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후반 제정러시아가 진출하기 시작하고 1860년대에 전 카자흐스탄 지역이 러시아경제에 편입되었습니다. 이후 러시아 차르(황제) 체제의 독단적인 정치 운영과 폭력, 세금 증가, 러시아어화 정책, 전쟁기간 중 막대한 재산 공제 및 청구 등의 이유로 1916년 민족해방운동인 대러시아 반란, 1917년 반소 폭동이 있었으나 1918.년 소련은 이 지역을 무력으로 완전 장악하고 소비에트 정부를 세웠습니다.
이렇게 소련시기에 들어와 정착생활로 변모되기 전에는 유목경제로부터 많은 것을 조달했는데요, 의복에는 동물의 가죽이나 털 등이 중요한 소재로 이용되었습니다. 카자흐의 전통의상에서 사용되는 문양, 장식 등을 보면 같은 투르크계 유목민들과 유사하고, 중앙아시아의 정착민족 집단이라고 할 수 있는 우즈벡이나 타지크보다는 전통의상의 장식과 소재의 화려함이 훨씬 덜하다고 합니다.
남녀 전통의상은 공통적으로 상의, 조끼, 가운, 가죽벨트 등으로 구성됩니다. 남성 의상은 옷 색깔이나 장식으로만 구분되었습니다.
반면 여성 의상은 신분이나 나이, 지역에 따라 차이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요, 미혼여성과 기혼여성은 머리에 쓰는 모자나 두건의 형태에서 차이가 나고, 기혼여성의 두건은 지역이나 부족에 따라 다양한 변형이 나타났습니다.
위 사진의 작은 모자는 타키야(Takiya)로 미혼여성들이 쓰고 다니는 전통모자입니다. 타키야는 반드시 밝은 직물로 만들고 자수나 산호, 돌, 진주 등으로 예쁘게 꾸몄습니다. 긴 머리를 유지하는 카자흐스탄 여성들은 주로 은으로 만들어 길게 늘어뜨린 장신구를 사용했습니다.
▲ 카자흐스탄 성인여성 지역별 전통 두건 형태
위 사진의 모자는 결혼식에서 신부가 착용하는 사우켈레(Saukele)라는 것입니다. 70센티미터 높이의 원뿔 형태인 사우켈레는 결혼식에서 신부가 의무적으로 지참해야하는 물품으로 결혼 적령기 훨씬 이전부터 미리 준비되는 것이라고 합니다. 신부는 결혼식에서 사우켈레를 쓰고, 결혼 이후에도 일정기간 이를 유지해야했는데요, 현대 카자흐스탄에서는 이처럼 화려한 사우켈레가 중요행사에서 빈번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1920년대 후반 스탈린은 강제 농촌집단화 정책(토지와 모든 생산수단을 몰수하여 공동경제체제로 이행, 유목민의 농경민화)을 실시하였습니다. 이에 반대하던 유목카자흐인들은 무참히 학살되었는데요, 무자비한 러시아인들의 탄압과 함께 31~33년에 발생한 대기근과 자연재해까지 겹쳐 카자흐인구의 42%에 이르는 175만 명이 희생되거나 국외로 도주하였습니다. 카자흐인들은 이때의 ‘대재난’을 18세기 초의 준가르의 침입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또한 스탈린에 의해 많은 카자흐 작가, 시인, 사학자, 철학자, 정치가 등이 카자흐 정체성 말살 정책의 일환으로 학살당했고 1930년대부터 소비에트 연방의 다른 지역으로부터 수백만의 추방 자들이 시베리아와 카자흐스탄으로 강제 이송되었습니다.
제2차 세계 대전 동안 카자흐스탄은 다섯 개의 부대를 소비에트 연방의 일원으로 보냈는데요, 당시 130만 명이 전쟁터에 보내졌으며 그 중 40만 명 이상 사망하였다고 합니다. 여성들도 자의적으로 전쟁에 참여하고 학교에서도 군사훈련을 실시했다고 합니다.
1947년에는 세미팔라틴스크(현재의 세메이)에 소련의 핵실험장이 개설되었습니다.
1953년 스탈린의 뒤를 이은 흐루시초프는 ‘처녀지 개간’이라는 농업개혁을 주창하였습니다. 이는 카자흐스탄의 목초지를 농지로 전환하는 것인데요, 해마다 수학기가 되면 대규모의 기계와 수많은 노동자들이 다른 소련지역으로부터 이주했습니다. 80여만 명의 러시아인들이 카자흐스탄으로 이주해와 인구구성비가 러시아인이 43%인데 반해 카자흐인은 29%에 머물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이때 카자흐인들의 전통적인 생활양식이 많이 무너지게 됩니다.
당시 오트쿠튀르(고급 맞춤복, high fashion)가 전 세계적으로 일반 대중까지 큰 영향을 미치고 있었는데요, 수많은 유럽이주민들이 있었던 카자흐스탄도 많은 영향을 받아 좀 더 현대적이고 서구적인 트렌드가 나타나기 시작하였습니다.
1960년대 프랑스 배우 브리지트 바르도(Bridgitte Bardo)가 주인공으로 나온 영화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모든 여자들이 브리지트의 헤어스타일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고 하는데요. 당시 소련 연방의 모든 여자들이 비슷한 헤어스타일을 하고 비슷한 옷을 입고 다녔다고 합니다.
1970년대 소련의 브레즈네프는 거대한 지하 자원을 개발하기 위해서 공업화 정책을 시작하였습니다. 많은 러시아의 과학자들을 카자흐스탄으로 보내 카자흐스탄을 우주계획과 핵실험의 본거지로 만들었습니다.
또한 당시 달러 위기로 인한 미국의 국제 지위 약화, 베트남 전쟁의 종결 등으로 25년간의 냉전 구조가 완화되기 시작하자 미국의 문화가 더 많이 유입되었고 영화나 잡지를 보고 유럽과 미국의 트렌드를 따라가기 시작하였습니다.
이때부터 유럽출신의 디자이너들이 이끄는 트렌드는 전 세계적으로 패션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어 현재까지 각 나라별로 크게 두드러지는 특징 없이 비슷한 형태의 스타일을 보이고 있습니다.
1985년부터 불어 닥친 페레스트로이카(개혁)의 기운 속에, 고르바초프가 카자흐 공산당 제1서기를 러시아인인 콜빈으로 임명하였습니다. 이는 카자흐인들의 반러시아 감정에 기름을 붓는 격이었고 결국 1986년 반러시아 저항 운동이 일어나게 됩니다.
고르바초프가 콜빈을 임명한 배경에는 쿠나예프와 나자르바예프의 갈등이 있었는데요,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Nursultan Abishuly Nazarbayev)는 카라간다 야금 최고 기술대학교를 졸업한 뒤 공산당에 입당해 카라간다 주 공산당 서기 등을 거쳐 1984년부터 각료회의 의장(내각 총리)을 맡고 있었습니다.
이후 1986년 1월 공산당 대회에서 쿠나예프와 아스카르(Askar) 등 형제들의 부패를 거론하며 당의 개혁을 공개적으로 주장했습니다. 쿠나예프는 고르바초프에게 나자르바예프의 해임을 요청했고 고르바초프는 고민 끝에 콜빈을 서기장으로 임명했다.
반러시아 저항 운동의 결과로 1989년 6월 22일, 나자르바예프가 서기장으로 임명되고 그해 9월에는 최고회의 의장이 되었습니다.
1990년 4월 24일 최고회의는 나자르바예프를 카자흐스탄 공화국의 대통령으로 선출했습니다. 1991년 10월, 대통령선거법이 제정되고 그해 12월 1일 실시된 선거에서 단독 입후보한 나자르바예프가 98.78%라는 경이로운 지지로 당선되었습니다.
1990년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한 소련 해체 과정에서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미하일 고르바초프(Mikhail Gorbachev) 소련 대통령 등과 함께 소련 체제를 유지하려 노력하였는데요, 결국 카자흐스탄은 1991년 12월 벨로베쥐스크 협정 체결로 소련 체제의 와해가 기정사실화 된 직후 같은 해 12월 16일 소련 구성 공화국 중 가장 늦게 독립을 선언하고 12월 21일에는 독립국가연합에 가입하게 됩니다.
이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여 적극적으로 경제개혁 등에 몰두해왔습니다. 1998년 제정된 신헌법에서 대통령 임기가 5년에서 7년으로 연장되고 1999년 1월 실시된 조기 대통령선거에서 나자르바예프가 총 투표자의 79%의 지지로 재선에 성공하였습니다.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2005년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집권 오탄당 후보로 출마하여 91%를 득표하여 투야크바이 전 하원의장(6.7% 득표)을 압도적인 차이로 물리치고 3선에 성공하였습니다. 그러나 야당이 부정선거라고 항의하였고, 유럽 선거감시기구도 국제 기준에 맞지 않는 선거라고 비난하였습니다.
대통령의 업적으로 경제 분야에서는 연평균 9%의 성장을 보이고 외국 투자가 몰려 경제 붐을 이루었으나, 정치에서는 야당 탄압과 언론 통제를 계속하고 대통령과 일족이 거액의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2007년 5월 개헌을 통해 초대 대통령에 한해 연임 제한 규정을 철폐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의 종신통치를 법적으로 허용함으로써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의 정국구도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지난 100년간 카자흐스탄의 중요한 역사적 순간들과 함께 그에 따른 뷰티 변천사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다음 칼럼에서는 더욱 더 재미있는 주제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