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 - 허유중

안녕하세요~ Global-K 3기 리포터 중앙아시아학과 허유중입니다. 저는 1년 동안 카자흐스탄 교환학생으로 선발되어 현재 카자흐스탄 국립대학교에서 수학하고 있습니다.
 
현재 카자흐스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 5개국은 많은 고려인들이 거주하고 있으며 신생 개도국으로서 발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한국과는 폭넓게 교류하지 않아 많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지역이기도 합니다.
 
1년 동안 교환학생으로 공부하면서 제가 있는 알마티(Almaty)를 시작으로 중앙아시아에 대한 정보를 여러분들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낯선 땅에서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해주세요! 

Title 여섯번째 칼럼
Writer 로컬리티센터 Date 17-04-25 12:55 Read 734

본문

<Алматы метрополитені>

 

알마티 지하철 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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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마티 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면, 붉은색 M자 모양의 마크가 있는 지하철 역 입구가 간혹 보인다. 노선이 하나 밖에 없고 심지어 역조차 2015년 이전까지만 해도 7개의 역이었고 지금은 2개 역이 늘어나서 총 9개의 역을 운행하는 알마티 메트로(지하철)를 알게 된 것도 여기서 였다. 어렸을 적에 타슈켄트 지하철을 타본 이후로 중앙아시아에서 지하철을 탈 일은 더 이상 없겠지 했는데 여기 알마티에도 지하철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로 언젠가는 한번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또 과거 구소련 국가들의 지하철은 개성있고 화려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었다. 이번 알마티 지하철 역사는 어떤 모습일지 무척 기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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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 위에 <M>이라는 붉은색 글자가 써 있는 입구가 지하철로 들어가는 곳이다. 러시아에서도 역시 M 로고를 쓴다. 다만 카자흐스탄과 러시아의 메트로 로고는 서로 조금씩 차이가 있다.>

 

 

 저번에 축구를 보러 갔던 경기장 근처에 바이코누르(Байқоңыр Бекеті)역이 있는데 이 역이 기숙사에서 가장 가까웠다. 9개의 역 중에서 가장 가운데에 위치한 역이었기 때문에 양쪽으로 왔다 갔다하면서 탐사(?)를 해야 하나 고민했지만, 마침 지하철 타러 가는 날이 저녁 즈음이었기 때문에 2회에 걸쳐서 한쪽 방면씩 가보기로 결정했다. 도보로 15분을 걸어서 바이코누르 역에 도착했다. 카자흐어로 역은 베케트(Бекет), 지도를 보지 않아도 무슨 역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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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도를 따라 내려가서 걸어가보니 QIWI 충전 자판기와 각종 간식거리를 파는 자판기가 보였다. 아직 QIWI 교통카드를 개설하지 않았기 때문에 충전 자판기를 쓸 일 없이, 현금으로 내고 타보기로 하였다. 지하철 매표소 문을 열고 들어가니 역시나 보안검색대가 있었다. 이제는 그러려니 하고 검색을 받은 후에 매표소로 갔다. 여기 지하철은 노선이 짧아서인지 버스와 같은 요금이었다. 가격은 80텡게로 한화 약 300원 정도였다. 난생 처음보는 노란색 토큰을 받아서 개찰구에 쏙 넣으면 알아서 문이 열린다. (이거에 흥분해서 여기 지하철은 표나 일회용 카드가 아닌 토큰을 쓴다고 한국 친구들에게 얘기했더니, 한국에도 대구지하철에서 토큰을 쓴다고 알려주어서 머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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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내부로 들어가는 길, 교통카드를 충전하기 위한 충전자판기도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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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 검색대와 지하철 티켓으로 쓰이는 노란색 토큰>

 

 

 어쨌든 토큰을 넣고 에스컬레이터를 내려갔다. 러시아의 지하철 에스컬레이터처럼 아주 긴 정도는 아니었지만 한국보다는 훨씬 깊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야 했다. 왜 이렇게 깊게 만들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러시아의 경우에는 대피호, 방공호 역할을 하는 용도로도 쓰이기 때문에 그러하다고 들었다. 과거 구소련 국가였던 카자흐스탄의 경우에도 동일하다고 추측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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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정도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면 드디어 바이코누르 역 승차장이 보인다. >

 

 

 한가지 일러두자면, 한국의 지하철 역은 보통 역이 위치한 곳 지명이나 트레이드 마크를 따서 짓거나, 역의 이름을 팔아서 그 이름을 짓기도 한다. 그런데 여기 알마티 지하철은 희한하게도 그게 아니었다. 바이코누르(Байқоңыр)는 카자흐스탄 중남부에 위치한 시골 도시이다. 예전에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우주비행사 훈련 과정을 촬영한 적이 있는데 그 장소가 바이코누르에 위치한 코스모돔 이었다. 바이코누르는 러시아가 구소련 시절에 사용하던 세계 최대의 우주기지가 있었기 때문에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와 최초로 유리 가가린이 탑승한 유인 우주선 보스토크 1호를 여기서 발사했다고 한다.) 카자흐스탄이 독립을 하고 난 뒤에도 영구적으로 임차를 해서 매년 일정 금액을 내고 러시아의 우주기지로서 계속 이용되고있다. 카자흐스탄에 와서 가보고 싶었던 곳을 꼽았을 때, 그 중 한곳이 바로 여기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이다.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되어있고, 일정기간에만 견학이 허용되기 때문에 알아보는 중에 있지만 학기가 끝나게 되면 꼭 한번 갔다 와서 칼럼에 소개해보는게 지금 계획이다.

 

 이야기가 잠시 다른 방향으로 나갔는데, 바이코누르 역처럼 알마티와는 연결고리가 없음에도 알마티의 지하철 역명을 붙인 역이 몇 군데 있다. 9개의 역중에 바이코누르(Байқоңыр), 모스크바(Мəскеу) 역이 가장 알마티와 큰 연결고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알마티 지하철역 이름으로 쓰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살짝 위화감이 든다.

 

 바이코누르 역은 역의 이름에 걸맞게 승차장 내부 디자인이 우주를 형상화한 역이었다. 하얀색과 파란색의 조화는 하늘을, 양쪽 벽으로 역을 밝히는 조명은 우주의 별을 형상화 했음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승차장 끝에는 전광판이 덩그러니 놓여있는데, 실제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소유즈 호를 발사할 때의 일련의 과정을 보여주고 있었다. 1회차 탐사인데 어느 방면으로 가는 열차를 탈까 고민하다가 먼저 오는 열차를 타고나서 그 열차가 가는 방면으로 정하자고 생각했다. 이날은 알마티 서남부 거주지로 향하는 모스크바역 행 열차가 먼저 와서 타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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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코누르 승차장의 모습, 저 멀리에 있는 전광판에 발사 영상을 보여주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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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의 발사 과정을 담은 영상. 매년 많은 우주선을 여기서 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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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차장 내부에 알마티 지하철 역 노선을 보여주는 모형과 각각의 출구에 대한 설명이 지도로 표시되어있다.>

 

 다음 역은 묵타르 아우에조바 극장 역(М.Əуезов Театры бекеті)이었다. 역사 내부를 전부 다 볼 생각이었기 때문에 (역이 모두 합해서 9개 밖에 안되므로) 내려서 이번 역은 어떠한지 살펴 보았다. 첫 인상은 찜질방(?)같은 곳이구나 했는데 알고보니 아치형으로 고풍스럽게 아랍-중앙아시아 풍으로 디자인된 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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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늑함이 느껴지는 묵타르 극장 역 내부의 모습>

 

 

 개인적으로 알마티 지하철에서 가장 마음에 들은 역 중 하나였다. 흙색으로 아늑함이 느껴지는 역사였고 플랫폼 한쪽에는 벽화와 조각이 새겨져 있었다. 조각은 과거 중앙아시아 사람들의 일상 모습을 새겼고, 전면에 커다랗게 있는 벽화는 결혼식을 표현한 듯한 그림이 있었다. 예상해볼 때, 아우에조바 극장에서 하는 공연 중에 유명한 카자흐 공연을 이 벽화에 새겨놓은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또한 이 역에서 바로 나가면 근처에 묵타르 아우에조바 국립 극장(М.Əуезов Театры)이 위치해 있다. 근처에 있는 트레이드 마크의 이름을 따온 역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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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안에 위치한 벽화. 결혼식을 하면서 잔치가 열린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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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화가 놓여진 곳 양쪽 벽에 10여개의 조각들이 벽에 붙어 있었다.>

 

 열차간 배차 간격이 써 있는 시간표가 없었기 때문에 언제 오는지 알 수가 없어서, 열차가 나오는 철로 위에 있는 전자시계를 보았다. 10분 정도 시간을 세던 전자시계가 갑자기 사라지고 열차가 들어온다는 방송을 들었다. 방송을 듣고 나서, 대략 배차간격이 10분 정도 된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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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의 시계가 당시의 현재 시각, 그리고 오른쪽 시계는 열차가 떠난 후 경과된 시간을 표시함>

 

 

 다시 열차를 타고 떠난 곳은 알라타우(Алатау Бекеті) 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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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타우 역의 모습>

 

 

 알라타우역의 알라타우(Ала-тау)’는 우리가 알고 있는 천산(天山)-(톈산)을 카자흐어로 나타낸 것이다. 그래서 여기에도 벽화가 있는데, 벽화에는 천산이 그려져 있다. 또한 알라타우는 붉으스름한 산이라고도 말하는데 만년설 밑으로 갈색과 빨간색이 어우러진 산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역사 내부는 가운데가 뻥 뚫려 있는 형태였다. 한국처럼 중간에 기둥을 세워놓지 않아서 신선했고 시원하게 트여져 있어서 좋았다. 역을 한번 주욱 둘러보고 광고와 지하철 내부를 유심히 살펴보며 다음 열차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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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쪽 벽 천장부근마다 천산이 그려져 있다.>

 

 

 다시 10분을 기다려서 지하철을 타고 도착한 다음 역은 사이란 역(Сайран Бекеті)이었다. 사이란 역 역시 아우에조바 극장 역처럼 근처의 이름을 따온 역이다. 이 역 주변에 사이란 강이 있다. 실제로 알마티 서부를 가로지르는 강이어서, 하천의 형태로 주변을 조성해 놓았다. 개인적으로 청계천과 같이 강가 옆에 산책로 등을 조성해 놓으면 좋겠지만 현재로서는 그저 콘크리트로 둘러 쌓여서 강이 흐르는 것을 볼 수 있는 정도여서 아쉬웠다. 사이란 강은 알마티 남부에 있는 천산의 지맥 중 하나인 메데우 산의 만년설이 수원지이다. 때문에 평소에는 졸졸 흘러서 알마티 북부에 위치한 사이란 호수(Сайран Озеро)로 흘러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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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란 역은 일반적인 한국 지하철과 같이 현대식으로 지어진 역이었다.
별로 언급할 만한 개성있는 점이 보이지 않아서 열차가 다시 올 때까지 쉬는 시간을 가졌다.>

 

 

 마지막 종착역인 모스크바 역(Мəскеу Бекеті)이다. 모스크바의 붉은 광장을 표현한 것처럼 역사 내부는 붉은 색으로 꾸며져 있었다. 지하철 내부 구조도 이전 역이었던 사이란 역과 똑같은 현대식 지하철역이었기 때문에 별로 흥미를 끌 만한 요소는 보이지 않았다. 지하에서 1층 더 올라가보니 러시아 모스크바의 주요 건축물 사진이 있어서 열차가 오기 전까지 돌아다니면서 보았다. 모스크바를 오마쥬한 역이라고 생각하면서, 돌아가는 열차를 타고 기숙사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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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역 내부 모습과 2층에 놓여져 있는 러시아 크렘린궁 사진이다. 방학 때 러시아 여행을계획 중인데 모스크바의 명소들을 사진으로 모아 놓은 전시회 같아서 나름 유익했다.>

 

 

 이번 첫번째 지하철 탐사에서 느꼈던 알마티 지하철의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 번째로는, 매표소에서 토큰을 구입한 후에 개찰구를 통과한 후,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순간. 스마트폰을 비롯한 휴대용 전자기기의 데이터를 포함해 통신 자체가 통하지 않는다. 지하철 개통 후 시간이 꽤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와이파이는 커녕 개인들이 가지고 있는 단말기의 데이터 통신조차 통하지 않아서 마치 바깥 세상에서 단절된 불편함을 느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한국에서 지하철을 타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마트폰만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여긴 데이터나 와이파이 자체가 없으므로 사람들끼리 조그맣게 대화를 하거나 멍을 때리면서 본인의 시간을 만끽(?)하고 있었다. 예상치 못한 순기능도 어느정도 있었고, 노선도 짧아서 잠깐의 불편함은 감수 할 수 있지만 언젠가는 개선되어야 할 점이라고 생각했다.

 

 두번째는 환풍기였다. 사람들의 건강을 생각한다면, 첫번째인 데이터 통신이 안되는 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종착역까지 가면서 1시간 남짓 지하에 있으면서 중간에 머리가 아팠는데 비로소 파악한 것이, 여기 알마티 지하철에는 공기 정화와 통풍을 위한 환풍기가 아예 없다. 노선도 짧고 금방 이동 할 수 있으니 설치를 안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만약에 화재나 유독가스가 발생하기라도 하면 어떻게 대처를 하려는 생각인지 모르겠다. 기숙사로 돌아와서 잘 때 두통으로 잠을 설칠 정도로 공기 질이 좋았던 것 같지는 않다. 지하로 내려갈 때의 그 특유의 냄새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1회차 때, 알마티 서남부 방면에 위치한 역들을 다 가보았으니 이번 2회차 때는 동북부 방면에 위치한 역들을 가볼 차례였다. 동북부 방면의 종착역인 라이음벡 바뜨르 역(Райымбек батыр Бекеті)에서 내려서 제 2 알마티역도 보고 올 생각으로 길을 나섰다.

 

 바이코누르 역으로 가서 열차를 탑승한 후 도착한 다음 역은 아바이 역(Абай Бекеті)이었다.

 

 한국에서 전공 강의 시간은 물론 카자흐스탄에서 단연 유명한 시인이자 철학자를 꼽으라고 한다면 먼저 등장하는 위인이 바로 이 아바이 쿠난바예프(Абай қүнанбаев) 이다. 며칠 전에 학교 도서관에서 어렵지 않고, 읽을 만한, 유명한 문학작품을 추천해 달라고 사서한테 부탁했을 때에도 건네받은 책 역시 시인 아바이의 것이었다. 아바야 거리(Проспект Абая)에다 각종 박물관, 다양한 서적에도 등장하니 가히 민족 시인 그 자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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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도서관에서 추천 받은 책들이다. 모두 아바이 시인의 잠언록, 시집이다.>

 

 

 아바이 역은 그 이름에 걸맞게 (이 역의 이름 역시 알마티와는 큰 상관이 없지만) 아바이 쿠난바예프의 전신 벽화와 그의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카자흐어로 새겨져 있는 그의 글귀를 보면서 어느새 배차간격인 10분이 훌쩍 지나가버렸다. 묵타르 극장 역과 동시에 가장 인상깊게 본 역이 바로 아바이 역이었다. 나중에 사진으로 찍은 글귀를 다시 보면서 시를 유연하게 해석하고 즐기고자 할 때 아바이라는 민족시인을 통해 공부하면 좋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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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이 민족시인의 모습과 그의 글귀들이 새겨진 벽화>

 

 

 다음 역은 알마르 역(Алмалы Бекеті)이었다. 사과를 뜻하는 알마(Алма)’로 미루어 보아 사과 할아버지(Алма-Ата)라는 이름을 가졌던 도시 알마티답게 가장 연관성 있는 역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플랫폼 한켠에는 현 카자흐스탄의 대통령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이 사과나무를 보며 밝게 웃는 사진이 크게 걸려있다. 과거 공산권 구 소련 국가였던 점을 감안해서 추측해보건데, 선전용도로 전시해 놓은 것 같았다. 자세하게 더 이야기 해보고 싶지만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아 다음 기회를 기약하며 여기까지. 반대편 쪽에는 사과나무를 스테인드 글라스로 형상을 만들어 놓았음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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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마르 역의 모습과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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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은편에는 스테인드 글라스로 사과나무를 표현해놓았다.>

 

 

 다음 역은 쥐벡 졸르 역(Жібек жолы Бекеті)이었다. 쥐벡(Жібек)은 우리말로 비단을 뜻하고 졸르(жолы) 을 뜻한다. 다시 말해, 우리가 익숙히 알고 있는 실크로드이름을 따서 지은 역이다. 내가 알고 있었던 실크로드 무역로에서 주요 도시로 바로 손에 꼽자면, 사마르칸트와 부하라 등 현재 우즈베키스탄의 주요 도시들을 들 수 있다. 하지만 카자흐스탄 역시 과거 실크로드 무역로의 주요 요충지로써, 알마티를 포함한 여러 도시도 중심지였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 무역 행상들을 위한 숙박, 쉼터, 상점 등의 역할을 했던 거주지가 존재했으며, 현재 쥐벡 졸르 역 바로 근처에 뻗어 있는 쥐벡 졸르 대로(Жібек жолы Көшесі)가 바로 과거에 실크로드 상인들을 위한 거주지 일대였다는 사실을 여기서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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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벡 졸르 역 모습>

 

 

 실크로드역 답게 이슬람식으로 역 내부가 꾸며져 있었으며, 한편에는 실크로드 무역을 하나의 세계관처럼 순환된 형태로 표현한 조각 벽화가 놓여있었다. 아주 인상적인 표현 방식이라고 생각했고, 흥미롭게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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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내부에 있는 벽에 장식된 모형이다. 양쪽으로는 낙타와 모스크가 존재하는데 실크로드를 잇는 중동과 중앙아시아를 표현한 것 같다또한 원형 테두리 쪽에 낙타를 타고 있는 상인, 말을 타고 달려나가는 병사, 학자와 종교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보이는데 실크로드를 통해 이어지는 문화, 상업, 종교 등을 표현했다고 생각했다그리고 원 안에는 12시 방향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슬람의 모스크, 중국의 만리장성, 요르단의 페트라, 파르테논 신전, 이집트 피라미드, 인도의 타지마할, 로마의 콜로세움, 인도의 모헨조다로 유적(?)으로 보여진다. 다양한 국가의 트레이드 마크를 보여주고 원형으로 순환하듯이 이어진다는 것이 과거 실크로드의 유라시아 교류를 표현한 듯싶다또 그 안에는 별자리가 새겨져있다.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북두칠성부터 다양한 별자리가 놓여져있다.
역시 같은 맥락으로 해석하였다.>

 

 

 마지막 종착역은 라이음벡 바뜨르 역(Райымбек батыр) 이다. 라이음벡(Райымбек) 이라는 장군, 혹은 영웅(батыр)을 따온 이 역은 내부 구조가 알라타우 역과 비슷한 위치에 벽화가 놓여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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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음벡 바뜨르 역의 모습>

 

 

 영웅 라이음벡에 대해 잠깐 이야기 해보자면, 그는 카자흐스탄의 위대한 지도자 중 한명으로 꼽는 인물인 아블라이 칸(Аблай хан)을 받들었던 인물이다. 아블라이 칸이 국제 정세를 파악하고 뛰어난 외교력과 처세술로 당시 외세였던 청나라와 제정 러시아로부터 카자흐 지역을 포함한 카자흐 인들을 정치, 외교적으로 지켜낸 인물이라면,

 (추가 설명을 하자면, 국제 외교와 국제 관계에 능통한 지도자를 비유할 때, 조선에 광해군이 있다면 카자흐에는 아블라이 칸을 예로 든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인야즈 카자흐스탄 외국어 대학교는 [본래의 이름은 - 아블라이 칸 국제관계와 세계언어 대학]으로써 아블라이 칸의 의지와 업적을 기리는 의미에서 이름 지어졌다.)

 

 라이음벡 장군은 아블라이 칸의 의지를 받들어 전선을 누비면서 맹활약하며 크고작은 전투를 치뤄 외부의 물리적인 위협으로부터 카자흐 인들을 지켜낸 영웅인 인물이다. 한국으로 치면 을지문덕, 강감찬, 이순신 정도의 영웅으로, 역사를 아는 카자흐 인들은 모두가 잘 아는 인물이다. 그래서 제 2 알마티역 앞에는 커다란 말을 탄 장군 동상이 있는데 그 사람이 바로 라이음벡이다. 이밖에도 이 영웅을 기리기 위해 이름을 따온 거리, 문학작품, 박물관 등이 존재한다. 아블라이 칸 역시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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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알마티 역 바로 앞에 세워져 있는 라이음벡 장군의 동상>

 

 

 역의 위치가 제 2 알마티 역과도 가깝고, 알마티 북부 거주지가 주변에 있었기 때문에 접근성 좋아서 라이음벡 역은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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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산을 배경으로 늠름하게 말에 올라 중무장한 라이음벡 장군의 모습>

 

 

 사실 알마티 지하철을 탈 때, 열차가 들어오면서 딱 느낀 점이 있었다. 러시아나 다른 유럽 등지의 서구 국가들의 열차의 모습일 줄 알았는데, 어디서 낯이 많이 익은 열차가 들어오는 것이었다. 마치 한국에서의 학교를 가기 위한 등교길에 사람들과 함께 이리저리 치일때의 그 기억이 아련하게 떠오르는가 싶더니, 바로 생각났다. 바로 한국의 지하철과 똑같은 열차였다. 외관은 물론 내부도 거의 흡사했다. 열차를 타고 와서 알아보니 이 열차를 포함해서 지하철 사업 및 공사를 한 것이 한국의 현대 기업에서 했음을 알 수 있었다. 한류가 문화 콘텐츠로 알려지기 이전에 이미 조금씩 세계의 생활 곳곳으로 퍼져 있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현재까지도 지하철의 보수 작업 및 관리 일체를 현대에서 맡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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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문 바닥에 있는 현대 로템의 상표와 한국의 지하철과 거의 같은 외형의 알마티 메트로>

 

 

 열차의 좌석에 앉아서 한국에서 지하철을 타고 있는 느낌을 받아서 모처럼 상념에 젖어 갈 수 있었다. 완전히 똑같지는 않지만, 이전에 한국 지하철에서 보낸 시간들을 추억하기에는 모자람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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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내부의 모습이다. 내부는 공항철도와 비슷해 보인다. 대체로 전자기기 없이 각자에게 몰두해 있다.>

 

 

 한국의 지하철은 안내 방송을 할 때, 국어/ 영어/ 중어/ 일어 순으로 하는데, 여기 알마티의 지하철은 카자흐어/ 러시아어/ 영어 순으로 안내방송을 해주었다. 그 순서대로 카자흐스탄의 언어의 순위 혹은 지위를 보여주는 듯 했다. 국어인 카자흐어, 공용어인 러시아어, 그리고 대통령에 의해 제 3의 언어로 지정되어 청소년들이 배우고 있는 영어 순으로 어떻게 보면 당연한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로써 알마티의 지하철을 모두 알아보았다. 일반적인 지하철 역내의 모습을 가진 곳도 있었지만, 역명에 걸맞게 다양하고 개성 넘치는 내부를 봄으로써 생각 했던 것만큼 좋은 구경을 할 수 있었다. 알마티 지하철은 현재 있는 것이 1호선이고 2020년까지 2호선 개통, 3호선 공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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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알마티 지하철 1호선의 노선도와 알마티 시의 지도>

 

 

 사실 1호선은 알마티를 관통하지만 주요 중심지만을 거쳐서 지나가며, 그 길이도 짧기 때문에 거주지역에서의 접근성이 아직 미흡하다. 또한 기점에서 종점까지 가지 않는 이상 버스나 도보로 이동하는 것 이상의 이점을 지하철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조금 더 길고 사람들의 접근이 용이한 곳에 역을 세워 놔야 할 듯싶다. 마지막으로 다음 지하철 사업도 우리나라의 기업이 맡게 되어 양국간에 보다 활발한 경제 교류가 촉진되기를 기원하면서, 환풍구 문제도 해결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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