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 송지혜

안녕하세요! Здравствуйте!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러시아학과에 재학 중인 15학번 송지혜입니다.

저는 7+1 파견학생으로서 모스크바 국립 푸쉬킨 언어 대학교에서 6개월 이상 수학하며 모스크바 유학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보탬이 되고자 합니다. 유학 준비 과정에서 정보의 부족함을 많이 느꼈기 때문에 모스크바 유학 생활에 대한 실질적이고 자세한 정보를 칼럼으로 나누겠습니다.
Title 네번째 칼럼
Writer 로컬리티센터 Date 17-05-17 10:18 Read 863

본문

러시아 승전기념일

 

안녕하세요, 글로벌- K 러시아 리포터 송지혜입니다. 오늘은 러시아라는 나라를 더 깊이 느끼기 위해서 참여했던 러시아 승전기념일 행사의 모습을 함께 공유해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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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일 모스크바의 오후 3, 비가 와 추적추적한 분위기 속의 뜨베르스까야(Тверская) 대로는 전승 기념일을 맞아 불멸의 연대 행진에 나선 러시아인들의 열정으로 가득했습니다. 2차 세계대전에 참여했던 영웅들의 초상화를 들고 우라 우라! 스파시바!(만세, 만세 감사합니다!)를 외치는 러시아인들의 목소리가 모스크바 하늘을 가득 채웠습니다. 행진이 시작되자 쏟아지는 눈과 비로 인해 사람들이 참여하지 않을 까 염려했던 것이 무심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함께 나와 노래를 부르며 걸음을 이어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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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보이지 않는 행렬 가운데 누군가 구호를 외치면 모든 목소리들이 모여 파도를 이루며 노래를 시작하기도 했습니다. 행렬의 주위에는 무료로 생수와 차를 나누어 주는 도움의 손길들이 보였고 다양한 방송사에서 나온 중계차도 볼 수 있었습니다.

배드민턴채와 삽으로 직접 만든 피켓을 들고 나온 어린아이들, 역사에 대해 토론하고 대화하며 행진하는 대학생들, 쏟아지는 빗속에서도 전승기념일을 축하하며 아코디언을 연주하고 계신 할아버지. 저는 이 모두의 얼굴에서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감사함과 자랑스러움을 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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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렬이 훈장을 단 참전용사들이 계신 곳을 지나갈 때에는 모두 함께 꽃을 선물하며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기억합니다, 그리고 자랑스럽습니다.’ 라는 구호를 외치며 진심으로 감사해 하는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참전용사들에 대한 예우가 부족한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르게 생각되어 낯설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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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행진의 끝은 뜨베르스까야 대로의 끝에 위치한 모스크바의 꽃 붉은 광장이였습니다. 크렘린의 입구에 도달해서는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도 연대에 참여해 함께 행진하기도 했습니다. 무사히 행렬을 마친 것을 하늘이 축하라도 하듯이 구름사이로 내리쬐는 햇볕이 광장의 벽돌을 붉게 비췄습니다. 행렬을 마친 후에도 사람들은 승리 공원고리끼 공원등으로 자리를 옮겨 함께 축제를 즐기고 호국 영령을 위한 묵념을 하기 도 했습니다. 전승기념일 밤에는 모스크바 각지에서 성대한 불꽃놀이를 즐기며 성대했던 축제를 마무리했습니다.

 

전승기념일의 역사는 70년전 194559, 나치 독일을 상대로 한 소련의 대조국 전쟁 승리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원래 독일군이 연합국에 항복한 날은 57일이였습니다. 하지만 항복서명을 하는 자리에 소련군이 참가하지 않았기 때문에 인정할 수 없다는 스탈린의 주장으로 모스크바 시각으로 59, 베를린에서 다시 서명을 받아냄으로서 러시아에서는 다른 유럽국가와 다르게 59일을 승리의 날로 경축하고 있는 것입니다. 1984년까지 대독 승전기념 퍼레이드가 성대하게 치러지며 소련의 군사적 위용을 과시하는 국제적 행사 중의 하나로 활용되어왔습니다. 소련의 몰락과 함께 승전 행사는 잠시 잊혀 졌지만 2000년 대통령으로 정식 취임한 푸틴이 최초의 국제행사로서 승전 기념 퍼레이드를 성대하게 치르며 그 의미를 되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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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의 검은색과 주황색으로 이루어진 리본은 바로 전승기념일의 상징인 게오르기예프 리본입니다. 세 줄의 검은색과 두 줄의 주황색이 평행하는 띠 모양의 게오르기예프 리본은 18세기 후반 예카테리나 여제가 제정한 성 게오르기 훈장의 장식 띠에서 유래한다고 합니다. 두가지의 색은 용맹과 헌신, 애국심을 의미하며, 모든 러시아인이 제2차 세계대전의 승리자이며 국민 모두가 훈장을 받는 것처럼 이를 기억하고 축하하자는 취지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이처럼 국가적인 행사로 치러지는 러시아의 전승기념일에 대해 알아보다 보니 참전용사에 대한 우리나라의 부실한 예우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우리나라 민족의 비극인 6.25전쟁 이후 60년이 지난 지금, 17만 참전용사가 생존해 계십니다. 헐벗고 가난했던 시절, 국가를 위해 목숨 걸고 싸우신 분들에 대한 국가와 지역사회의 대우와 관심이 부족하다고 생각됩니다. 전쟁터에서 입은 부상으로 정상적인 직업생활이 불가능한 참전용사 분들은 사실상 우리나라에서 기초생활수급자와 같은 대우를 받고 있습니다. 국가 유공증을 사용해 무료로 대중교통과 국가기관 등을 이용할 수 있게 되어 있지만 일부 버스기사가 이를 거절하고 면박을 주는 일들이 많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아직 우리 사회에서 국가유공자에 대한 보상과 예우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음을 확인 할 수 있습니다. 전장을 누비던 영웅에서 백발이 되어버린 노병들은 사회의 관심에서 벗어난 채 여전히 전쟁의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진심을 다해 참전용사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러시아 국민들의 모습을 보며 우리나라의 팍팍한 현실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대한민국 새 정부가 들어서며 참전용사에 대한 예우와 복지를 강화하겠다는 정책이 발표되었습니다. 앞으로 우리나라에도 행사의 크기와 관계없이 호국영웅과 참전용사 분들에 대한 진실한 감사함을 표현하고 추모할 수 있는 계기가 많이 생기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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