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 - 허유중

안녕하세요~ Global-K 3기 리포터 중앙아시아학과 허유중입니다. 저는 1년 동안 카자흐스탄 교환학생으로 선발되어 현재 카자흐스탄 국립대학교에서 수학하고 있습니다.
 
현재 카자흐스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 5개국은 많은 고려인들이 거주하고 있으며 신생 개도국으로서 발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한국과는 폭넓게 교류하지 않아 많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지역이기도 합니다.
 
1년 동안 교환학생으로 공부하면서 제가 있는 알마티(Almaty)를 시작으로 중앙아시아에 대한 정보를 여러분들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낯선 땅에서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해주세요! 

Title 다섯번째 칼럼
Writer 로컬리티센터 Date 17-04-25 10:33 Read 436

본문

азақстан Республикасының ұлттық кітапхана

 

& Əдеби поэзия кеші>


 

카자흐스탄 국립 도서관 & 시 낭송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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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14일 금요일, 카자흐어 듣기 수업과 쓰기 수업을 마치고 나서 기숙사로 돌아가려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가방을 챙기고 있는데 담임교수님이 오셔서 오늘 카자흐스탄 국립 도서관에 대해 견학을 할 겸 거기서 시 낭송회가 열린다고 알려주셨다. 도서관에 함께 갈 사람을 찾으셔서 난 기꺼이 가겠다고 말씀드렸다.

 

 도서관은 한국에 있을 때에도 자주 갔었고, 특히 시험기간에는 꼭 도서관에 갔기 때문에 익숙하다 못해 집같이 느껴지곤 했다. 그런데 여기 알마티에 와서는 학교 도서관 외에는 다른 도서관은 아직까지 가보지 못했다. 그래서일까, 여기 카자흐스탄 도서관은 어떤 곳일지 무척 궁금해서 이번 기회에 가보기로 하였다.

 

 기숙사에 잠깐 들러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에, 약속 시간에 국립도서관 앞에서 교수님과 여기서 알게 된 같은 반 친구들이 모두 모였다. 예전에 1~2월쯤, 알마티를 와서 알마티 지도를 머리와 다리에 각인 시키자는 생각에 기숙사 한국인 룸메이트 형들과 함께 이곳저곳 빛이 보이는 곳, 사람이 많이 모여 있는 곳, 명소 등을 저녁이 되면 자주 돌아 다녔었다. 그때 지나가다가 카자흐어로 카자흐스탄 국립도서관(Қазақстан Республикасының ұлттық кітапхана)이라고 써져있어서 아 여기가 국립도서관 이구나하고 간 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문이 닫혀서 들어갈 수 없었는데 마침 오늘, 낭송회가 열리는 날 도서관 내부를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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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갔을 때의 도서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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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송회가 열리는 날 오후의 도서관 전경>

 보안 검색대를 통과해서(생각해보니, 여긴 지하철, 기차역, 경기장, 공공기관 건물 등 모든 공공 시설에 보안 검색대와 보안요원들이 있다.) 1층 로비에 들어섰다. 넓은 로비안에는 안내데스크를 비롯한 각종 세미나실과 쉼터 등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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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 검색대와 도서관 로비 1층의 모습​>


 교수님과 같이 기념 촬영을 하고 1층에 있는 넓은 세미나실로 들어갔다. 100명이 조금 넘는 사람들이 이미 와있었는데, 다행히 우리가 앉을 자리는 있었다. 자리에 앉기 전에 담임 교수님이 직접 무대 뒤 진열장에 있는 단편 시집과 소설 등을 우리에게 간략하게 소개해 주셨다. 러시아 문학작가처럼 한번쯤은 내가 들어봤을 법한 작가의 작품이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여기서는 다들 처음 보는 작가들의 작품이 놓여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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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송회 시작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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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열장에 전시된 문학작품들이다. 주로 시집이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늘 낭송회의 주제는 사랑’(Махаббат жырлары -직역하면, 사랑에 관한 시)이다. 사랑에 관한 주제로 시를 읊고 노래하는 자리인데, 우리나라로 치면 서정시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자리에 착석한지 5분 정도 지났을 무렵, 남녀 사회자가 나와서 낭송회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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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송회 시작 전에 나눠준 조그만 카드다. 처음에 받았을 때는 헌혈하라는 카드인줄 알았으나 자세히 보니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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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낭송, 악기연주를 통해 노래, 희극을 통해 다양한 방법으로 낭송회가 진행되었다.​>


 한국은 물론 카자흐스탄에서도 일반인 혹은 문학인들이 모여서 낭송회를 하는데, 지금까지 카자흐스탄은 물론, 한국에서 열리는 낭송회조차 한번도 가본 적이 없어서 나는 그저 사람들이 나와서 시를 암송하는 자리겠구나라고 예상했다. 결과적으로는 아니었다. 무미건조하게 나와서 시를 암송하는 것이 없지는 않았지만 그보다 더 많은, 다양한 방법으로 사람들이 시를 낭송했다. 전반부에서는 희극처럼 감정을 담아서 시를 주고받았고, , 후반부에서는 기타와 돔브라(기타와 생김새가 비슷한 카자흐스탄의 전통악기)를 이용해서 노래를 부르기도 하였다.

 

 노래를 부르는 공연을 할 때에는 여기 온 카자흐 사람들도 거의 다 아는 오래된 유명한 노래였는지 다같이 함께 따라 불렀다. (공연을 동영상으로 담아 놓아서 첨부파일에서 확인해볼 수 있다.)  시에 대해 능숙하게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는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우리가 학창시절에 배웠던 다음 중 시의 주제가 무엇인가?’ 라는 식으로 표현하자면, 사랑하는 님을 향한 그리움, 혹은 감사함을, 짝사랑에 대한 애타는 심정을 표현한 것임을 이해할 수 있었다. 어느 나라를 가나 서정시는 그리움과 애정의 표현이 들어가지만, 오늘 들은 카자흐스탄의 서정시는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애절함, ()이 서려 있다.’고 하기 보다는 초연함, 당당함이 느껴진다고 생각했다. 물론 낭송회에서 발표한 작품들로 한해서 판단한 것이고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초연한 느낌은 확실히 내게 느껴졌다.

 

 2시간에 걸쳐 시 낭송회가 끝이 났다. 시를 노래하는 것이 매우 인상 깊었고, 흔치 않은 좋은 경험을 했다고 느꼈다. 1층 세미나실에서 나와서 교수님과 사서의 안내를 받아, 2층 한 켠에 있는 한 카자흐스탄 작가의 추모 공간에 들어갔다. 이미 세상을 떠난 작가지만 카자흐스탄에서 매우 유명하고 영향력 있었던 대표적인 서정시를 쓴 시인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작가가 생전에 쓰던 물품들과 발표한 작품들, 일생에 대해 사서의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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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열람실 내부에 작가를 추모하는 메모리얼 룸이 있었다. 작가의 일생에 대한 자료로 가득 차 있었다​.>


 공식적으로 오늘 교수님과 함께하는 시간은 여기까지였다. 난 이왕 국립도서관에 왔으니 좀 더 구경을 하고 싶어서 인사를 드린 후에 내부를 이곳 저곳 돌아다녔다. 이 도서관 건물이 새로 지어진 시기는 1971년으로 지금까지 40년이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깔끔하게 잘 유지가 되어있었다. 현재 내가 배우고 있는 교재에도 이 국립도서관에 대해 텍스트가 있는데, 따로 설명해보자면, 12개의 일반 자료실이 존재하며 대략 600만권 이상의 장서들을 보유하고 있다. 주로 러시아어와 카자흐어로 된 서적 들이며 문학작품을 비롯해 논문, 음성파일, 희귀 서적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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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벳 순으로 조그만 카드로 가득 찬 서랍장이 2층 중앙에 놓여져 있어서 호기심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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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열어보았다. 알파벳 순으로 뭘 적어 놓은 카드인지. 전자 도서 검색대도 있는데 아날로그 방식으로 서적을 적어놓은 카드였다. 카드를 들고 데스크로 가면 책을 대여해주는 시스템이다.​>


 층수가 높지는 않지만 넓은 규모의 건물로, 한국에 있을 때 가봤던 국회도서관 급으로 다양한 장서를 보유하고있는 도서관이었다. 열람실과 멀티미디어실이 있어서 한번 들어가보았는데, 대학생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한창 독서 삼매경에 빠져있어서 조용히 둘러보고 다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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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순서대로 열람실과 멀티미디어실 그리고 자료실과 서적을 보관한 책장이다.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니, 공부 의욕(?)이 솟는다​.>


 카페나 기숙사, 학교 열람실에서 공부하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여기와서 쉬운 내용의 책도 골라보면서 공부하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걸어다니는걸 좋아하는 나에게 거리도 생각보다 멀지 않았고, 알마티 도시 자체가 마음만 먹으면 어디든 걸어서 갈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좋은 장소를 알게 되어서 기뻤다. 오늘 낭송회 역시 난생 처음 관람한 것이었지만 무척 흥미로웠고 카자흐스탄의 문학작품에 대해 학교에서 듣는 강의가 아닌, 실제로 가서 보는 귀중한 체험을 할 수 있어서 뜻 깊은 시간이었다.

 

 또한 나는, 대학 입시 때 시를 시 그 자체로 느끼기보단 이게 무엇을 뜻하는지, 무엇의 매개체가 되는지에 대해서만 생각했다. 그래서 시가 지겹기만 했고 난해하다고 느꼈다. 솔직히 시와 같은 운문은 함축성을 토대로 한 문학이기 때문에 사전적으로 단어를 알고 있다고 해도 (심지어 그게 한국어라고 할지라도) 시를 이해하고 공감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이처럼 다양하게 시를 노래와 희극, 공연 등으로 승화시킨 낭송회를 보니, 새삼 시가 남다르게 느껴진 하루였던 것 같다.

 

 도서관을 나오니 어느새 저녁 노을이 지고 있었다. 이따금 봄바람이 불어오는 것을 느끼며 헤롱헤롱 날씨 참 좋다.’ 생각하며 길을 걸어가다가 가는 길에 인터넷 카페를 발견했다. ‘숙제도 없고 배도 안 고픈데 한번 들어가볼까?’ 하고 들어가보았다. 간판은 인터넷 카페라고 키릴 문자로 써져 있었는데, 안에 들어가보니 그냥 pc방이었다. 여기도 pc방이 있다는 것이 신기했는데 한편으로는 내가 중앙아시아 최대의 도시인 알마티를 너무 과소평가했구나하는 우스운 생각도 들었다. 한국에 있을 때 자주 친구들이랑 갔었지만, 교환학생을 온 이후로 게임은 한번도 안해봤는데 (의외로 게임 생각이 안 난다. 정말 신기하게도) ‘오늘은 카자흐스탄의 문화를 체험해보는 날인 걸로 하자는 적당한 합리화로 카운터에 요금을 지불하고 자리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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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들어간 인터넷 카페의 모습. 안에 들어가면 사람들로 바글바글하다​.>


 요금은 한국보다 저렴했고(시간당 한화 800) 시설이나 컴퓨터 사양은 엇비슷해서 내심 놀랐다. 좌석이 거의 만석인 것에 다시 한번 놀라면서 간신히 자리를 하나 찾아서 앉았다. 자리를 찾기 위해서 천천히 돌아다니면서 여기 사람들은 pc방에서 뭘 하고 있을까 하고 유심히 보았다. 한국에서 주로 하는 게임은 여기서 거의 찾아 볼 수 없었고, 무슨 게임인지는 알지만 한국에서는 별로 하지 않는 게임이 여기서는 많이들 하고 있었다.

 

 번호를 입력하고 컴퓨터를 키니 웬만한 게임이 다 있어서, 내가 주로 하는 게임을 켜보았다. 예상은 했지만 간단한 설정마저 러시아어로 되어있어서 애를 먹었다. 어찌어찌 해서 스마트폰 사전으로 설정을 영어로 바꿔서 1시간 정도 하긴 했는데, 혼자하는 게임이 무슨 재미가 있나 싶어서 그만 두고 인터넷 창을 하나 띄운 다음에 주위 사람들을 잠시 지켜보았다. 30분 정도 주의 깊게 앉아본 결과, 여기 오면 러시아어, 특히 젊은 세대들이 쓰는 신조어나 욕설 하나만큼은 확실하게 배울 수 있겠다는(?) 나름 긍정적인 결론에 도달했다. 인터넷 카페에 온 지 2시간 정도 되었을 때, 기특하게도 시간이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컴퓨터를 종료하고 나왔다.

 

 국립도서관에 가보고 낭송회도 보고 예기치 않게 pc방도 가보는, 오늘 하루는 카자흐스탄의 문화를 체험해보는 인상깊은 시간을 가졌다. 이 칼럼을 쓰면서 한 가지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카자흐스탄만에서 즐길 수 있는 문화체험이 아니었다는 것이었다. 전통가옥 체험도 해보고 싶고 말을 타고 초원을 달려보는 것 따위의 전통 문화체험을 하고 싶었다. 물론 지금 교환학생 학기 중이므로 알마티 밖을 나가기가 여의치 않지만, 학기가 끝나면 좀 더 카자흐스탄의 문화를 심도 있게 체험하는 기회를 마련해서 경험해 보려 한다.

 

 다음 칼럼은 카자흐스탄 알마티에 있는 지하철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여러분들과 함께하려 한다. 1개의 노선밖에 없지만 그렇기에 더 각별하니 한번 소개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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