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양경주

안녕하세요!

글로벌K 리포터 4기로 활동하게 된 중앙아시아학과 양경주입니다. 

저는 우즈베키스탄에서의 교환학생 기간 동안 Global-K Network를 통해 현지 이야기들을 나누려고 합니다! 

한 달에 두 번씩 한번은 우즈베키스탄 현지에서 이슈가 되는 이야기와 관련된 정보들을, 다른 한번은 우즈벡에서의 교환학생 생활을 담은 리포트를 작성할 것입니다!​

Title 세번째 칼럼
Writer 로컬리티센터 Date 17-09-18 14:16 Read 717

본문

우즈베키스탄과 러시아: 우즈베크어-키릴문자 / 우즈벡어-러시아어


안녕하세요!

 

이제 우즈베키스탄도 아침저녁으로는 기온이 많이 떨어져 쌀쌀한 날씨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여전히 한낮에는 30도가량 온도가 올라가지만 가을이 되어가고 있는 느낌입니다.

 

제가 우즈베키스탄에 온지는 이제 거의 3주가 다 되어 가는데요. 그 기간 동안 타슈켄트에 머물며 러시아어와 키릴문자는 필수라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고 있습니다. 저희 학과인 중앙아시아학과에 입학해 우즈베크어를 선택해 공부하게 되면 우즈베키스탄의 새 알파벳인 라틴어로 수업을 듣게 됩니다. 그 이유는 우즈베키스탄이 1993년 라틴문자로의 문자개혁을 논의해 1994년부터 라틴문자로 교육하고 보급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저희 학과에서 우즈베크어만 공부하게 된다면 키릴문자를 배울 수 있는 기회는 드물게 됩니다. 하지만 막상 우즈베키스탄에 와보게 되면 라틴어로의 문자개혁에도 불구하고 키릴어로 적힌 우즈베크어들을 많이 발견하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수도인 타슈켄트 내에서 종종 식당이나 가게에서 우즈베크어만으로 소통하기가 힘든 경우도 많았습니다. 라틴어로 적힌 우즈베크어 메뉴판이 존재하는 식당들도 있지만 키릴어로 된 우즈베크어 메뉴판이거나 러시아어로 된 메뉴판만 있는 곳들이 더 많이 존재했습니다. 심지어는 우즈베크어를 한마디도 할 수 없는 종업원들만 고용된 레스토랑도 있었고 따라서 생활 속에서 소통을 위한 러시아어는 필수라고 느껴졌습니다.

 

이러한 저의 경험을 토대로 이번 칼럼에서는 또 다른 소비에트 공화국의 영향인 러시아어키릴문자를 위주로 제가 보고 느낀 우즈베키스탄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우즈베키스탄의 공식 언어는 현재 우즈베크어이며 공식 문자는 라틴문자입니다. 그러나 우즈베키스탄 현지에 와보면 키릴문자와 라틴문자가 혼용되고 있으며 러시아어 또한 우즈베크어만큼 공용어로 쓰인다고 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실제로 우즈베키스탄에서 사용되고 있는 문자는 러시아어, 라틴문자로 쓰인 우즈베크어, 키릴문자로 쓰인 우즈베크어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의 배경을 이해하려면 우즈베키스탄과 중앙아시아의 과거 역사를 다시 한 번 이해해야 합니다.

 

과거 중앙아시아지역은 유목민족들로 고유의 문자 표기체계 없이 음성언어만을 사용했습니다. 19세기까지 이슬람교를 중심으로 아랍문자를 수용해 문학작품을 쓰고 역사를 기록해왔습니다. 1917년 소련의 등장과 함께 유연한 민족정책을 펼친 레닌으로 인해 20세기에는 라틴문자를 도입해 문자를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스탈린의 집권은 소련화정책(러시아화)과 함께 러시아어의 지위가 높아졌고 라틴문자를 사용해 표기하던 자국의 언어들을 1940여년경 키릴문자로 바꾸어 표기하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이시기에 러시아어와 중앙아시아의 민족어들이 섞여 사용되는 이중언어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여러 민족들 사이의 소통의 도구로 사용되었습니다.

 

그러나 우즈베키스탄의 독립 전부터 19896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우즈베키스탄의 언어관련 법을 통해 우즈베크어가 공식어로 규정되기도 했으나 큰 의미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1991년 우즈베키스탄의 독립과 점차적인 민족주의 성향의 정책들로 러시아어의 지위는 낮아지게 되었고 민족 언어인 우즈벡어를 공용어로 선택하며 민족국가를 건설하는데 활용했습니다. 또한 소비에트 공화국 당시 키릴문자로 표기하던 우즈베크어를 라틴문자로 표기하려는 라틴문자개혁을 1993년 발표함으로써 1994년부터 학교에서 라틴문자로 교육하고 국민들에게 보급하기 시작했습니다. 2005년까지의 완벽한 문자개혁을 계획했지만 2017년인 현재도 여전히 우즈베키스탄에서는 키릴문자와 라틴문자의 혼용이 존재하며 러시아어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과거는 우즈베키스탄의 라틴문자로의 문자개혁과 우즈베키스탄의 공식 언어가 우즈베크어로 자리 잡는데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여전히 우즈베키스탄 내에서 러시아어는 공용어이자 다른 민족들 간의 소통언어로 인식되고 있으며 우즈베크어를 모르는 러시아인들, 고려인, 소수민족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러시아어와 키릴문자는 필수적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우즈베키스탄에서 약 3주간 제가 생활하며 정보들을 얻기 위해 우즈베키스탄 홈페이지에 들어가도 키릴문자로 적힌 우즈베크어나 러시아어로 적힌 경우가 많았고 라틴문자로 적힌 우즈베크어를 발견하는 경우는 적었습니다. 택시를 타거나 가게에 들어가도 먼저 우즈베크어를 사용하지 않는 이상 상당수가 러시아어로 외국인이 제게 말을 꺼내곤 했습니다.

 

또한 한 연구를 살펴보면 우즈베키스탄의 신문은 우즈베크어보다 러시아어로 발간되는 신문이 더 많고 동일한 신문이 우즈베크어와 러시아어로 발간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또한 우즈베크어 신문은 라틴문자와 키릴문자가 혼용돼서 발간된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으며 문자개혁에 대한 깊은 고민 또한 없지 않은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실제로 외국인을 만나면 우즈베크어를 사용하기보다는 러시아어를 먼저 사용하며 러시아어와 우즈베크어를 병행해서 표기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또한 많은 문서들과 간판, 광고, 메뉴들 속에 키릴 문자로 적힌 우즈베크어나 러시아어를 발견하는 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이러한 상황은 라틴문자를 모르거나 아예 우즈베크어를 모르는 경우 러시아어를 통해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만들어 우즈베크어 습득의 필요성과 국가 공용어로써의 위상을 떨어뜨리는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라틴문자로의 개혁이 그다지 성공적이지 않았으며 우즈베크어만이 이 나라의 공용어가 아닌 모습을 발견하며 저는 우즈베키스탄의 언어정책이 확실해져야한다고 강하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우즈베키스탄 내의 소수민족들은 우즈베크어에 대한 깊이 관심이 없습니다. 공용어인 우즈베크어를 모르면 불이익이 존재하지만 정부 공공기관의 임금이 더 낮아 오히려 제2외국어를 배워 다른 직장을 구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우즈베키스탄 내 소수민족들에게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고학력자들에게도 존재한다고 보입니다. 소위 엘리트들은 공공적인 장소에서 우즈베크어를 사용하기 보다는 러시아어를 더 사용하며 학생들도 우즈베크어를 배우지만 러시아어를 공용어 이상으로 여기는 사회의 분위기 속에 세계 공용어인 영어보다는 러시아어 공부에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이런 배경과 함께 러시아어를 배우는 우즈베크인들에게 키릴문자로 표기된 우즈베크어는 큰 불편함이 없으며 라틴문자로 표기되어 있던 키릴문자로 표기되어 있던 큰 관심을 두지 않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러시아어를 배우며 키릴문자를 습득하기 때문에 불편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반면, 한편으로는 우즈베크어를 라틴어로 표기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드리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세계 공용어인 영어를 조금 더 쉽게 배울 수 있다는 장점을 보는 경우입니다. 실제로 제가 공부하고 있는 대학에 우즈베크어 교수님은 라틴문자로 우즈베크어 표기법이 바뀌게 되며 영어를 조금씩 공부하기 시작했다며 긍정적으로 바라보셨습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확실한 언어정책과 문자개혁이 아니었다는 것을 느낄 수밖에 없는 현지입니다. 한 나라의 언어 표기가 바뀐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단순한 정책이 아니라 국가의 문화, 경제, 국제적인 관계 등의 많은 변화들을 감수하고 결정해야하는 문제입니다. 위와 같은 것들을 고려해 볼 때 민족국가 건설, 민족주의적인 성향을 보였던 우즈베키스탄 내의 키릴문자와 러시아어의 사용은 여전히 러시아의 영향이 강하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러시아의 영향이 강하지만 공용어인 우즈베크어의 위상을 살릴 필요가 다분하다고 생각됩니다. 러시아어를 더 공용어로 여기는 현상들과 많은 신조어들을 러시아어에서 차용해 온 모습을 보면 러시아에 대한 의존도가 높으며 국가의 노력이 너무 적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미 라틴문자로 개혁한 만큼 독자적인 언어의 현대화와 발전을 위한 국가적인 노력과 관심이 필요하지 않은가 합니다.

 

세계화 시대에 모국어가 아닌 또 다른 언어를 교육하고 유창하게 구사하는 것은 긍정적인 부분이지만 러시아어가 국가언어보다 더 높은 위치에 있는 우즈베키스탄은 확실한 국어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언어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과 국가의 상황들을 고려해 더 발전되고 독자적인 우즈베키스탄이 되길 희망해봅니다.

 

 

[참고문헌]

 

그린별-낯선 키르기즈의 한국어 선생님 https://brunch.co.kr/@greenbyeol/59

 

김혁. 실증적 분석을 통한 중앙아시아 언어지위의 재구성 연구: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을 중심으로

 

정경택. 2012. 소수민족에 대한 소련의 언어정책

 

성동기. 2007. 우즈벡어에 존재하는 러시아어 영향의 사회언어학적 분석,러시아어문학연구논집, 24. 445-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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