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 일곱번째 이야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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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 로컬리티센터 | Date | 17-10-31 11:40 | Read | 76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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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번째 우즈벡 이야기 : 세속주의 이슬람과 우즈벡
우즈베키스탄은 중앙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대표적인 이슬람 국가로 꼽힌다. 중앙아시아 국가 중에서 가장 이슬람 색이 짙은 나라이자, 국기 안에도 이슬람의 상징인 초승달이 그려져 있는 나라이다.
우리는 이슬람 국가들에 대해 흔히 여성은 히잡을 쓰고 사회 분위기는 굉장히 보수적이며 여성의 인권이 낮은 나라로 인식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의 이슬람은 우리가 생각하는 보편적인 이슬람과 과연 같을까?
우즈베키스탄 수도인 타슈켄트의 거리를 지나가다 보면, 이슬람 국가라는데 히잡 쓴 사람들은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여성들이 우리나라 사람들과 같이 짧은 치마나 나시 등을 입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겉모습만 보면 비이슬람 국가의 사람들과 비슷하다. 그러나 이들의 생활에서 이슬람의 교리인 쿠란(qu’ron)이 항상 몸에 베어있다는 걸 실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밥 먹기 전에 손으로 세수를 하듯 한번 얼굴을 씻는듯한 동작을 한 후에 밥을 먹곤 한다. 그리고 중동의 무슬림들과 마찬가지로,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 돼지고기를 파는 곳도, 살아있는 돼지를 본 적도 드물다. 참고로 돼지를 먹지 않는 데에는 여러 가설이 있는데, 그 중에서 하나는 돼지가 신성한 동물이 아니라는 이유이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유목민족은 이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가축은 곧 자신의 자산과 같은데 돼지는 소, 양, 말에 비해 인간에게 도움을 주는 요소가 적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소는 일을 할 수 있는 동물이고, 말은 이동하게 하는 수단으로 사용되는 동물이며, 양은 털을 제공하는데 돼지는 이들에 비해서 쓸모가 없는 동물이다. 이 외에도, 라마단 기간을 지키는 등 이슬람 국가의 모습이 사회에 베여있다. 이것이 바로 ‘세속적인 이슬람주의’이다.
우즈베키스탄은 소련 시기를 거치면서 민족 자체에서 많은 변화를 겪었다. 소련 시기 이전에는 대부분의 우즈베크 민족이 무슬림이었으며, 이들은 아랍문자를 사용하였다. 우즈베크어에도 이러한 흔적이 보인다. 예를 들어, kitob이라는 단어는 ‘책’이라는 단어의 아랍어인데, kitob의 복수형 kutub을 사용하고 뒤에 xona라는 우즈베크어를 붙여 kutubxona, 즉 도서관이라는 단어가 만들어진다. 이렇듯 우즈베크 민족은 이슬람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러나 소련 때에는 공산주의 사회였기 때문에 모든 종교가 부정되었다. 그래서 소비에트는 우즈베키스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와 이슬람을 분리시키는 정책의 일환으로 문자개혁을 시도했는데, 레닌 시기에 아랍문자에서 라틴문자로 바뀌었다가 스탈린 시기에는 라틴문자에서 키릴문자로 다시 개혁되는 수난 또한 겪기도 했다. 이때 이슬람 사원과 같은 것들이 많이 파괴되었으며, 이로 인하여 우즈베키스탄뿐만 아니라 중앙아시아 전체적으로 이슬람의 색이 옅어졌다. 대표적인 예로, 종교가 부정되어서 소련시기 피지배민족들은 돼지가 들어간 소세지를 먹기도 했다. 그래서 소련시기를 거친 무슬림 중에서는 돼지고기를 먹지 않아도 소세지는 먹는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소비에트 연방 시기가 끝나고 나서 비로소 다시 자유롭게 종교를 가질 수 있었다. 한편, 이 시기에는 러시아인들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되면서 러시아정교의 유입이 활발해졌다. 그래서 현재 타슈켄트에도 러시아 정교회가 있기 때문에 우즈베키스탄이라고 해서 모두 이슬람을 믿는 것은 아니다. 물론 슬라브계 우즈베크인들이 주로 러시아 정교회에 간다.
이러한 변화를 겪게 되면서 우즈베키스탄, 나아가 중앙아시아 전체에서는 이슬람이 여느 중동의 이슬람 국가들과 같이 영향력을 많이 미치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사회, 문화적인 바탕은 이슬람이라는 것에 확신할 수 있다.
개방적인 것 같으면서도 사실 많은 면에서 보수적이며, 남성과 여성에 대한 차별이 만연한 사회이다. 예를 들어, 남녀 간의 교제에 대한 문제도 남성은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는 데에 비해, 여성은 자신에게 교제하는 남자가 있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발설하는 것이 안 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만약 이 문제에 대해서 여성이 자유롭게 말한다면 ‘길거리 여성’으로 보거나 대학교 공부를 하지 않은 여성이 된다. 교양있는 우즈베크인 여성이라면, ‘나에게 남자친구가 있다’고 말하기보다는 ‘나에게 친한 친구가 있다’고 말해야 한다. 만약에 사귀는 남자가 있냐는 질문을 하면, 여성은 자신에게 교제하는 남성이 있을지라도 그 사실을 말해서는 안 된다. 반면에 남성은 이에 대해 굉장히 자유롭다. 부모님께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다. 이러한 사소한 문제에서도 남성권위주의, 혹은 여성의 인권이 낮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겉모습은 우리나라와 비슷할지는 몰라도,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의 정체성에는 분명히 이슬람의 요소가 있다. 이러한 요소들은 우즈베크인들의 사고와 행동을 지배하기 때문에 같은 현상을 놓고 우즈베크인들은 우리와는 다른 입장을 취한다. 이러한 세속주의 이슬람 문화 때문에 많은 상황들 속에서 문화 차이를 느낀다. 앞서 말했던 예로, 우리나라에서는 이성과의 교제 사실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데에 비해서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여성에게 이성과의 교제 여부를 묻는 것이 매우 무례한 질문이 되기 때문에 그러한 질문이 사회적으로 지양하는 분위기이다. 그리고 이슬람인들은 무조건 이슬람인들과 결혼해야 한다는 인식 또한 우리나라와는 다르다. 우리나라는 종교가 다양해서 그만큼 국민들이 갖는 종교에 대한 생각이 다양하다. 그러나 무슬림은 무슬림끼리 결혼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그러나 생각만큼 이슬람이라고 해서 그동안 생각해왔던 극단적인 무슬림들, 그들의 가치관을 강요하는 사람들은 사실 많지는 않다. 그리고 우즈베키스탄의 세속주의 이슬람이 비무슬림에게 피해가 가거나 큰 이질감을 주지 않는다. 다만, 문화적 차이가 크게 존재하는데 이는 어떠한 나라든지 모두 있을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존중할 수 있는 선에서는 존중을 해주는 것이 이들의 문화를 바르게 이해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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