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임하은

안녕하세요~ 저는 우즈베키스탄의 소식을 생생하게 전달할 글로벌 K-네트워크 리포터 임하은입니다.

여러분은 우즈베키스탄이라는 말을 들으면 무엇을 떠올리시나요? 생소한 이름 탓에 아무것도 연상이 안 되셨나요? 멀게만 느껴지는 우즈베키스탄은 사실 언어·문화적 측면에서 한국과 유사점이 참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알수록 고국처럼 느껴지는 우즈베키스탄의 매력을 여러분께 알려드리겠습니다.​ 

Title 열번째 칼럼
Writer 로컬리티센터 Date 17-11-27 11:43 Read 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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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글로벌 K-네트워크 리포터 임하은입니다.


펑펑 내리는 눈이 겨울을 알리기 시작했네요. 우즈베키스탄에도 눈이 내리길 손꼽아 기다렸지만, 영상 10도를 웃도는 날씨를 보니 아직 먼 것 같아요. 지금처럼 눈이 오던 올해 1, 저는 로컬리티 윈터스쿨을 통해 한 우즈베크인 친구를 만났어요. 제가 우즈베키스탄에 온 뒤 다시 만나기를 기약했던 친구가 떠올랐지만, 쉽게 연락이 닿지 않았어요. 그러다 며칠 전 우연히 연락이 닿아 그 친구를 만나게 되었는데, 8월에 결혼식을 올렸다는 놀라운 소식을 전했어요. 이후 익히 들어왔던 우즈베키스탄의 재미있는 결혼 문화가 떠올랐고 여러분께 알려드리고 싶어졌어요.


저의 열 번째 칼럼 주제는 우즈베키스탄의 결혼 문화입니다. 제가 우즈베키스탄에 와서 많이 들었던 말 중 하나는 너 결혼 했니?’ 또는 남편 있니?’ 였습니다. 초면인 사람에게 남자친구도 아닌 남편이 있냐는 말을 듣는 것이 왠지 불쾌했지만, 알고 보니 이는 일상적인 대화의 일부였습니다. 이후 불쾌함을 문화로 수용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내용을 칼럼으로 작성해보았습니다.


우즈베키스탄의 결혼 적령기는 보통 여성 19~22, 남성 21~24세로 한국에 비해 빠른 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학에 입학할 때쯤 결혼하여 아이를 낳은 뒤에 학업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아 임신한 채 학교에 다니는 학생도 종종 볼 수 있었습니다.

결혼의 95%는 중매로 이루어지는데 그 방식은 다소 독특합니다. 아들이 있는 집의 어머니와 이모 또는 중매인이 마을을 돌아다니며 아가씨가 살고 있다는 집을 찾아가 문을 두드립니다. 집에 들어가면 '어느 지역 출신, 어떤 직업을 가진 아들이 있다는 식의 신상 공개를 하고 이 집의 아가씨를 보고 싶다고 이야기합니다. 딸의 어머니는 상대방이 마음에 들 경우 딸이 손님들에게 차를 건네고 돌아가도록 합니다. 그 찰나에 중매인은 아가씨를 살피는데, 마음에 들 경우 적극적인 주선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다시 연락하겠다는 말을 한 뒤 돌아갑니다. 5%의 경우는 연애가 결혼으로 발전하는 것인데, 이 경우에도 형식상의 중매 절차를 거칩니다. 왜냐하면, 여자가 남자를 만나 연애한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나쁘게 인식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즈베크 여성에게 애인이 있냐고 묻는 것은 큰 실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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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베키스탄에도 혼인신고가 존재하는데 이를 Zaks라고 부릅니다. 한국과 달리 zaks는 결혼식 전에 해야 하므로 신랑이 신부를 결혼식장으로 데려가기 전에 이루어집니다. 이 과정에서 신랑 신부는 혼인 관계를 인정한다는 서명을 하고 반지를 낀 뒤 비로소 부부가 됩니다. 지금은 zaks와 결혼식을 하루에 다하지만, 과거에는 결혼식 전날 Zaks를 했습니다.


과거에는 결혼식을 알리는 과정에서 재미있는 광경이 펼쳐지기도 했습니다. 결혼식이 동네잔치처럼 여겨지던 당시, 차를 타고 달리며 언제 어디서 누가 결혼하는지를 소리쳐서 알렸기 때문에 당사자와 친분이 없는 사람도 참석하여 함께 축하해주었습니다. 현재까지 이러한 풍습이 남아있지는 않지만, 우연히 모르는 사람이 결혼식에 올 경우 친절하게 대접해준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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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결혼식의 모습은 예전과 크게 바뀌지 않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전통 결혼식 복장은 현대식 드레스와 턱시도로, 결혼식장은 야외나 전통가옥인 Hovli에서 레스토랑으로 바뀌었습니다.

가무(歌舞) 매우 좋아하는 우즈베크인들의 결혼식에서 춤과 노래는 빠질 수 없는 요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중요하게 준비하는 것은 유명한 사회자와 악단, 춤추는 사람입니다. 부유한 사람일수록 유명 인사를 결혼식에 초대하여 축제 분위기를 띄우는 것에 신경 쓴다고 합니다.


한국의 폐백과 같이 결혼 후에 이루어지는 예식은 없지만, 식이 끝나면 신랑 가족과 신부의 몇몇 가족이 신랑 집에 갑니다. 결혼 후 신부는 신랑 집에 가서 살게 되는데 40일 동안 전통 의상을 입어야 하며 집에 찾아오는 모든 신랑의 친척과 이웃에게 쉼 없이 인사해야 합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결혼을 중요시하는 이유는 안정적인 가정을 만드는 것을 중요한 가치로 여길 뿐만 아니라 남자는 자신의 상속자가 있어야 하고 그 상속자는 가문을 이어가야 한다는 의무를 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대부분 이른 시기에 결혼하며 나이가 들어서도 미혼인 여자는 암묵적인 문제가 있는 것으로 여겨질 정도라고 합니다.

 

비혼(非婚)이 확산되어 하나의 현상으로 자리 잡은 한국에선 누군가에게 결혼 계획에 관해 묻는 것이 실례인데, 이곳에서 처음 보는 택시 아저씨들께 결혼을 강요받으니 기분이 매우 불쾌했던 적이 종종 있어요. 하지만, 현지인의 사고방식으로 문화를 수용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그런 말도 가볍게 웃어넘길 수 있게 되었답니다. 이슬람이 국가 종교인 우즈베키스탄의 특성상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가치관이 지배적이지만 이 또한 제가 현지에서 공부해야 할 것의 일부라고 생각해요. 혹시 우즈베키스탄에 오시게 된다면 외국인을 향한 과도한 관심이 불편하게 느껴지더라도 이곳의 환영 방식으로 이해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말을 전하며 열 번째 칼럼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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