합법화 국가로는 우루과이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올해인 2017년 7월 19일부로 우루과이는 국가 독점판매 형식 아래 마리화나합법화 정책을 시행하였습니다. 네덜란드의 경우와는 달리 우루과이에서는 마리화나 생산, 판매뿐만 아니라 유통, 구매, 이용 과정 전체를 국가가 통제한다는 것입니다. 모든 마리화나 사용자들은 공식적으로 국가에 등록을 해야 하며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일주일에 구입할 수 있는 양을 제한합니다. 구매를 할 때마다 매번 지문을 조회하기 때문에 이런 사회적 관리가 가능하게 되었지요. 무엇보다 흥미로운 점은 마리화나 가격을 암시장의 가격보다 낮게 책정하여 마약과 관련된 범죄 순환고리를 크게 약화시켰다는 점입니다.
이미 미국도 콜로라도 주, 워싱턴 주에서는 마리화나가 합법화 되었으며 알래스카, 캘리포니아 주에서도 합법화에 대한 주민 투표가 진행 중입니다. 남미 대륙에서도 우루과이를 따라 칠레, 아르헨티나, 멕시코, 브라질에서도 합법화 논의가 진행 중이지요. 지금까지 유럽, 북미, 남미 지역만 소개해드렸지만 사실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오스트레일리아 지역에도 마리화나가 불법이지만 암묵적으로 용인되는 국가가 많습니다. 이런 동향을 통해 마약에 대한 세계적인 관점이 여러 국가들의 정책을 통해서 분명히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Legality_of_cannabis_by_country
▲좀 더 자세한 세계 마약 지도를 참고하고 싶으신 분들은 링크를 참고 바랍니다.
그렇다면 브라질의 상황은 어떨까요? 브라질의 음주/마약 정책 국립과학기술연구소(INPAD)와 상파울루 연방대학교(UNIFESP)가 함께 브라질의 마리화나 이용 실태를 조사한 연구 결과를 참고했습니다. 전체 조사 대상 인원 수가 4천 6백 여명이나 되어 표본의 규모가 충분히 클 뿐만 아니라 지역별 조사 인원 구성비도 북부-9%, 북동부-27%, 중서부-7%, 남동부-42%, 남부-15%여서 신뢰성이 높습니다. (실제 구성비 : 북부-8%, 북동부-28%, 중서부-8%, 남동부-42%, 남부15%)
연구 결과 요약 :
1. 성인 10명 당 한 명은 마리화나 이용 경험이 있다.
2. 마리화나 이용자 중 남자 이용자 수가 여자 이용자 수의 3배이다.
3. 브라질의 성인 남성 인구 중 1%가 마리화나 중독이다.
4. 마리화나 이용자 중 40%가 중독 수준이다.
5. 청소년 10명당 한 명은 마리화나 중독이다.
6. 마리화나 이용자 중 과반수가 만 18세 전에 처음으로 마리화나를 경험하였다.
7. 조사가 시행된 해(年)에 마리화나를 사용한 청소년의 17%는 학교에서 마리화나를 얻었다
8. 전체 인구의 75%가 마리화나 합법화를 반대한다.
http://inpad.org.br/wp-content/uploads/2013/04/Press_Maconha_SIte1.pdf
▲이 링크를 통해 연구 결과에 대한 시각화된 통계자료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연구 결과 중 주목할 만한 점은 1. 다수의 브라질 국민들이 마리화나 경험이 있다는 점 2. 학교에서 마리화나를 구할 수 있을 정도로 청소년들이 마리화나에 무방비로 노출되었다는 점. 3. 마리화나 이용자 중 중독자의 비율이 높다는 점. 4. 합법화를 반대하는 인구 수가 찬성 수보다 월등이 높다는 점입니다. 사회적 제제와 처벌만으로 마리화나 이용을 억제하기엔 이미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연관되어 있는데, 정작 합법화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은 딜레마에 처해 있다고 볼 수 있지요.
하지만 네덜란드와 우루과이의 사례를 보면 마리화나 합법화가 브라질에 절대 악영향만을 끼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네덜란드의 경우, 마리화나를 합법화한 대신 그 판매 장소와 판매 대상, 그리고 이용 구역을 명확하게 정해놓은 덕분에 사회적 질서가 생겼고 반대로 제제와 처벌도 보다 명확하게 시행할 수 있었습니다. 우루과이의 경우, 통합된 국가 통제 시스템과 시장의 원리를 이용해 마리화나 이용자들을 직접 관리할 수 있는 동시에 마약 범죄 영향력도 크게 약화시켰지요. 현재 브라질이 국제 마약 범죄의 유통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마리화나에 대한 제제만을 하기 보다 오히려 양지화를 시켜 범죄조직에 흘러가는 어두운 자금을 정부로 돌려 청소년들의 마약 예방 교육 같은 사회기금으로 이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방법일 수도 있습니다. 동시에 마약 범죄에 대한 규정을 더욱 명확히 하고 정책을 확실히 이행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번 칼럼의 주제와 제 의견이 상당히 민감한 부분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합법화에 반대하는 입장에 대한 언급은 하나도 없어서 어쩌면 마리화나 옹호자로 의심 받을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궁극적으로 제가 말씀 드리고 싶은 건, 한국에서는 당연히 나쁘기만 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해외로 나와 직접 관찰을 해보니 제 편견과는 달랐던 경험을 했다는 것입니다. 이번 칼럼을 쓰면서 혹시 제가 좁은 틀에 갇혀 왜곡된 시각으로 어떠한 사물을 바라보고 있는지는 않았는지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과정이 세상을 더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스스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길었던 제 칼럼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도 흥미로운 주제로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그럼 Tchau(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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