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 열두번째 칼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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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 로컬리티센터 | Date | 17-12-11 10:58 | Read | 58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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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베키스탄 소수민족 :: 고려인
고려인은 중앙아시아의 대표적인 소수민족으로 꼽힌다. 이들이 중앙아시아로 오게 된 역사적인 배경, 그리고 현재 그들의 사회적 위치에 대해서는 전공 수업 시간이나 학술 학회를 통해서 여러 번 배웠다. 비극적인 역사를 안고 살아가는 우리 동포이지만, 과연 이들도 자신들을 ‘한국사람’이라고 생각할지, 아니면 이제 중앙아시아에서 살아가는 ‘중앙아시아인’이라고 생각할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쉽게 단정지을 수 없다.
최근에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오는 길에 택시를 탔는데, 어떤 할머니 한 분과 합승하게 되었다. 할머니의 옷차림은 평범한 우즈베키스탄 노인의 옷차림새였고 그가 러시아어를 썼기 때문에 대충 고려인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보통 고려인들은 우즈베크어보다는 러시아어를 주로 쓰기 때문이다. 그분이 나를 바라보시더니, “한국사람?” 이라고 내게 물어보셨다. 나는 곧 ‘그렇다’고 답을 했더니 할머니는 자신도 한국 사람이라면서 매우 반가워하셨다. 그리고 나서 자신의 아들, 딸 사진을 보여주면서 짧은 한국어와 러시아어를 섞어가며 열심히 이야기를 하셨다. 자신을 한국인이라고 말씀하시는 할머니의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작년에 고려인에게는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이 우리가 생각한 것만큼 크지 않다고 들었는데, 생전 본 적이 없는 나를 단지 한국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반가워하며 연신 쓰다듬으시던 할머니는 자신을 ‘한국인’이라고 여기시는 것 같았다.
고려인들은 러시아어를 가장 잘 구사할 수 있지만, 한국어도 조금 할 줄 안다. 이건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내가 봐왔던 고려인들은 아주 짧게나마 한국어를 구사하였다. 작년 여름, 타슈켄트 국제 공항에서 우즈벡 전통 복장인 루몰을 쓰고 긴 원피스를 입으신 할머니가 자신의 딸에게 “잘 다녀와요”라고 말씀하시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차림새로 봐서는 완전히 우즈베키스탄 사람이었는데 한국어로 말하는 것을 보고 신기했는데 알고보니 고려인이었던 적이 있었다. 지금까지 만났던 고려인들의 정체성 안에는 항상 ‘한국’이 있었다.
우즈베키스탄 시장에 가면 우즈베크 전통 음식뿐만 아니라 고려인의 음식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당근 김치와 같은 우리나라 전통음식인 것 같으면서도 만드는 재료가 다른 고려인들만의 음식들을 볼 수 있다. 그리고 타슈켄트 시내에는 고려인 식당도 한식당 만큼 많다. 고려인 음식으로는 가장 대표적인 것이 ‘국시’인데, 국시는 잔치국수를 달콤하게 만든 맛으로 여름에는 차갑게, 겨울에는 따뜻하게 먹는다. 그리고 갸훼라고 하는 개 회, 김밥 튀김, 고려인 순대 등 고려인 음식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며 시장에서도 짐치, 당근 김치를 판다는 것을 통해 우즈베키스탄 사회에서 고려인이 미치는 영향이 꽤 크다고 짐작하였다.
사실 고려인에 대해서 정확한 지식이 없었을 때에는 ‘강제이주를 당해서 중앙아시아로 간 일제강점기 시기 우리 선조’라는 생각이 강했기 때문에 무조건 우리나라가 그들을 지원해주어야 하고 우리는 고려인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들에 대해서 우리는 관심을 가져야 하며, 이 머나먼 땅에도 우리 동포가 있다는 것을 한국인이라면 알 필요가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이들을 형편이 어려운, 무조건적으로 우리나라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라고 여길 필요는 없다. 물론 개인 차가 있기는 하지만, 고려인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차별받고 하대받으며 못사는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소련 시기 집단 농장을 운영할 때, 고려인들은 농장 운영에 있어서 인정을 받았다. 그리고 공산주의 사회에서는 평등을 중요시해서 인종차별이나 남녀평등이 오히려 덜 했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고려인들은 이 사회에서 자신들의 생계를 일구어나갈 수 있었고 지금은 잘 사는 고려인들이 많다.
고려인들이 잘 살게 되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우리는 그들이 강제이주를 당할 때 어떠한 대우를 받으며 이주했는지, 자유시 참변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같은 한국인으로서 관심을 가져야할 필요가 있다. 이들의 역사에 대해서 우리가 아니면 과연 누가 기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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