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 일곱번째 칼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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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 로컬리티센터 | Date | 17-07-10 16:41 | Read | 556 |
본문
< 일곱 번째 칼럼 - Petites vacances en Normandie ② >
Bonjour à tous :)
안녕하십니까 글로벌 리포터 3기 프랑스 파리에서 수학 중인 교환학생 조한아입니다.
저번 칼럼에 이어서 친구와 함께 떠난 노르망디로의 짧은 휴가, 마저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지베르니에 이어 이번 코스는 Chàteau de Gaillard 입니다.
이 성은 Les Andelys 라는 작은 마을의 절벽에 세워진 성입니다. 차를 타고 꼬불꼬불 언덕을 올라 절벽 꼭대기에 도착하니 바람이 정말 시원했고, 절벽에서 바라보는 쎈 강과 Gaillard 성의 경치는, 사진으로 담아지지 않을 만큼 속이 뻥 뚫리게 아름다웠습니다. 그동안 높은 곳에서 경치를 여러 번 봐왔지만 모두 도심 속의 경치를 봐온 것이라면, 이 곳은 그냥 자연 그 자체, 그 속에 우뚝 서 있는 폐허가 된 성의 모습은, 조금 무서운 느낌이 들 정도로 아름다웠다고 표현할 수 있겠네요.
이 성은 전쟁사를 품고 있는 성입니다. 영국이 노르망디를 비롯해 프랑스 땅 일부를 차지하고 있을 때, 영국의 사자왕이라고 불리는 Richard 왕이 이 곳에 요새 역할을 하도록 Gaillard 성을 세웠는데요, 난공불락의 성이라고 일컬어 질 만큼 견고했지만 결국 프랑스 왕에게 의해 무너지고 지금은 폐허로 남아 있는 상태라고 합니다.
이 언덕에 서있으면 발 밑으로 흐르는 쎈 강과, 그 위로 성벽이 부서진 채 폐허가 된 성의 모습이 보이는데, 그 장엄함을 사진으로는 도저히 담아내기가 힘들어서 아쉬움이 컸습니다.
<폐허가 되기 전 성의 모습>(출처:구글image)
위 그림의 폐허가 되기 전의 성을 바라보는 시점이 제가 언덕 위에서 찍은 사진의 시점과 같은데, 전쟁 전 후의 모습이 비교가 되시나요?
친구와 저는 등산로처럼 나 있는 길을 따라 성곽 가까이로 가 보기로 하였습니다.
<성 벽 안에서 찍은 경치>
성벽은 부서진 모습 그대로 보존이 되어 있었습니다. 부서진 성벽 틈으로 아까 서서 이 곳을 바라보았었던 언덕이 푸르게 보였습니다. 친구와 사진을 찍으며, 이야기도 하면서 햇빛을 즐기다보니 이렇게 아름답고 평화로운 곳이 한 때는 전쟁의 피로 물들었던 곳이라는 생각에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저녁식사 시간에 맞춰 집으로 돌아가니 할머니께서는 이미 식사 준비를 하시고 계셨습니다. 오늘 소풍이 마음에 들었냐며 따뜻하게 물어봐 주시던 할머니의 목소리가 그립네요.
<저녁식사 시간>
오늘의 저녁은 Coquillette! Coquillette는 마카로니처럼 생긴 파스타의 한 종류인데요. 할머니 방식으로 coquillette를 삶아서 그 위에 치즈를 녹여 햄을 곁들여 먹었는데, 요리 방법은 취향에 맞게 다양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와인을 곁들여 저녁식사를 마치고, 식탁 정리까지 하고나니 어느새 저녁이 되었습니다.
<Scrabble 게임!>
남은 저녁시간은 Scrabble 게임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Cécile이네 가족들이 할머니 할아버지네 집을 방문할 때면 다 같이 모여앉아 저녁마다 하는 게임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인지 친구는 익숙한 듯이 게임 준비물들을 챙겨 나와서 준비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점수를 적는 노트에 친구의 가족 이름들이 빼곡히 적혀있는 걸 보아하니, 한 두 번 한 솜씨들은 아닌 것 같아 보였습니다.
이 게임은 일종의 단어게임인데요, 저기 보이는 책은 scrabble 게임 전용 단어사전입니다.
알파벳 조각들을 가지고 저 판위에서 가로, 세로 모두 단어가 되도록 만들어야 하는데요, 듣기엔 쉬워보였지만, 판이 채워질수록 단어 만들기가 어려워집니다.
저는 상대적으로 알고 있는 단어의 양이 적기 때문에, 아무 제약이 없는 새로운 공간에 단어들을 만듦으로써 조금씩 점수를 따 나갔습니다. 제 차례가 되어, Femme(여자)의 은어 meuf를 만들었더니, 할아버지께서 굉장히 크게 웃으셨던 기억이 납니다. 친구들끼리 이야기할 때 많이들 쓰길래, 아무생각 없이 만들었는데 할아버지께서 그렇게 많이 웃으실 줄은 몰라 저도 덩달아 같이 웃었던 즐거웠던 게임이었습니다. 할머니께서 가장 높은 점수로 1등을 하시며 승자가 되셨는데, 게임을 할 때마다 할머니가 늘 이기신다고 합니다!
<Scrabble을 막 시작하였을 때>
Scrabble 게임 한 판을 끝내고 나니 어느새 12시가 되었습니다. 게임판을 정리 하고 할아버지 할머니와 굿나잇 비쥬를 나누고는 친구와 2층으로 올라왔습니다. 더 재미있을 내일을 위해 노르망디에서의 첫 번째 하루를 기분 좋게 마무리 하였습니다.
다음날, 아침 8시가 되어 눈을 뜨니, 아래층에서 할머니께서는 이미 아침 준비를 하고 계셨습니다. 아침식사는 간단하게 커피 한 잔과 함께, 버터, 쨈을 곁들인 빵이었습니다. 할머니께서 프랑스 사람들은 대게 아침을 이렇게 간소하게 먹는데 한국은 어떠냐고 물어보셨습니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은 아침에도 점심, 저녁과 같은 비율로 밥을 먹는다고 하니, 할머니께서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한아는 아침을 많이 먹고 싶어 하는데 이 일을 어떻게 하냐며 할아버지께 장난을 치셨습니다. 덕분에 웃음으로 시작한 하루였습니다.
아침식사를 하면서, 할머니와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요, 할머니께서 60년 동안 일하시다 은퇴하셨던 교육 관련 공무원이 하는 일에 대한 이야기와, 한국과 프랑스의 은퇴 나이 등 아침식사자리치곤 다소 무게 있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오늘의 목적지는 Manche 해안에 있는 Dieppe라는 항구 도시! 이 곳 역시 할아버지께서 꿰고 계셨기에 할아버지만 믿고 신나게 출발할 수 있었습니다. 바닷가에서 놀다가 할아버지께서 역까지 데려다 주시면 파리로 돌아올 계획이었기 때문에 출발하기 전 할머니와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할머니께서는 아침 식사 내내 시간이 너무 빠르다며 많이 아쉬워 하셨고, 하루 사이 정이 많이 들어 저 또한 떠나는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진 않았던 기억이 납니다.
Mamie, vous me manquez déjà!
<두 번째 날 아침, 집을 떠나기가 너무 아쉬운 마음에 찍은 정문!>
하지만 아쉬운 마음도 잠시, 차를 타고 바다로 가는 길은 즐거웠습니다. 한 시간 반 정도를 달려 Manche 해안이 보이는 Dieppe에 도착하니 거대한 디에프 성을 끼고 펼쳐진 넓은 바다를 볼 수 있었습니다. 아직 바닷물이 차서 해수욕 하는 사람들이 없어 아쉬웠지만, 자갈밭에 앉아 파도치는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자갈밭, 파도, 하늘>
바다를 보면서, 근처 공원에서 점심으로 미리 준비해온 샌드위치를 먹었습니다. 바닷가 근처로 호텔들이 즐비하였지만 아직 관광객들이 많이 없는지,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고, 보이는 사람들은 거의 지역주민들로 보였습니다. 그래서 인지 여행을 왔다는 기분보다는, 할머니 댁에 놀러 와서 여유롭고 평화롭게 쉬다 가는 기분이 들어 더 좋았습니다.
갈매기가 날아 와서 음식을 던져줄 때 까지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모습을 보고 든 생각, 국경을 막론하고 갈매기들은 다 똑같나 봅니다.
그 후에, 레스토랑과 상점들이 있는 시내 쪽으로 산책을 하다가 ‘Tout va bien’ 이라는 이름이 마음에 드는 카페에서 아름다운 항구를 바라보았습니다.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기는 중>
<카페와 레스토랑 앞으로 나있는 항구모습>
항구를 따라 걸으며 바다를 보니, 해수욕을 하지 않고, 바라만 보는 여름 바다도 꽤 매력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산책을 끝내고 우리는 다시 바닷가로 돌아왔습니다.
정오가 지나자, 한적했던 바닷가 자갈밭에는 일광욕을 하러 온 사람들이 꽤 많아졌습니다. 수영복을 입고 바다로 입수한 할머니 한 분이 계셨는데 굉장히 멋진 분인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며, 우리는 바다 구경과 함께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다는 사람 구경을 하며 느긋한 오후시간을 보내기로 하였습니다. 이 바닷가는 모래가 아닌, 자갈밭이라 파도로 인해서 만들어진 특이하고 신기한 모양의 자갈들이 많았는데, 잘 찾아보면 구멍이 뻥 뚫린 자갈이나, 표면이 뜯겨나가 반짝반짝 거리는 예쁜 자갈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자갈밭을 헤집으며 예쁜 돌 찾기에 빠져있었던 친구는 그 날 찾았던 것들 중 제일 예쁘고 신기한 자갈을 주었습니다. 한국에 돌아갈 때 가져가라는 말과 함께!
마음 저 깊은 구석까지 시원하고 편안하게 만들어주었던 Manche 해안의 파도를 뒤로 한 채 한 시간 반을 달려 할아버지께서는 첫 날 마중 나오셨던 그 역에 우리를 내려주셨습니다. 기차표까지 끊어주시며 마지막 순간까지 푸근한 할아버지 역할을 해주셔서 헤어짐이 더 아쉬웠습니다. 곧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게 싫다는 제 말에, 넌 아직 어려서 분명 다시 올 일이 있을거야 라며, 곧 또 보자라고 하셨던 할아버지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파리로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1박 2일 동안의 즐거웠던 기억에 기분이 좋으면서도 한없이 아쉬운 마음이 들었던 하루였습니다.
프랑스의 첫 국내 여행이였던, 노르망디! 뭔가 여행이기 보다는 방학을 맞이하여 시골로 내려가 할머니 할아버지를 만나고 돌아오는 친근한 기분이 더 컸는데요, 이 짧은 휴가를 함께 해준 친구 Cécile과 친손녀처럼 예뻐해주시고 좋아해주셨던 Mamie, Papi 께 사랑하는 마음을 전하며 이번 칼럼을 마무리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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