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황희제

안녕하세요,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 중앙아시아학과 16학번 황희제입니다.

이번 파견학생 프로그램을 통해서 한 학기 동안 우즈베키스탄에서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동아시아인과는 다른 중앙아시아 사람들의 특징과 문화, 그리고 이들의 언어 사용 문화에 관심이 있기 때문에 주로 언어와 문화에 관한 칼럼을 쓸 계획입니다. 감사합니다. 

Title 두번째 칼럼
Writer 로컬리티센터 Date 17-09-05 10:08 Read 633

본문

두 번째 우즈벡 이야기 - 독립 26주년, 독립국가 우즈베키스탄

 

 올해 9월 1일은 우즈베키스탄의 소련으로부터 독립된 지 26년째가 되는 날이다현지에서 맞이하는 우즈베키스탄의 분위기는 우리나라의 광복절과 같았다조용하고 여느 휴일과 같은 분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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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 맘 때 이슬람 카리모프 전 대통령서거로 올해는 큰 축제를 하지 않는다는 현지 택시 기사의 말을 전해들었을 때, 독립기념일 행사를 기다려온 우리들은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그리고 독립기념일 행사가 있기는 하지만, 일반인들의 참여는 제한되어 있다. 국기를 집 곳곳에 걸어놓거나, 혹은 이슬람 카리모프를 추모하는 의미로 검정 옷을 입는다던지 하는 국민들만의 의식도 없었다.

 

이슬람 카리모프 서거 전후로 우즈베키스탄의 분위기는 많이 달라졌다. 불과 작년만 해도 눈에 별로 보이지 않던 타슈켄트의 카페들은 최근에 어디에 가든지 볼 수 있을 만큼 많아졌다. 영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적어서 의사소통이 불편할 것이라는 말도 이제는 옛말이 되었을 만큼 영어를 무리없이 구사할 수 있는 우즈베키스탄인들도 거리에서 많이 볼 수 있다.

 

길을 지나가다 보면 키릴문자에서 라틴문자로 문자개혁을 했던 흔적들을 곳곳에서 많이 발견되는데, 완벽한 문자개혁에 성공하지 못한 우즈베키스탄의 상처자국 같이 보인다. 키릴문자로 된 우즈베크어, 라틴문자로 된 우즈베크어, 그리고 러시아어. 이렇게 세 가지 형태로 표기를 한 곳이 있는가 하면, 어떤 광고는 러시아어로, 어떤 광고는 우즈베크어로 표기를 할 때도 있어서 제3자에게는 매우 헷갈릴 뿐만 아니라 불편하기까지 하다.

 

우즈베키스탄이 이렇듯 이중표기를 하는 이유는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러시아어를 일상생활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며, 이는 그만큼 러시아가 우즈베키스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 우즈베키스탄은 중앙아시아 국가 중에서 자국 언어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나라 중 하나인데, 이러한 우즈베키스탄에서도 여전히 러시아어의 영향력이 강하다는 것을 본다면 아직까지는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은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닐 것이다.

 

많은 레스토랑과 카페에서는 러시아어와 영어만 통하기도 하고, 20대 이상은 러시아어로 수업을 받아왔기 때문에 러시아어를 더 편하게 쓴다고 한다. 이렇듯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에게는 러시아어가 우즈베크어만큼 편한 언어이고 이들의 의사소통 수단 중 하나인 셈이다.

 

문화적인 면에서 러시아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 결코 부정적인 의미는 아니다. 독립을 한 지 26년밖에 되지 않았고, 이 나라에는 러시아 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러시아적인 문화를 갖고 있는 다는 것은 결코 우즈베키스탄에 독이 될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우려하는 바는, 3자가 우즈베키스탄에 접근을 하려고 했을 때 우즈베크어와 러시아어를 혼용해서 쓰는 이 나라의 언어장벽이 너무 높다는 것이다. 우리가 우즈베키스탄어를 완벽하게 구사한다고 해도 러시아어를 모른다면 이 나라에서는 편하게 살 수 없다. 더욱 더 문제가 될 점은,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언어가 또 다른 계층을 형성하고 있다. 앞서 말했듯이 레스토랑이나 카페에서는 러시아어 혹은 영어로 된 메뉴판밖에 받지 못하고 직원들 또한 러시아어 혹은 영어만을 사용한다. 그러므로 우즈베키스탄어만 안다고 해서 무작정 고급 레스토랑이나 카페를 즐길 수는 없다는 것이다. 언어가 삶의 질을 결정하는 수단이 되는 것 또한 이 나라에서 해결해야할 문제일 것이다.

 

그래도 우즈베키스탄은 독립 이래 자국화를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해왔고, 최근에는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우즈베크어로 수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래도 완벽하게 우즈베크인을 위한 국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아직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지만, 1991년 이후 이정도로 자국화 발전을 이뤘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독립한지 26년이 지난 지금까지 다른 중앙아시아 국가들에 비해서 자국의 언어를 사용하는 인구와 자국민의 비율이 월등히 높은 나라는 우즈베키스탄이 유일하다.

 

우즈베크인들이 앞으로도 자국어를 발전시키고 상용화한다면 자신들의 가능성과 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즈베키스탄은 러시아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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