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황희제

안녕하세요,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 중앙아시아학과 16학번 황희제입니다.

이번 파견학생 프로그램을 통해서 한 학기 동안 우즈베키스탄에서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동아시아인과는 다른 중앙아시아 사람들의 특징과 문화, 그리고 이들의 언어 사용 문화에 관심이 있기 때문에 주로 언어와 문화에 관한 칼럼을 쓸 계획입니다. 감사합니다. 

Title 열일곱 번째 칼럼
Writer 로컬리티센터 Date 18-01-29 17:47 Read 383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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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생이 바라본 우즈베키스탄 2 언어

 

 

중앙아시아 지역의 언어 문제는 전공생들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중앙아시아는 지리적 특성으로 인하여 고대부터 동서양 문화의 집결지의 역할을 해왔다. 다양한 문화가 어우러져있기에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쓰이는 언어는 여러 지방의 말을 차용해왔으며, 그 흔적은 지금도 남아있다. 우즈베키스탄을 예로 들자면, 역사적으로 고대에는 아랍 문자를, 제정러시아 시기부터 키릴 문자를, 그리고 독립 후부터 지금까지는 라틴문자를 쓰고 있다. 언어로 예를 들면, 우즈베크어로 kitob은 책이다. 그리고 도서관은 kutub-xona라고 불린다. 아랍어에서 kitob은 책, 그리고 kutub은 책들이라는 뜻이다. 이 뿐만이 아니라 러시아어 단어인 palto(코트), stakan() 등 우즈베크어에는 외래어가 무수히 많다. 이는 중앙아시아가 동-서양의 교차로에 위치해있기 때문에 어군도 다르고 민족도 다른 그들의 언어가 유입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는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생긴 중앙아시아 지역만의 고유한 언어 특징으로 여길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긍정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점은 바로 우즈베키스탄에서의 우즈베크어 사용률이다. 중앙아시아 5개국 중에서는 자국의 언어 사용률이 높은 편이지만, 타슈켄트에는 여전히 러시아어 사용률이 높게 나타나며 우즈베크어로 의사소통이 제대로 안 될 때도 있다. 심지어 뉴스에서도 러시아어만을 사용하여 방영하기 때문에 뉴스를 못알아들은 경우도 있다. 우즈베크어를 배우고도 우즈베키스탄인과 의사소통을 할 수 없다는 것은 전공자에게 있어 허탈함을 주곤 한다. 처음에는 그랬다. 그래서 우즈베크어를 배우는 것이 과연 도움이 될까, 싶은 회의감이 든 적이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뿐만 아니라 우즈베키스탄 사람들 또한 지금 당장은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을지 몰라도 앞으로의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우즈베크어 사용률이 압도적으로 높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정부의 언어 정책 또한 우즈베크어 중심으로 교육을 하려는 추세이기도 하고, 현지 대학에서도 우즈베크어는 알지만 러시아어를 모르는 학생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과거 우즈베키스탄의 대학에는 러시아어는 알아도 우즈베크어를 모르는 학생들이 많아서 우즈베크어 수업 강좌를 개설하여 교육을 시켰는데, 이제는 상황이 바뀌어서 러시아어 강좌가 개설된다고 한다. 이렇게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자국 언어 사용률이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현지에 거주하는 한국 교민들 또한 러시아어보다는 우즈베크어를 배우는 것이 우즈베키스탄에서 살아가는 데에 더 편리하다고 생각하는 추세이다.

 

그러나 우즈베크어가 강세를 보이지만 여전히 러시아어 사용률이 높다는 것을 간과하기 어렵다. 그래서 현지에서 공부를 할 때 러시아어도 배우면서 우즈베크어 공부를 병행한 적도 있는데, 러시아어가 너무 어려워서 2개월만에 포기했다. 전공어뿐만 아니라 러시아어도 같이 배워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 불만이 가득했다. 일단 러시아어가 너무 어려웠다. 그리고 여기는 우즈베키스탄인데 당연히 우즈베크어를 사용하는 것이 맞지 않은가?

 

언어는 그 민족의 정신과 살아가며 느낀 지혜, 그리고 그 언어가 쓰인 지역의 대략적인 기후화 환경까지 암시해주며, 앞서 언급했던 이 모든 것이 오랜 시간 동안 축적되어 있다. 그래서 언어는 곧 한 민족의 정체성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왔다. 나는 언어에는 단순히 그 언어가 얼마나 세계에서 많이 쓰이느냐로 측정할 수 없는 가치가 포함되어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저 러시아어가 더 실용적이기 때문에자국의 언어보다 러시아어를 쓰려고 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한 논리라면 벌써 우리나라에는 한글이 사라지고 우리나라는 영어권 국가가 되어있어야 할 것이다.

 

위와 같이 생각해오며 어느덧 12월이 되었을 때, 길을 지나가다가 우연히 하교하는 슬라브계 꼬마아이를 마주쳤다. 생각해보니, 슬라브계 꼬마아이도 결국 우즈베키스탄에서 교육을 받고 자라는 우즈베크인인 것이었다. 우즈베키스탄은 한국과는 다르게 개국 초부터 다민족 국가였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러시아어의 공존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우리나라가 한국어를 쓰고, 일본에서는 일본어를 쓰고, 스위스에서는 독일어와 프랑스어 등의 언어를 쓰듯이, 우즈베키스탄에서는 러시아어와 우즈베크어가 같이 쓰인다는 사실을 바꾸려고 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맞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오히려 우즈베키스탄에서 우즈베크어만 사용해야 한다는 것은 내가 그들의 문화와 역사를 고려하지 않은 편견 가득한 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다음에 기회가 되어 우즈베키스탄에 다시 가게 된다면, 그 때의 우즈베키스탄은 어떤 모습으로 성장하여 있을지 매우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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