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임하은

안녕하세요~ 저는 우즈베키스탄의 소식을 생생하게 전달할 글로벌 K-네트워크 리포터 임하은입니다.

여러분은 우즈베키스탄이라는 말을 들으면 무엇을 떠올리시나요? 생소한 이름 탓에 아무것도 연상이 안 되셨나요? 멀게만 느껴지는 우즈베키스탄은 사실 언어·문화적 측면에서 한국과 유사점이 참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알수록 고국처럼 느껴지는 우즈베키스탄의 매력을 여러분께 알려드리겠습니다.​ 

Title 아홉번째 칼럼
Writer 로컬리티센터 Date 17-11-24 10:11 Read 458

본문

아홉 번째 칼럼: 한국어와 우즈베크어의 유사성

 

안녕하세요~ 글로벌 K-네트워크 리포터 임하은입니다.

 

지난주, 한국은 지진으로 불안에 떨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국가의 중요한 시험 중 하나인 수능이 연기될 정도라고 하니 그 심각성이 제게까지 느껴지는 것 같았어요. 갑작스러운 지진으로 인해 한국에 계신 모든 분의 안위가 걱정되는 나날이네요. 우즈베키스탄에 온 지 세 달이 다 되어가지만, 아무래도 마음은 한국에 두고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답니다. 가장 불안에 떨고 있을 수험생 여러분~ 아무쪼록 수능 잘 치르시길 바라요!

우즈베키스탄도 지진이 잦은 편이라 제가 온 이후에도 낮은 진도의 지진이 종종 있었는데요, 문득 지진을 뜻하는 우즈베크어 zilzila[질질라]의 발음이 한국어와 비슷하다는 것이 떠오르자, 제게 흥미롭게 느껴졌던 한국어와 우즈베크어의 비슷한 문법을 여러분께 알려드리고 싶어졌어요.

 

저의 아홉 번째 칼럼 주제는 한국어와 우즈베크어의 유사성입니다. 작년 3, 생소하기만 했던 우즈베크어에 금세 재미를 느끼게 된 건 우즈베크어를 배우는 과정에서 느꼈던 익숙함 덕분인데요, 두 언어가 얼마나 비슷한지 알게 되신다면 더욱 쉽게 우즈베크어에 입문할 수 있을 것 같아 칼럼 주제로 선정했습니다.

  

우즈베크어를 쉽게 익힐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라틴문자를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우즈베키스탄이 소련에 속해있을 당시엔 러시아어를 사용했기 때문에 우즈베크어를 모르는 자국민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독립 이후 이슬람 카리모프 대통령은 우즈베크어를 공식 언어로 지정했고 그 후 1993년 문자개혁을 통해 라틴문자를 상용화시켰습니다.

영어와 라틴 우즈베크어의 철자는 거의 비슷하고 각 문자의 발음 또한 유사하여 의무 교육을 통해 영어를 오래 배운 한국인은 쉽게 Alifbo(우즈베크어 알파벳)를 익힐 수 있습니다.

 

한국어와 우즈베크어의 첫 번째 유사점은 똑같은 문장 구조입니다. 한국어의 기본 문장 구조와 우즈베크어의 문장 구조는 주어+목적어+서술어 순으로 똑같습니다. 예를 들어, 나는 포도를 먹는다=Men(나는) uzumni(포도를) yeyman(먹는다), 그는 책을 읽는다=U(그는) Kitobni(책을) o'qiydi(읽는다)와 같이 문장 구조가 똑같아 오랫동안 배워도 어렵게 느껴지는 영어와 달리 우즈베크어는 단어만 안다면 쉽게 작문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유사점은 여러 동사를 서술하는 방법입니다. 한국어에서 여러 가지 동사를 한 문장에 쓸 때 ‘~하고형태를 사용하는데 우즈베크어에도 이와 같은 동사 어간+(i)b’ 형태가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나는 밥을 먹 학교에 갔다=Men ovqatlanib univeraitetga bordim으로 표현하며 그리고를 뜻하는 접속사 Va보다는 동사 어간+(i)b 형태를 자주 사용합니다. (어간이 자음으로 끝날 경우 ib, 모음으로 끝날 경우 b의 형태로 사용됩니다.)

 

세 번째 유사점은 동사원형 변형 방식입니다. 한국어는 ‘-형태인 동사원형에서 어간을 활용하여 다양한 시제와 상황을 표현하는데 이 방식은 우즈베크어에서도 같습니다. 우즈베크어의 동사원형은 ‘-moq'형태인데 예를 들어, 듣다라는 Eshitmoq의 어간 eshit를 활용하여 eshitib=듣고, eshitish=듣기, eshitgan=듣던, eshitayotgan=듣고 있는 등으로 표현합니다.

 

네 번째 유사점은 보조동사의 사용입니다. 한국어에서 어떤 일을 한 번 시도할 때 ‘~해보다'라고 하는데 같은 표현인 어간+(i)b ko'rmoq'이 우즈베크어에도 존재합니다. ko'rmoq의 본래 뜻은 보다지만, 보조동사로 사용될 경우 본래 의미는 사라지고 어떤 일을 시도 또는 경험 해보다라는 뜻을 갖게 되는데, 이는 두 언어에서 동일하게 나타납니다. 이 문법은 프랑스에 가 보세요=fransiyaga borib ko'ring, 너 김치를 먹어봤니?=siz kimchini yeb ko'rganmisiz? 와 같이 사용됩니다.

 

문법뿐만 아니라 의미가 비슷한 속담도 많습니다. Bir o'q bilan ikki quyonni urdi-하나의 화살로 두 마리의 토끼를 죽인다, Etti o'lchab bir kes-일곱 번 재고 한 번 잘라라, Qars ikki qoldan chiqadi-박수는 두 손으로부터 나온다(=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 등이 그 예 입니다.

  

외국어는 한 나라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민족 정체성을 담고 있다고 생각해온 저는 한국어와 우즈베크어의 유사성이 비단 학습의 용이성을 의미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공부할수록 비슷한 점이 많은 두 언어가 하나의 줄기에서 뻗어 나왔을 수도 있다고 느껴져 더욱 이 나라에 친밀감과 애정을 갖게 된 것 같아요. 요즘 한국에서는 외국어를 하나의 스펙으로만 여겨 언어의 수요가 많은지, 해당 언어를 사용하는 국가의 발전 가능성이 어느 정도 인지만으로 가치를 판단하는 세태가 만연한데요, 소수어를 공부하는 저로서는 효용성이 아닌 각 언어의 매력을 느끼는 사람이 늘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드네요. 그런 의미에서 어떤 언어보다 쉽게 배울 수 있는 우즈베크어에 관심을 가져보시는 건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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