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 열여덟 번째 칼럼 (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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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 로컬리티센터 | Date | 18-02-01 00:43 | Read | 753 |
본문
(2편에서 이어집니다)


살짝 웃겼던 것은 우리가 한국에서 왔고 카자흐스탄에서 공부를 하고 나서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블라디보스톡에 가고 있다는 식으로 근처에 있던 아저씨들과 이야기했었다. 그러고 나서 잠시 멍을 때리는 와중에 러시아어를 잘 못하는 나조차도 알아들을 만큼 내 주변 아저씨가 옆사람에게 ‘쟤네 한국인이래, 이르쿠츠크로 가는 중이라는데, 바이칼 보기위해서 가고 있나봐’와 같은 말이 옆에서 들리고 있었다. 그 말은 다시 또 옆사람에게 퍼지고 하는 식이었다. 그래서 차량 칸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우리가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지를 알고 있었다. 충전하러 온 사람들이 한마디씩 우리의 신상을 확인하고 가는 걸 보면 ‘여기 사람들도 정말 심심하구나’ 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모스크바 기준시각 밤 8시 혹은 이르쿠츠크 기준시각 밤 1시가 되면 객차 내부의 사람들이 모두 취침에 들어간다. 객차 내부 조명은 승무원 아주머니께서 재량으로 조정하시는데 사람들이 모두 잘 시간이며 밤에 탑승하는 사람들이 없다면 취침등까지 꺼놓으신다. 한밤중에 주요역에 도착해서 사람들이 탈 경우에는 취침등 수준으로 불을 켜놓는다.
4일차가 되었다. 오늘 저녁에 드디어 이르쿠츠크에 도착한다. 머릿속에 아무 생각도 없던 차에 내려야 한다는 것은 반가운 일정이었다. 하늘은 잿빛과 하얀색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색이 계속되었다. 자작나무 숲이 계속 이어져서 지루하던 찰나에 평지가 끝없이 보이기 시작했다. 오전에 일어나서 가만히 있다가 점심시간이 되어 점심을 먹고 짐을 싸고 간단하게 세면을 했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씻고 싶고, 바이칼 호수에 가는 방법을 찾아보고 블라디보스톡에 도착했을 때 쓸 지도를 검색해야겠다.
이르쿠츠크에 도착하면 9300Km의 시베리아 횡단 노선 중에서 약 5000Km 조금 넘게 온 셈이다. 문제는 이르쿠츠크에서 블라디보스톡까지 가는데 다시 3박 4일이 걸린다는 것이다. 딱히 4인용 쿠페칸이라고 해서 더 나을 것도 없지만,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생각을 정리하고 다음 학기, 올해의 계획을 짜기에는 좋은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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