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허유중

안녕하세요~ Global-K 4기 리포터 중앙아시아학과 허유중입니다. 저번 3기 리포터에 이어서 이번 4기 리포터로 여러분을 찾아뵙게 되어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저는 앞으로 6개월 동안 카자흐스탄 교환학생으로 알마티에 머무를 예정인데요.

 

3기 때 보여드리지 못했던 다양한 주제들을 이번 4기 활동을 통해 여러분에게 선보이려 합니다. 

 

광활한 영토와 드넓은 초원이 펼쳐진 카자흐스탄.이제 다시 한 번 길을 열어보겠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Title 아홉번째 칼럼
Writer 로컬리티센터 Date 17-11-27 10:42 Read 699

본문

카자흐스탄의 수능-통합국민시험

Ұлттық бірыңғай тестілеу(ҰБ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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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에 와서 공부를 하는 도중 현지인 친구를 사귈 수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같이 놀러 다니고 밥을 먹고 이야기 하면서 우정을 쌓아가던 그때. 외국에 나와서인지 그 친구들의 학년은 알아도 나이를 전혀 알지 못한 채 함께 지내다가 나중에 알게 되면 놀라운 점이 하나 있다. 분명히 남자 대학생이나 여자 대학생이나 학년은 나랑 같은데, 그들의 나이가 2~3살정도 나보다 어리다는 것이다. 여자는 그럴 수 있다지만, 남자는 군대도 갔다 왔다고 하면 동갑이나 1살정도 차이인데 왜 어느 정도의 나이차이가 있는 건지 의문이 들었었다. 그것이 교환학생 저번학기 중순에 들었던 생각이었다.

 

이번 달 수능을 맞아 여기 카자흐스탄에서도 수능 특집을 하고 싶었으나아쉽게도 여기는 수능이 이미 진행되었다. 봄 학기제를(3월에 1학기를 시작하는 제도)실시하는 한국의 경우에는 수학능력시험 이후의 입시 일정을 고려해서 11월에 치는데, 카자흐스탄과 다른 서구 국가들이 시행하는 가을 학기제의(9월에 1학기를 시작하는 제도) 경우엔 수능 시험을 6월 초부터 중순까지 본다. 카자흐스탄 역시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있다.

 

러시아어로, Единое национальное тестирование(EHT). 단일 국민 시험(테스트)이다카자흐어 명칭은 Ұлттық бірыңғай тестілеу(ҰБТ)라고도 부르기도 한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점수에 따라 어느 대학을 갈 수 있는지 결정된다. 총 점수는 125점이며 과목당 25점 만점 25문제, 즉 한 문제당 1점이라고 현지 친구가 알려주었다. 한국의 경우 언어, 수리, 외국어 영역 각 100점씩 총 300점 만점에 사회탐구나 과학탐구 선택 2과목으로 총점 400점 만점이지만 여기는 총점이 125점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다. 문제당 배점이 차이가 있지만 최대한 많이 맞추어야 하고 최소한 적게 틀려야 한다는 것은 변함없기 때문이다. 전체 5과목 중 카자흐어, 러시아어, 수학, 카자흐스탄 역사는 필수과목이다. 카자흐어가 언어영역에, 수학은 그대로 수리영역에, 러시아어가 비록 공통어지만 외국어 영역에 해당되며, 우리나라 역시 한국사가 필수과목이듯이, 카자흐스탄도 자국의 역사과목을 필수로 시험을 봐야 한다. 그 밖에 추가적으로, 자신이 선택한 전공과목에 따라 세계사영어생물지리물리화학문학 2외국어들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 수험시간은 총 210분으로 당연히 필수과목에 시간이 가장 많이 할당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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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 대입 시험 요약도>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지는 최저점수도 존재한다. 다시 말해 한국과는 다르게 하한선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점수 밑으로 떨어지면 대학에 입학 지원서도 못 낸다고 하니 실제로 받게 된다면, 무슨 생각이 들까 싶다. 이 최저점수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매년 상승해왔다고 친구가 알려주었다. 5~6년전에는 최저점수가 40점대였는데, 현재는 60점대가 넘어야 대학에 입학 지원서를 낼 수 있다고 한다. 공부를 잘 안하는 친구라도 대학에 가고 싶다면 이 최저점수 이상은 성적을 받을 수 있도록 열심히 하는 편이라고 한다. 시험문제가 어떻게 나오는지 보고싶었는데 아쉽게도 전체 문제지를 구하지 못했다. 문제지가 인터넷이나 오프라인에 나와있는데, 오프라인은 NCT(National Center Test)지점에서 연습문제지를 구해서 공부 할 수 있다. 인터넷의 경우에는 카자흐스탄의 국가모의평가원에 해당하는 곳에 금액을 지불하고 일체의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으로(적어도 필자가 사이트에서 해석한 것으로는) 되어있어서 받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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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 평가원 홈페이지 메인. 수능 시험을 출제하는 기관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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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원장과 그 산하 기관 및 기관장들의 도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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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인터넷으로 자신의 수능시험 성적을 확인 할 수 있다. 개인 코드와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되는데 코드와 비밀번호는 수능 응시 접수를 마치고 응시료를 지불하면 개인 코드가 주어진다.>

 

고사장에는 적어도 4개 감시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으며 보통 고사장이 있는 대학교의 교수 1명과 대학생 2명이 시험감독관을 맡는다. 입실 전에 금속탐지기를 통한 수색을 받는다. 고사장은 우리의 경우 타 고등학교로 옮겨서 시험을 치는데, 카자흐스탄의 경우에는 대학교 건물이나 체육관 같은 곳에서 시험을 치룬다고 한다. 현지 친구에게 여기도 재수하는 친구들이 많은가에 대해서 물었는데 답변은 제각각이었다. 재수를 굳이 해야 할 필요가 없어서 자신을 포함한 주변 친구들은 점수에 맞게 원하는 전공으로 대학을 갔다는 대답이 있었다. 반대로 자신도 재수를 했고 다른 친구들 몇몇도 재수를 했다고 한다. (여기서는 재수라는 말보다는 유급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한국만큼 재수생이 많지는 않지만 비율은 비슷할 것으로 생각된다. 여기 카자흐스탄 한해 수능 응시 인원은 8만명이 고작이다. 재수 비율은 매년 늘어가는 추세라고 한다. 대학진학률이 계속 높아지고 있고,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교육열도 올라갔기 때문에 더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이전에는 없었던 아카데미(한국으로 따지면 학원)도 속속 생기는 것을 보면, 공교육보다 사교육이 활성화되는 시대가 카자흐스탄에도 오지 않을까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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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으로 우편 혹은 직접 수취하게 되는 개인 성적표의 샘플이다. 각 과목마다 점수가 표기가 되어있으며 한국과는 다르게 백분위나 표준편차가 표기되지 않는다. >


6~7세에 카자흐스탄 슈꾤라-멕텝(학교)에서 11년 학제로 교육을 받으면, 대학에 입학할 자격이 주어진다. 이 카자흐어로 멕텝(학교)이라는 곳에서 초중고 11년의 교육을 받으면 만 17~18, 한국나이로 18~19살이 되는데, 그 다음이 좀 복잡하다. 크게 두 줄기로 설명하겠다. 첫번째는, 꼴레쥬(전문 기술 학교-한국으로 치면, 전문대)로 가서 2~4년 교육을 받고 난 후 취직을 하거나 원할 경우 4년제 대학에 진학하는 방법이 하나 있다. 두 번째는 바로 수능시험을 보고 대학에 가는 방법이 있다. 현지 친구들을 보면 나이가 들쑥날쑥하게 대학에 들어와서 지금 2~4학년인 친구들이 있다. 예를 들면, 16세에 학교를 들어오는 경우도 있고 만 17, 18세 등 다양하다. 카자흐스탄은 빠른 년생 제도가 없지만 월반제도가 있기 때문에 월반을 하고 시험을 볼 학년이 되어서 시험을 친 후에 대학에 일찍 들어온 친구들도 있다.

 

카자흐스탄 수능 시험을 치고 나면, 그 해 말 1231일까지 성적이 유효하다. 그러니 성적이 발표된 직후에 대학 입학을 위해 서류와 면접을 준비해야 하며 입학이 확정되면 초중고 학생, 대학생 모두 9월 초에 입학을 하게 된다. 여기 현지 학생들은 그때부터 대학생 생활을 시작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대학에 꼭 진학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앞서 언급한 꼴레쥐(직업 전문 학교)에서 기술 교육을 수료하고 인턴을 하면서 취업을 하면 되기 때문에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고 한다. 소위 자 들어간 직업을 카자흐스탄에서도 높게 치지만 그것을 위해 아둥바둥 기를 쓰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없다. 국민 정서라고 해야할지 아니면 공산주의 소련의 영향이었던 것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자신이 원하는 혹은 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알아가고자 열심히 노력한다는 것이다.

 

11월의 수능을 맞아, 카자흐스탄의 수능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그 이전까지는 이런 광활한 영토를 가진 비교적 인구밀도가 낮은 곳에서 수능을 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제대로 지켜질까?’ 하는 의문이 들었었다. (실제로 수능 시험 당일에 부정행위자가 많다는 것도 놀랍지 않다. 수능 응시자 중 3분의 1이 부정행위로 적발된 적이 있다고 한 것은 경악이었지만 말이다.) 그 전까지는 옛날 대학 본고사와 같이 진학하려는 대학에 가서 시험을 봐야 하는 줄로만 알았는데, 한국의 평가원처럼 카자흐스탄 중앙 출제원이 있다는 사실도 흥미로웠다. 누구에게나 인생의 중요한 시험은 꼭 있다. 그러나 그게 결코 수능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수능을 망쳤다고 해서, 수능을 기대 이상으로 잘 봤다고 해서 너무 슬퍼하지도 너무 좋아하기도 아직 이르다. 나는 어느 책에서 본 너 자신의 인생 최악의 순간과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 라는 글귀를 본 이후 조금은 초연하게, 희망적인 생각과 자세를 갖게 된 것 같다. 20대이든 40대이든 60대이든 간에 삶이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듯, 비단 이번 수능 응시자들뿐만 아니라 이 글을 읽고 있는 모두에게도, 글을 쓰고 있는 내게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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